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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사흘째 폭설…광주공항 탑승객들·비탈길 시민들 '발 동동'

5일 광주공항 여객기 34편 中 22편 결항
결항 여객기 탑승객 "10시간 넘게 대기"
고령 보행자들 비탈길 거동 어려워 울상
광주시 제설 관련 민원 60건 넘게 접수

5일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가파른 도로에 눈이 내리고 있다. 김수진 기자5일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가파른 도로에 눈이 내리고 있다. 김수진 기자
사흘째 폭설이 내린 광주전남에서는 항공편이 잇따라 결항돼 탑승객들의 발이 묶였다. 시민들은 빙판길로 변한 인도를 다니는데 불편을 겪었다.

광주공항 항공편 결항 잇따라…대합실 메운 시민들

5일 오전 광주 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을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승객들. 김수진 기자5일 오전 광주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을 보고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승객들. 김수진 기자
"출발 1시간 전에 문자로 결항이라 하면 여기서 어디로 가겠어요.
원래 오전 10시 30분 비행기인데 저녁 6시 30분 비행기까지 여기서 기다려야 합니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

1층과 2층 대합실에는 결항 항공편으로 대기 중인 승객들이 붐비고 있다.

사흘동안 이어지는 폭설로 이날 오전까지 제주와 김포 등으로 향하는 광주 출발 항공편은 5편이 결항했다.

공항에 도착한 뒤에야 결항 소식을 문자로 전달받은 일부 승객들은 하염없는 대기시간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대학원생 박한슬(28)씨는 이날 오전 9시쯤 광주공항에 도착했지만, 오전 10시 30분 출발 제주행 여객기가 결항된 사실을 공항 도착 이후에 전달받았다.

학회 참석이 어려워진 박씨와 일행들은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일단 가장 가까운 시간 제주행 항공편이 오후 2시 30분이라서 급하게 예약했다"며 "늦게라도 학회에 참석해야 한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기상 악화로 인해 취소 수수료만 들지 않았고, 따로 보상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오는 7일 다시 광주로 돌아와야 하는데 비행기가 지연될지 걱정되고, 오늘도 갈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아 사실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으로 인해 기다리는 시민들. 김수진 기자5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으로 인해 기다리는 시민들. 김수진 기자
중학생 자녀의 생일 기념 제주도 여행을 계획했던 일가족은 공항에서 결항 사실을 알고 발이 묶여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4인 가족의 아버지 최현석(55)씨는 제주도 여행을 위해 예약한 아이들의 귤 따기 체험과 차량 렌트, 숙박 비용 모두 환불받지 못한 것은 물론 10시간 동안 공항에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4명분의 짐이 많아 공항까지 택시를 타고 왔는데, 도착하고 나서 결항 소식을 알았다"며 "보안이나 안전상 문제로 공항 내 짐 보관이 어려운 것은 알지만, 짐을 둘 곳이 없어 외부로 이동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어제부터 눈이 왔는데 결항 소식을 오전 9시 30분이 돼서야 전달받았고 공항에서는 낮 12시 항공기도 결항이라고 뒤늦게 설명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5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이날 광주공항에서 김포나 제주 등으로 출·도착하는 항공편 34건 가운데 22건이 결항했다.

미끄러운 도로에 차량·보행자 '안절부절'

5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으로 인해 택시들이 승객이 없어 정차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5일 오전 광주 광산구 광주공항에서 결항된 항공편으로 인해 택시들이 승객이 없어 정차하고 있다. 김수진 기자
광주 도착 항공편 결항에 탑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기사들도 추위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이 시간대 공항 택시 승강장을 찾는다는 택시 기사 송종수(58)씨는 "전면 결항이라 승객 수도 없고 어제부터 내내 택시 운행이 안 된다"며 "평소에는 공항에서 하루 1200명 넘게 택시를 타러 승강장으로 나온다면, 어제는 겨우 50명이나 나온 거 같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택시 기사는 "눈이 많이 내리면 택시 탑승객 수나 호출이 늘어날 거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다"며 "큰 도로는 제설 작업이 되어있지만, 골목이나 이면도로는 빙판길이 많아 사고의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5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미끄러운 경사로를 보행하기 어려운 한 노인이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김수진 기자5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미끄러운 경사로를 보행하기 어려운 한 노인이 조심스레 걸어가고 있다. 김수진 기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보행자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이날 오후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가파른 오르막. 보행 장치에 의지해 외출한 금복자(88) 할머니가 우비를 입은 채 거센 눈바람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금할머니는 "어제부터 폭설로 외출하지 못했다"며 "오늘은 자신의 혈압약을 가져다주러 병원을 대신 다녀온 동생을 만나려고 잠시 나왔는데 도무지 걸을 수가 없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2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가파른 내리막 빙판길에 발이 묶인 금할머니는 15분 만에 동생과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금호1동 행정복지센터는 주민 40여 명과 함께 제설 작업을 진행했지만, 이어지는 폭설에 오후부터는 길이 금세 미끄러워졌다.

인근 경로당 주민은 "주민들이 함께 나와 아침 일찍 눈을 치워서 일부 거리는 걸어 다닐 수 있어 다행"이라며 "경사로가 많아 제설 작업에 더욱 신경 쓴 거 같고, 덕분에 오전에는 외출이 수월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설 작업에 참여한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눈을 쓸고 있으니 지나가던 주민이 와서 같이 거들 정도"였다며 폭설을 실감했다.

폭설 민원 폭주…사흘동안 70건 가량 접수

5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가파른 보행도로에 쌓인 눈을 주민들이 함께 치우고 있다. 김수진 기자5일 오전 광주 서구 금호동에서 가파른 보행도로에 쌓인 눈을 주민들이 함께 치우고 있다. 김수진 기자
도로 곳곳에 눈이 쌓이면서 제설 민원도 폭주하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광주 지역 자치구에 접수된 제설 관련 민원은 67건이라고 밝혔다.

이날 광주 광산구 누리집 게시판에는 제설 민원이 게재되기도 했다.

작성자는 "수완지구와 첨단을 오가는 임방울대로에 제설이 되지 않았다"며 "눈 치우는데 신경을 써 달라"고 당부했다.

폭설로 한 때 14㎝의 눈이 쌓이면서 출퇴근길 교통 정체도 극심했다.

전날인 4일 새벽 광주 광산구 산정동 광주여자대학교에서 진곡산단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램프 구간에는 눈이 쌓여 차량들이 진입하지 못해 정체가 이어졌다.

해당 구간에는 제설을 위한 염수분사장치가 설치됐지만 눈이 거의 녹지 않아 광주에서 전남으로 향하는 운전자들이 다른 방향으로 우회하는 불편을 겪었다.

광주시는 눈이 내린 지난 3일부터 광주 지역 525개 노선 684.4㎞구간에 제설차 46대와 인원 118명을 투입해 눈이 쌓일 때마다 눈을 치우고 있다.

기상청은 6일 오전까지 광주에 3~10㎝, 많은 곳은 15㎝의 눈이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광주시 관계자는 "민원이 접수된 지역의 경우 눈을 치웠다"며 "차례로 장비를 동원해 눈이 쌓인 곳들을 치우고 있다. 시민 불편이 없도록 제설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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