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주축으로 한 '서울서부지법 불법 사태'를 선동했다고 지목돼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이들이 하나 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씨도 마찬가지인데, 전씨 측은 오히려 유튜버 등 다른 인사를 선동 주체로 꼽기도 했다.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법원 폭동의 배후 세력 유무를 따지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윤 대통령 구속을 막겠다며 응집했던 탄핵 반대 세력도 쪼개지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혼란상 속에서 경찰은 폭동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하는 등 연결고리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
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내란 선동 혐의 등으로 경찰에 접수된 전씨에 대한 고발장은 10여개에 달한다. 전씨 고발 사건은 지난달 21일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에 배당됐다. 서울청 안보수사과는 전씨 수사를 위해 7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도 구성했다.
전씨는 폭동이 발생하기 전 '국민저항권 발동'을 언급하며 폭동을 선동한 배후 세력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폭동 발생 하루 전인 지난달 1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대한민국 헌법 위에 또 하나의 권위인 국민 저항권이 있다"며 "오늘 헌법 정신에 따라 중대한 선언을 하겠다. 여러분이 오늘 최고로 많이 모여주셨기 때문에 국민저항권이 완성됐음을 선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서부지법 앞 집회에 합류해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만약에 (윤석열 대통령을) 석방 안 시킨다면 우리는 서울구치소에 들어가서 강제로라도 모시고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전씨는 "국민 저항권이 최고의 권위"라며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고)"라는 발언도 했다.
전씨는 이와 관련해 전날 열린 '내란 선동 관련 자유통일당 특별 기자회견'에서 "서울경찰청에서 2주 동안 저를 조사했는데도 (법원 폭동과) 절대로 연관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저를 지금 호출도 못하고 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한 500만 명 가까이 (북한) 간첩 세력과 함께 움직인 것으로 보고 윤석열 대통령이 체포돼 저를 노리고 있다"며 북한 추종 세력이 윤 대통령을 체포했다는 논리를 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통일당 중앙당사에서 서부지법 난동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그는 법원 폭동에 가담해 구속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이모씨와 윤모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저는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에 불과해 행정에 대해서는 관여 자체도 안하고 잘 모른다"며 "(윤씨는) 주차장에 다니면서 가끔 인사하는 정도고 그런 애들하고 (내가) 대화할 군번이냐"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전씨 측은 특정 유튜버들에게 폭동 발생 책임을 돌렸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보수 유튜버 박모씨와 K씨를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신 대표는 전씨가 창당한 자유통일당 미디어홍보본부장으로 활동하는 등 전씨 측근으로 분류된다.
신 대표는 이들이 지난달 16일부터 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미신고 집회 현장을 생중계하고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게시글을 올리며, 자유민주청년결사(MZ자유결사대), 반공청년단(백골단) 등을 법원 청사 앞으로 모이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당시 이들의 행적이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두 유튜버가 시청자들에게 서울서부지법 앞으로 모이라며 방송하는 모습이 담겼다.
신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폭동) 배후로 전광훈 목사를 몰고 가는데 전 목사는 세게 말해도 그동안 수사를 많이 받아서 불법적인 것은 안 하려는 분"이라며 "그런데 집회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았던 얼치기 세력들이 지금 선동질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 대표가 지목한 K씨는 본인이 폭력 선동자라는 주장은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전씨 외에도 자유민주청년결사의 서부지법 사태 사전 모의 의혹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른바 '녹색 점퍼남'으로 불리며 폭동에 가담한 20대 남성 역시 해당 조직 소속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들 역시 폭동 사전 모의는 없었다며 신 대표가 지목한 보수 유튜버와의 연관성 등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입장이다.
자유민주청년결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언론사 기자들도 있고 정당인들도 있었는데 (폭동을) 사전 모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상황을 촬영한) 영상들도 많고 경찰 과학수사대에서 지문도 확보했다고 하니까 충분히 소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집단난동 사태에 가담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씨가 5일 오후 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이처럼 서부지법 폭동 사태 관련 주요 인사로 거론되는 이들이 혐의를 전부 부인하는 가운데 서부지법 관할서인 서울 마포경찰서는 공동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구속된 윤모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윤씨는 지난달 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한 혐의로 전날 구속됐다.
사랑제일교회 특임 전도사인 윤씨의 휴대전화는 전씨 또는 사랑제일교회와 폭동 간 연관성을 밝히는 데 주요 증거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확보한 휴대전화를 통해 윤씨가 전씨 또는 교회로부터 폭동 관련 사전 지령을 받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윤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지금 계속 전광훈 목사와 나를 연관시켜서 선동이라고 이야기한다"며 전씨와의 연관성을 사실상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한에서 빨리 탄핵시키라는 지령이 내려왔다. 그러자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 언론들이 합심해서 윤 대통령을 몰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은 윤 대통령 탄핵의 배경에는 북한의 지시가 있다는 전씨의 발언과도 유사하다.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와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