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22대 국회 첫 교섭단체대표 연설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실용주의화를 천명했다. 사실상의 대권 메시지로 보는 시각이 중론인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얼마만큼의 실행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먹사니즘'서 '잘사니즘'으로…노동시간 대타협, 정년연장도 논의해야"
이 대표는 10일 민주당 대표로서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교섭단체대표연설에 나섰다. 그는 세계 10위 경제력, 세계 5위 군사력을 자랑하던 대한민국이 12.3내란사태로 인해 "유례없는 위기, 역사적 대전환점"에 놓였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이어 "이 과제들을 해결하려면 '회복과 성장'이 전제돼야 한다"며 "희망을 만들고, 갈등 대립을 완화하려면 둥지를 넓히고 파이를 키워야 한다. 회복과 성장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필요조건"이라고 성장 중심의 담론을 거론했다.
이 대표는 이를 위해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가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기존에 언급했던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해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잘사니즘'(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는 "우리 앞의 난제들을 피하지 말자. 쟁점과 논란에 정면으로 부딪쳐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해결책을 만들고, 그 성과로 삶과 미래를 바꾸자"며 "정치가 앞장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아내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꿈꿀 수 있는 진정한 사회대개혁의 완성, 그것이 바로 '잘사니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우선 해결 과제로 노동유연성은 확대하되, 고용의 안정성 또한 높이는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가 유일한 복지이고 사회안전망은 턱없이 부실한 현실에서, 기업은 경쟁력을 위해 '노동유연성'을 요구하지만, 노동자들은 '해고는 죽음'을 외친다"며 "성장과 분배는 모순 아닌 상보 관계이듯, 기업 발전과 노동권 보호는 양자택일 관계가 아니다"라고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특히 "대한민국이 주 52시간을 정하고 있다. 곱하기 연(年) 54주하면 2800시간이다. 그런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노동시간이 1700시간대 아닌가. 지금 3천 시간을 넘겨 일하자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AI(인공지능)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과 저출생·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정년 연장' 논의도 본격화하자고 했다.
그는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하다.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워보자"며 여당을 향해 "더 이상 불가능한 조건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인가. 민생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하자"며 "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할 것"이라고 거듭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30조 규모 추경하자…국가데이터센터 만들고 위기지역 지원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국가 재정과 관련된 부분으로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원 규모의 추경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추경을 통한 지원 분야로 △상생소비쿠폰 △소상공인 손해보상 △지역화폐 △감염병 대응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공공주택과 지방SOC(사회간접자본) △고교무상교육 △AI·반도체 등 미래산업 등을 언급했지만 "추경편성에 꼭 필요하다면 특정 항목을 굳이 고집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대선 대응기구인 집권플랜본부가 제시한 A(AI, 인공지능)·B(Bio, 바이오)·C(Contents & Culture, 문화 컨텐츠)·D(Defense, 방위산업)·E(Energy, 에너지)·F(Factory, 제조업 부활 지원) 등 A~F 성장전략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힘을 실었다.
이 대표는 "'국가 AI데이터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10만장 이상의 AI반도체 GPU를 가진 AI데이터센터로 AI산업을 지원하자"며 "AI 부트캠프(전문인력 집중양성기관)를 만들고 AI 기술인력을 10만 명까지 양성해 AI 산업을 전략자산으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는 "전력생산지의 전력요금을 낮춰 바람과 태양이 풍부한 신안, 영광 등 서남해안 소멸위기 지역을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제조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포항, 울산, 광양, 여수, 서산, 당진을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선포하자"고 각각 제안했다.
"'국민소환제'로 '빛의 혁명'…한미동맹은 외교·안보 근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친 뒤 박수 치는 야당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표는 성장을 위한 대내외적 요건으로 국제사회와의 외교, 정치권 개혁 등도 언급했다.
그는 12.3 내란사태 정국에서 "색색의 응원봉이 경쾌한 떼창과 함께 헌정파괴와 역사퇴행을 막아내는 현장에서 주권자들은 이미 우리가 만들 '더 나은 세상'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다"며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현황에 대해서는 "트럼프 2기 출범과 함께 국제질서가 빠르게 재편중이다. 미국은 중국에 10%,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예고하며 무역전쟁의 서막을 열었다"고 진단하며 "정치가 앞장서 통상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첨단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자산"이라며 "자유민주진영의 도움으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성장, 발전해 온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미국과의 연대 의지를 강조했다.
군을 향해서는 "여전히 국군장병을 믿고 사랑한다. 국민과 국회가 계엄을 신속하게 막은 것도 대통령의 불법 명령에 사실상 항명하며 국가와 국민에 충성한 계엄군 장병덕분"이라면서도 "국군은 대통령 아닌 국민과 국가에 충성해야 한다. 다시는 군이 정치에 동원되면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민주당은 더 낮은 자세로 정치의 사명인 '국민통합'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통합 움직임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집권플랜본부의 온라인 소통플랫폼인 "'모두의 질문Q'를 시발로 연대와 상생, 배려의 '광장'에서 펼쳐질 '국민중심 직접민주주의'는 '제2의 민주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며 "서로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