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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손으로 하늘 가리려는 尹, "술 취했다"·"거짓말" 증인 공격

편집자 주

12·3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문득 잠에서 깨 뉴스를 보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이 잠시 빌려준 권력을 남용해 법치를 독차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내란해제.zip'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핵심 장면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진짜 법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이 심판을 통해, 내란도 비로소 해제될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탄핵심판 '주문(결정)'을 써 내려가 보시죠!

▶내란해제.zip_8차 변론 초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헌법재판관들 입장에 맞춰 서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해 헌법재판관들 입장에 맞춰 서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증인신문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윤 대통령 측은 불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에 대해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증인의 정치적 중립성뿐 아니라 음주 사실을 부각해 신뢰도를 흔드는가 하면, "왜 거짓말 하냐"며 검사가 피의자를 조사하듯 몰아붙이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증인들이 야당과 협력해 '내란 프레임'을 짜고 있다거나 자신의 책임을 피하려 윗선에 몰고 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은 번번이 궁색해지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 측에 불리한 증언을 하는 증인들 모두 '거짓말 해봤자 제 부하들이(국민이) 다 안다'며 다수가 목격하고 공유하는 증언들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尹 "저도 반주 좋아하지만"…계엄 몰랐던 홍장원 음주 지적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연합뉴스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조태용 국정원장과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우선 윤 대통령 측은 조 원장을 통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명단 메모' 관련 증언을 무너뜨리는 데 집중했다. 조 원장은 이에 화답하는 듯 해당 메모의 작성 경위에 대한 홍 전 차장의 증언이 사실과 다르며, 메모는 서너 차례에 걸쳐 수정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은 홍 차장이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체포명단을 메모했다던 시각(밤 11시 6분) '집무실'에 있었던 점을 지적하며 "명백히 메모 작성 경위에 대해 허위 증언 했다"고 비판했다. 조 원장도 "(홍 차장의 말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홍 전 차장을 비롯해 여러 증인들이 말하는 계엄 당일 상황별 시간이 조금씩 다른 점이나 오고간 말의 지엽적인 차이를 부각하며 진술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메모가 여러 차례 수정된 점은 홍 전 차장도 이미 탄핵심판 증인으로 나와 경위를 설명한 바 있다. 또 공관과 집무실은 차로 3분 거리여서 특정 시간보단 전체 동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홍 전 차장 입장이다.
   
특히 조 원장은 윤 대통령 측이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는데도 홍 전 차장에 대한 의혹을 불쑥 폭로하기도 했다. 작년 여름쯤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홍 전 차장이 야권 인사에게 7차례 인사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홍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곧바로 본인의 SNS를 통해 공개 해명했다. 국정원 퇴직 상태였던 홍 전 차장의 복귀를 도우려던 다른 인사가 국정원장이었던 박 의원에게 청탁했지만 거절했다는 입장이다. 조 원장 역시 국정원에서 해당 사안을 조사하진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술 더 떴다. 발언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홍장원으로부터) 제가 전화를 딱 받으니 홍장원 목소리가, 저도 반주를 즐기는 편이기 때문에… 딱 제가 보니까 (홍장원이) 술을 마셨다"며 "국정원장 부재중인데 벌써 사람들 만나서 이러는게 온당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장 부재중이니 국정원 잘 챙겨라. 이따 홍 차장에게 전화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하고 끊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윤 대통령의 당시 판단과는 달리 조 원장은 국내에 있었고 홍 전 차장은 계엄이 준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지인들과 저녁자리 중이었다. 그러나 지난 5차 변론기일에 이어 또 홍 전 차장의 음주 사실을 거론하며 흠집내기에 나선 것이다.
   

"왜 거짓말…의인인 척" 비난에 "제 부하들은 다 안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 선서를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이 증언대에 서자 윤 대통령 측의 공세는 한층 심해졌다. 앞서 조 단장의 상관인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탄핵심판에서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조 단장은 거침없었다. 그는 '공포탄 휴대' '국회 본청 통제' '국회의원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명시적으로 증언했다. 정형식 재판관이 "정확한 워딩이 '본청 안으로 들어가라 국회의원을 끌어내라'였느냐"고 묻자, 조 단장은 "그렇다. 내부로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였다고 답했다.
   
조 단장은 해당 지시를 받고 이행하지 않은 채 이 전 사령관에게 다시 전화해 재검토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후 이 전 사령관은 "특전사가 국회 본청 내부로 들어갔으니 너희는 외부에서 지원하라"고 다시 지시했다.
   
조 단장은 이를 특전사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밀집한 인원들 사이 통로를 형성해주는 역할로 이해했다고 답했는데, 윤 대통령 측은 "이해했다"는 표현을 파고들었다. 명확히 지시가 있었던 게 아니라 조 단장이 적극적으로 확대 해석해놓고 이제와 윗선의 지시라며 책임을 떠넘긴다는 것이다.
   
말꼬리 잡기식 질의가 점차 격앙되면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은 "왜 거짓말하나"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문제적인 지시는 없었는데도) 본인이 받은 지시가 불법이라 이행하지 않은 것처럼, 의인처럼 행동한다"고 조 단장을 비난했다.
   
조 단장은 "저는 의인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거짓말해도 제 부하는 다 알고 있다"며 담담하게 답했다. 또 "일체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고 그때 했던 역할을 진술할 뿐"이라고 단호하게 입장을 밝혔다.
   

때릴수록 드러나는 진실…계엄 전날 김건희-조태용 연락 왜?

김건희 여사, 조태용 국정원장. 연합뉴스김건희 여사, 조태용 국정원장. 연합뉴스
증인들의 정치적 중립성과 진술 신빙성을 흔들던 윤 대통령 측이 반대로 눈에 띄게 당황하는 일도 있었다. 홍 전 차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는 조 원장에 대해 국회 측은 '역공' 차원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12월 2일 조 원장과 김건희 여사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질의했다.
   
조 원장은 "뭔가 남아 있다면 그걸 보시면 판단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하면서도, 국회 측의 질의가 계속되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한편 조 원장처럼 윤 대통령 측이 신청해 비교적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한 김봉식 전 청장의 증인신문에서도 의혹거리가 추가로 나왔다.
   
앞서 김 전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계엄 당일 저녁 7시 20분 삼청동 안가에서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과 회동할 당시, 윤 대통령이 계엄의 사유로 개인 가정사도 이야기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국회 측이 해당 내용을 캐물으며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가정사를 말했는데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냐"고 따졌지만, 김 전 청장은 "뉴스에 나오는 계엄 선포 이유와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말을 아꼈다.
   
다시 국회 측이 "뉴스에 나왔다는게 무엇이냐"며 김 여사 관련 연결고리를 암시하자, 김 전 청장은 "특검이라든지 그런 것과 관련 없이 대통령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다시 입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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