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SNS 캡처김혜성(LA 다저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타격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겪던 김혜성이 험난한 적응 과정 끝에 미국 진출 후 첫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김혜성은 2일(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8번 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 김혜성은 2타수 1홈런 1안타 1타점을 작성, 미국으로 간 뒤 가장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또 선구안을 발휘하며 볼넷을 고르기도 했다. 빠른 발을 이용해 3득점까지 올렸다.
김혜성은 이 경기 전까지 시범경기에서 13타수 1안타에 그쳤다. 극심한 부진으로 타율은 0.071까지 떨어졌다. 이 탓에 개막전 26인 로스터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비극적인 전망이 나왔다. 이는 마이너리그에서 2025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김혜성은 부담을 이겨냈다. 생존 경쟁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다.
다저스가 1-2로 뒤처진 5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김혜성은 두 번째 타석에서 시원하게 홈런을 작렬했다. 샌프란시스코 우완 메이슨 블랙의 147.4km짜리 초구를 밀어 쳐 좌익수 뒤 담장을 넘겼다.
김혜성은 담담하게 무표정으로 베이스를 돌았다.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홈을 밟은 뒤 벤치로 들어가는 김혜성을 마중 나와 박수를 보냈다.
2017년부터 작년까지 KBO리그에서 8시즌을 뛴 김혜성은 통산 953경기에 출전했다. 37홈런 1043안타 386타점 591득점의 타격 성적을 기록했다. 타율은 0.304를 남겼다. 한국에서는 이 정도로 타격 성적이 안 나오지 않던 선수였다.
시범경기에서 부진을 겪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타격 자세 수정'이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초반 다저스 구단의 제의로 타격 자세 수정을 시작했다. 당시 김혜성은 "타격에서 바꾸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그 부분을 가장 신경 쓰고 있다. 상체와 하체 모두 바꾸는 중"이라고 알렸다.
홈런 후 베이스를 도는 김혜성. 연합뉴스바뀐 타격 폼에 서서히 적응을 하고 있는 걸까. 김혜성은 이날 경기 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첫 홈런이라 큰 의미가 있다"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로버츠 감독도 "김혜성의 홈런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반색했다. 그러면서 "김혜성은 스트라이크 존을 새로 설정하는 중이다. 기간은 짧아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정말 열심히 연습한다. 홈런에 볼넷까지 골라냈으니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기뻐했다.
타격 폼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로버츠 감독은 "빅리그에서 정말 뛰어난 타자와 살아남지 못한 타자의 차이는 스윙"이라며 "김혜성은 2스트라이크에서도 타격할 능력이 있는 선수"라고 내다봤다. 이어 "새로운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건 스프링캠프 중이라도 꼭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혜성은 팀 내 슈퍼스터 오타니 쇼헤이에게도 많은 조언을 얻고 있다. 김혜성은 "오타니에게 야구에 대해 많이 물어본다"며 "오타니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해 준다.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오는 3월 18일과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2025시즌 MLB 개막전 '도쿄시리즈'에 뛰기 위해서는 개막 26인 로스터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로버츠 감독은 "홈런으로 김혜성의 부담이 사라졌을 것"이라며 "훌륭하게 경쟁하고 있다. 성장할 가능성도 크다. 날이 갈수록 좋아지는 중"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