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레이커스의 루카 돈치치.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댈러스 매버릭스가 4일(한국시간) 차기 시즌 티켓 가격에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알렸다. 2025-2026시즌 홈 구장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스 센터의 시즌 티켓 평균 금액을 8.61%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구단과 팬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 때문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팬들은 특정 프로스포츠 구단의 티켓 값 인상 발표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한 시즌 동안 특정 좌석을 점유하는 연간 회원권 개념의 시즌 티켓은 특히 더 그렇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지역에 거주하는 농구 팬이 아니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 이번 사안은 다르다. 주요 스포츠 매체들은 이 소식을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이역만리 떨어진 한국의 NBA 팬들도 소식을 접했다.
전 세계 팬들은 SNS를 통해 댈러스의 결정을 두고 다양한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황당하거나 어이가 없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댈러스가 지금 팬들을 놀리는 거야?', '오늘이 4월 1일 만우절인가?', '지금 팀 상황을 고려하면 웃음만 나오는 결정이네' 등등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댈러스을 향한 팬심이 최근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다. 홈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다음 시즌 티켓 값까지 인상한다? 그것도 팬들을 위해서라는 이유를 대면서?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댈러스는 최근 루카 돈치치를 LA 레이커스로 보냈다. 돈치치가 누구인가. 슬로베니아 출신의 농구 천재다. 2018-2019시즌 데뷔해 신인왕을 차지했고 2년 차 때부터 지난 시즌까지 NBA 퍼스트 팀(해당 시즌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던 베스트 5를 의미한다)에 선정된 선수다. 이 정도 레벨의 선수가 이적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아니, 거의 없다.
그만큼 돈치치와 같은 선수가 자유계약선수(FA) 이적이 아닌, 트레이드를 통한 이적이 이뤄진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다수의 스포츠 전문 매체들은 돈치치의 이적을 NBA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댈러스는 돈치치를 보내는 조건으로 올스타 빅맨 앤서니 데이비스, 유망주 맥스 크리스티, 202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등을 받았다. 이 외에도 여러 선수들이 트레이드에 포함됐지만 중요하지 않다. 데이비스는 훌륭한 선수다. 다만 댈러스가 돈치치의 가치에 맞는 수준의 대가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데이비스는 1993년생, 돈치치는 1999년생이다.
팬들이 더 화난 이유는 해당 트레이드를 레이커스가 아닌 댈러스가 먼저, 니코 해리슨 매버릭스 단장이 먼저 제안했기 때문이다. 댈러스 팬들은 경기장 앞에 모여 '해리슨 단장을 해고하라'는 등의 거침없는 말들을 쏟아내며 항의했다. 트레이드 직후 댈러스의 홈 경기 때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경찰이 해리슨 단장의 신변 보호를 하기도 했다.
양팀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레이커스는 돈치치가 최근 출전한 5경기를 모두 이겼다. 이적 후 적응을 마친 돈치치는 이 기간에 평균 26.4득점, 9.2리바운드, 7.6어시스트, 2.4스틸을 기록하며 40세 베테랑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팀을 이끌어나가는 기둥으로 우뚝 섰다.
해리슨 단장은 돈치치를 팔아넘긴 이유가 '몸 상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요약하면 다소 뚱뚱하고 몸 관리도 잘 못한다는 것이다. 과거 댈러스 시절 돈치치의 동료였던, 현 레이커스의 도리안 핀니-스미스는 반박했다. "매경기 30점 8리바운드 8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몸무게가 중요한가?"라고.
또 해리슨 단장은 '수비가 우승을 가져온다'고 해명했다. 돈치치의 수비력은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럼에도 돈치치는 지난 시즌 팀을 13년 만에 NBA 파이널 무대로 올려놓았다.
반면, 데이비스는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다. 그런데 부상이 잦다.
데이비스는 지난 9일 휴스턴 로켓츠를 상대로 댈러스 데뷔전을 치렀다. 전반에만 20점 이상을 퍼붓는 등 공수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러나 후반 내전근 부상이 재발했다. 그에게는 고질적인 부상이다. 장기 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댈러스는 트레이드 이후 5할 승률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구단이 차기 시즌 티켓 값 인상을 발표한 것이다. 더 자세한 이유를 뜯어보면 납득할만한 요소가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인생은 타이밍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