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연합뉴스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변호인 일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부당 수사·구속론을 펼치며 그에 대한 저항 행위가 이뤄진 것이라는 취지로 폭도들을 감쌌다. 폭력적인 법원 난입 행위를 감싸는 이 같은 궤변에 방청석에서는 박수까지 터져나왔고, 재판부가 이에 대해 경고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서부지법 폭동 사태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16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피고인석에는 87만 구독자를 보유한 보수 유튜브 '젊은시각' 운영자인 송모씨가 자리했으며, 변호인단에 이름을 올린 황교안 전 총리와 이하상 변호사 등도 참석했다.
황 전 총리는 서부지법 사태 당시 법원 청사 3층까지 무단 진입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 등의 변호를 맡아 이날 재판에 참석했다.
황 전 총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수사권도 없이 수사하고, 관할권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으로 가서 영장을 받아 (윤 대통령을) 구속했다"며 "(피고인들은) 잘못된 수사기관의 수사와 잘못된 구속에 저항하기 위해 나왔다"고 피고인들을 감쌌다. 황 전 총리의 변론 이후 방청석에 있는 일부가 박수를 치자 재판부는 "박수 치는 모양새는 좋지 않다"며 경고했다.
다른 변호인도 윤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 등을 지적하며 "피고인의 행위가 헌법에서, 실정법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자연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 저항권의 일종으로서 정당행위에 충분히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인은 검찰의 대통령 호칭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해당 변호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다. 기자들도 와 있지만 이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전부 알고 있다"며 "정확한 직함을 갖고 있는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이 아니라 윤석열이라고 표현한 게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방청석에서도 "맞습니다" 등 변호인 입장에 동조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지난 17일 열린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도 이와 유사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당시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인 이하상 변호사는 "윤석열, 김용현 이런 식으로 하는데, 장관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통령은 국가 원수인데 호칭을 좀 (바꿔 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재판에서 일부 피고인들은 사태 당시 법원 경내로 진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다중의 위력으로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했다는 검찰 측 공소사실은 부인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다중의 위력을 행사해 법원 경내로 진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법원 후문을 강제로 개방해 무단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박모씨는 후문 강제 개방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박씨 변호인은 "피고인은 다중의 위력으로 (피고인들이) 경내로 진입한 지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 경내로 들어가서 다중의 위력을 보인 바가 없다"며 "피고인은 누군가 도와달라는 외침에 놀라서 도와주기 위해 법원에 들어갔고, 화단 앞에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나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 측은 "저희가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일부 변호인들이 문제 삼고 있는 피고인을 포함한 다수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후문 강제 개방 관련해 피고인을 포함한 부분을 뺄 계획"이라며 "오늘 또는 내일쯤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