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연합뉴스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공격 계획을 논의하는 채팅방에 언론인을 실수로 초대해 논의 내용이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를 두고 민주당과 안보 전문가들은 간첩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강하게 비판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백악관 내부에선 실수를 저지른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미국 매체 애틀랜틱의 제프리 골드버그 편집장은 24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가 실수로 나에게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골드버그 편집장에 따르면,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약 2주 전 상업용 메시지 앱인 '시그널(Signal)'의 암호화된 그룹 채팅방에 골드버그 편집장을 초대했다. 이는 의도된 초대가 아닌 실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이 채팅방에서 이틀간 대화를 지켜봤다고 한다.
해당 채팅방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비롯한 고위급 안보 관료 18명이 참여 중이었다.
골드버그 편집장은 "미국 동부 기준 3월 15일 오후 2시 미국은 예멘 전역의 후티 반군 목표물을 폭격했다. 나는 첫 폭탄이 떨어지기 2시간 전 공격 사실을 알았다. 헤그세스 장관이 오전 11시 44분에 전쟁 계획을 문자로 보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멘 공격 작전의 세부 사항, 목표, 배치 무기, 공격 순서에 대한 정보가 공유됐다"며 "솔직히 말해 등골이 오싹해졌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은 이같은 보도 이후 이 대화방의 존재를 인정했다. 브라이언 휴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유출된 대화방 내용이 진짜로 보인다"며 "초대가 실수로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며 말을 아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 국가안보 정보가 민간 메신저를 통해 유출된 초유의 사태"라며 "기밀 혹은 민감한 전쟁 계획은 반드시 안전한 정부 채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그널은 대화 내용이 자동 삭제되고 서버에 저장되지 않는 보안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공식 정부 승인 채널은 당연히 아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측은 간첩법(Espionage Act) 위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법은 국가 방위와 관련된 정보를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제공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군사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상원의원(로드아일랜드)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심각한 작전 보안 및 상식 실패"라며 "군사 작전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만큼 반드시 승인된 보안 통신선을 통해 최대한 신중하고 정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CNN은 채팅방에 작전 정보를 직접 올린 헤그세스 장관에 대해 "공직 경험 부족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있었지만 결국 상원 인준을 받은 인물"이라며 인선 자체의 문제도 지적했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논란이 커지자 백악관 고위 보좌관 2명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왈츠 보좌관을 경질해야 한다고 건의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백악관 모든 사람이 한 가지엔 동의하고 있다. 왈츠가 빌어먹을 바보라는 것이다"라고 직설적으로 전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신중한 입장을 유지 중이며 향후 언론 반응 등을 살핀 뒤 왈츠 보좌관의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왈츠 보좌관과 이미 대화를 나눴고, 현재로선 신임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