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르난데스. 연합뉴스선발 마운드로 돌아온 '엘동원'.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LG 트윈스)가 2025시즌 첫 등판부터 승리 투수가 됐다. 에르난데스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했다.
투구는 완벽했다. 7이닝 동안 안타 1개, 볼넷 1개를 내준 것 말고는 한화 타선에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삼진은 8개나 잡아냈다. 총 88개의 공으로 한화 타자들을 요리했다. 구종은 직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를 섞어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가 기록됐다.
맞대결 선발 투수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바로 KBO리그 최고 투수 류현진(한화)이었다. 류현진도 이날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에르난데스와 류현진은 명품 투수전을 펼쳤다. 그러나 LG 타자들은 류현진이 교체된 이후 7회부터 한화 불펜을 두드려 5점을 뽑아내고 5-0 승리를 만들었다.
인터뷰하는 LG 에르난데스. 이우섭 기자에르난데스는 이날 경기 후 류현진과 맞대결에서 승리를 따냈다는 점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에르난데스는 "한화라는 좋은 팀, 류현진이라는 좋은 투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둬서 무척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류현진은 미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다. KBO에서도 베테랑인 투수를 상대하고 좋은 승리를 따내서 그 부분이 굉장히 만족스럽다"면서 "당연히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경쟁심이 불타올랐다"고 덧붙였다.
이날은 류현진의 시즌 첫 등판일이자 생일이기도 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에르난데스는 "죄송하다"며 멋쩍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에르난데스는 작년 시즌 도중 대체 외국인 선수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2024시즌에는 정규리그 11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2패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02를 남겼다.
진가는 가을야구에서 발휘됐다. 불펜 투수로 보직을 잠시 옮긴 에르난데스는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PO) 전 경기에 등판하는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성적은 완벽했다. 5경기 7⅓이닝 동안 안타 5개만 허용했고 2세이브 1홀드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 덕분에 에르난데스에게는 '엘동원'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LG 치리노스. 연합뉴스
올 시즌을 앞두고는 다시 선발 마운드로 복귀했다. 에르난데스와 새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 중 누가 개막전 1선발로 나설지에 관심이 모였다. 염경엽 감독의 선택은 치리노스였다. 치리노스는 지난 22일 롯데 자이언츠와 개막전에서 6이닝 5피안타 8탈삼진 2실점의 성적을 남기며 승리 투수가 됐다.
에르난데스는 등판 순서는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1선발이거나 3선발인 것은 절대 중요하지 않다"는 것. 다만 "내가 던지는 순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2년 차로서, 한국 무대를 처음 경험하는 치리노스에게도 많은 조언을 했다고 한다. 에르난데스는 "한국 타자들이 굉장히 똑똑하다고 제일 많이 말해줬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콘택트가 많다. 그런 부분을 미국이랑 제일 큰 차이점이다. 많이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줬다"며 웃었다.
인터뷰하는 LG 에르난데스. 이우섭 기자이날 2만 3750명의 야구팬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2025시즌 개막 이후 3연속 LG 홈경기 매진이다. 2001년 이후 한국프로야구 전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에르난데스는 LG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긍정 에너지'를 받고 있다. 에르난데스는 "팬들이 주실 수 있는 긍정 에너지는 저희에게 다 주시고 가시는 것 같다"며 "팬들이 보내주시는 열정적인 응원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