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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무죄에 겉으론 웃었지만…비명 '할 수 있는 게 없다'

李무죄에 겉으론 웃었지만…비명 '할 수 있는 게 없다'

조기대선 치러져도 경선 나설지 말지 고심

비명계 잠룡들 겉으로는 "사필귀정" 등 언급하며 환영
2심 무죄로 너무 커진 李 존재감에 활동 공간 없어져
대형 산불 국면서 주목받는 李…할 일 없는 잠룡들
대법 판단 남았지만 지지층 눈치에 공격은 자제
비명측 "'李 흠집내기' 시선 우려…대선에 고심 깊어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동료 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 판결에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대권 잠룡들의 표정 관리가 쉽지 않다. 같은 당원으로서는 반겨야 할 소식이지만, 대권 가도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李 '1극체제' 질문에 답 피한 김동연…비명 잠룡들 '잠행'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모습. 경기도 제공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모습. 경기도 제공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7일 이 대표의 2심 판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이제라도 바로잡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도 수원 광교중앙역에서 진행한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촉구 1인 시위 중 이 대표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다만 취재진은 '이 대표 '1극체제'가 공고해질 수 있다는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했는데, 김 지사는 이에 답을 하지 않은 채 "지금의 대한민국의 어려움과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인용이 빠른 시간에 나는 것이 가장 급선무이고 중요한 일"이라고만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전날인 26일에도 "사필귀정.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 다행"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을 뿐 말을 아꼈다.
 
전날 이 대표의 무죄 선고에 "다행이다", "사필귀정"이라고 환영했던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2심 선고 후 곧바로 경북으로 향해 이틀째 산불 피해지역 민심을 살핀 이 대표와는 대조적인 행보다.
 

대형 산불에 이재명만 '주목' 효과

산불 피해 이재민 위로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산불 피해 이재민 위로하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이들이 공개 행보를 줄인 데 대해서는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치권의 시선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쏠려 있던 상황에서, 이 대표가 2심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크게 힘을 받은 탓에 개별적인 목소리를 내도 반향을 불러일으키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한 대형 산불도 비명계 주자들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원내 제1당 대표인 이 대표는 관련 지원을 약속하며 언론과 지지층의 관심 속에 현장을 살필 수 있는 반면, 비명계 주자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이날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작전에 참여했던 용인 서부소방서 대원들을 직접 찾아 격려했지만, 산불이 영남을 중심으로 일어난 탓에 진압에 직접 관여하는 등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14일 간의 단식을 마친 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이다.
 

'李 흔들기' 나서지 못하는 잠룡들…전진하기, 멈추기 모두 부담

이 대표의 선거법 재판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아직 남아있지만, 비명계 주자들이 이를 적극 활용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심 판결이 감형 등 일부 유죄 판단이 아닌 완전한 무죄 판결이었던 데다, 당내 최유력 주자가 1심 실형에서 2심 무죄로 겨우 생환해왔는데 이를 소재 삼아 또 다시 흔드는 것이 맞느냐는 지지층의 비판 여론 또한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명계 원외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 간사 양기대 전 의원은 SNS를 통해 "대법원이 조기 확정판결을 통해 롤러코스터 같이 혼란을 준 1·2심의 엇갈린 판결을 정리해줘야 한다"며 대법원의 판단 결과를 촉구했지만, 비명계 잠룡 사이에서는 관련 언급이 나오지 않고 있다.
 
남은 변수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꼽히지만, 파면이 결정될 경우에는 힘 있는 주자론에 의해 이 대표 쏠림현상이 커질 수 있다. 윤 대통령 복귀가 결정될 경우에는 조기대선 자체가 물 건너가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비명계 주자들에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다 보니 비명 잠룡 측 인사들 사이에서는 조기대선이 성사되더라도 경선에 나가지 않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법리스크 부담을 상당히 덜어낸 이 대표를 상대로 경쟁을 펼쳤다가 자칫 강성 당원들에게 상처만 받은 채 향후 정치 활동을 도모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이 대표의 2심 판결에 대한 김 전 총리의 SNS글에 "전혀 의미 없는…"이라고 비판하는 등 감정의 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한 비명계 인사는 "2심 판결로 이 대표의 존재감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지게 된 탓에 자칫 경선이 당 지지층에게 '선의의 경쟁'이 아닌 '이재명 대(對) 이재명을 흠집 내려는 사람들'의 구도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미 각종 행보를 통해 사실상 대선 준비 움직임을 노출한 터라 고심이 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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