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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신청" 금감원 사칭해 사기조직 자금 운반…법원에선 "몰랐다" 발뺌

"카드 신청" 금감원 사칭해 사기조직 자금 운반…법원에선 "몰랐다" 발뺌

  • 2025-04-13 09:55

춘천지법 "단순 가담했더라도 엄중 처벌 필요" 징역형 집유 선고

연합뉴스연합뉴스
카드가 신청됐다는 거짓 문자로 피해자들을 꾀어내 수천만원을 뜯어내고 이를 사기 조직에 고스란히 전달한 30대가 "범죄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으나 결국 처벌받았다.

춘천지법 형사3단독 박동욱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34)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월 5일 B씨에게 '국민카드가 신청 등록됐다. 아닐시 1800-9175로 신고 요망'이라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해당 번호로 전화를 건 B씨에게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하며 '명의가 도용돼 범죄에 연루됐다. 증거로 제출할 필요가 있으니 가능한 대출을 모두 받은 뒤 알려주는 계좌로 모든 돈을 입금하라'고 속여 1500여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전기통신금융사기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서울에서 자신 명의의 계좌로 입금된 돈 중 600만원을 먼저 인출해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에게 전달하고, 이튿날 같은 은행에서 1300만원을 추가로 인출해 전달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대출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인 줄 알았을 뿐 보이스피싱 범죄인 줄 몰랐다"며 무죄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신원을 알 수 없는 인물이 A씨에게 춘천에서 서울까지 이동하도록 하고 여러 계좌를 개설해 번갈아 가며 돈을 이체하도록 지시한 점, 피해자로부터 받은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제3자에게 전달하게 한 점은 대출에 필요한 절차로 보기 매우 이례적이라고 짚었다.

또 대출을 위해 금융기관이 아니라 개인으로부터 돈을 입금받고, 피해자들에게 돈의 출처에 대해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투자금' 또는 '친척 언니에게 받은 돈'이라고 말하도록 지시한 점 역시 석연찮은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박 판사는 "피고인은 2013년 외국에서 이민을 와 보이스피싱 수법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등 의심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10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면서 귀화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의 모습, 수법 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이어 "보이스피싱 범행은 다수인이 역할을 분담해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조직적·계획적·지능적으로 이뤄지는 범죄로서 그 죄질이 상당히 불량해 비교적 단순한 행위에만 가담했다고 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확정적 고의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지 않고, 범행에 가담해 실질적 이익을 얻지 못한 점 등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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