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화성=박종민 기자노동자가 산업재해사고로 숨져 지난해 산재보험 유족급여가 지급된 사례가 전년보다 도리어 증가했다.
노동부는 노동자 23명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간 경기 화성 1차전지(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참사가 결정적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이와 함께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는 화물·배달노동자들의 사고사망이 급증한 점도 눈에 띈다.
고용노동부는 29일 발표한, 산재보상통계에 기반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유족급여 지급이 승인된 사고사망자는 827명으로, 전년 812명보다 15명 늘었다.
노동자 1만 명당 사고사망자의 비중인 사고사망만인율은 0.39로 전년과 같았다.
2014년~2024년 고용노동부 제공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사망자와 사고사망만인율. 고용노동부 제공산업재해사망통계는 사업주의 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근로복지공단이 산재를 인정해 유족급여 지급을 승인했느냐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산재 여부를 정확하게 가늠할 공식 통계지만, 실제 사고 시점부터 급여 지급이 승인될 때까지 평균 4개월의 시차가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노동부는 이처럼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 수가 증가한 데 대해 우선 지난해 6월 발생했던 아리셀 참사를 지목했다.
또 산재보험 가입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던 와중에, 2023년 7월 전속성 요건이 폐지되면서 특수고용노동자(특고)·플랫폼 종사자 등 노무제공자의 산재보험 가입이 급증한 덕분에 산재보험의 보호 대상 자체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노무제공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2022년 대비 78.2% 증가했다. 그 결과 지난해 유족급여 승인 사고사망자 중 기존 노동자는 3명 줄었지만 노무제공자는 18명 증가해 101명(12.2%)에 달했는데, 과거에는 산재보험 보상을 받을 수 없어 애초 통계에 잡히지도 않던 노무제공자들의 사망사고가 새롭게 추가됐다는 얘기다.
업종별 유족급여 승인 사망사고 현황(단위: 명, %, ‱, %p, ‱p). 고용노동부 제공업종별로 살펴보면 산재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대표적 업종인 건설업에서는 328명이 숨져 가장 많은 비중(39.7%)을 차지했지만, 최근 건설업 불황의 여파로 고용 자체가 줄면서 전년보다는 28명 줄었다.
반면 아리셀 참사가 반영된 제조업의 경우 사고사망자가 22명 늘어나 187명(22.6%)에 달했다.
종사자 수가 많은 서비스업 145명(17.5%, +5명)이 그 다음으로 많았고, 화물·배달노동자들이 포함된 운수창고통신업 138명(16.7%, +27명)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노무제공자 사고사망자 중에서는 '화물차주'가 44명(43.6%)으로 가장 많았고, '퀵서비스' 35명(34.7%), '건설기계종사자' 10명(9.9%), '대리운전기사' 8명(7.9%) 순으로 뒤를 이어서 대부분이 운수창고통신업에 포함됐다.
특히 사고사망만인율은 '건설업'(1.57‱)이 가장 높았는데, '운수·창고·통신업'이 0.99‱로 2위를 차지해 '제조업'(0.46‱), '서비스업'(0.11‱)과 격차가 컸다. 전통적으로 가장 위험한 업종으로 꼽히는 건설업 노동자들과 함께 화물·배달노동자들이 얼마나 위험한 환경에 놓였는지 보여주는 지점이다.
사고유형으로 나눠봐도 흔히 건설업, 제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3대 산재 사고 유형인 '떨어짐-끼임-부딪힘'과 화물·배달노동자들에 잦은 교통사고가 주를 이뤘다.
구체적으로는 △떨어짐 278명(33.6%, -8명) △끼임 97명(11.7%, +9명) △사업장외 교통사고 87명(10.5%, +1명) △부딪힘 80명(9.7%, +11명) 순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건설업에서 자주 발생하는 '떨어짐'은 감소했지만, 다른 유형은 증가세를 보인 점이 눈에 띈다.
노무제공자들의 사망사고 중에서는 사업장외 교통사고로 인한 사고사망자가 62명에 달해 가장 비중이 컸는데, 이 역시 화물·배달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잦았기 때문이다.
사업체 규모로 나눠보면 상시 사용 근로자 수 50인 미만인 사업체에서 670명(81.0%)이 숨졌고, 50인 이상에서 157명(19.0%)이 숨져 대부분의 사고사망자가 작은 사업체에서 발생했다.
세부적으로는 '5~49인'에서 숨진 노동자들이 361명(43.7%)으로 가장 많았고, '5인 미만' 309명(37.4%), '50~299인' 110명(13.3%), '300인 이상' 47명(5.7%)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50~299인'은 20명 감소한 반면 5인 미만에서 31명이나 급증했고, '5~49인'(+2명), '300인 이상'(+2명)은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404명(48.9%)으로 가장 많았고, '50~59세' 214명(25.9%), '40~49세' 112명(13.5%), '30~39세' 65명(7.9%), '30세 미만' 32명(3.9%)순으로 대체로 연령이 높은 노동자들의 비중이 컸다.
외국인 사고사망자는 102명(12.3%)으로 전년 대비 17명 증가했는데, 이 역시 아리셀 참사의 영향이 커보인다. 아리셀 참사 당시 숨진 23명의 노동자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