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경 토브아동가족상담센터장. 제주CBS ◆김영미> 먼저 상담센터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방미경> 토브아동가족상담센터는 아동·청소년과 가족이 정서적 어려움 속에서도 회복과 성장을 경험하며 삶이 다시 세워질 수 있도록 돕는 상담 공간입니다. '토브'는 히브리어로 '좋다, 선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선한 목자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며 지금 겪는 어려움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지나가고, 아이뿐 아니라 가정 전체가 다시 바른 자리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김영미> 교회 사모이자 상담가로 살아오고 있는데, 이 두 역할은 사모님 삶에서 어떻게 맞닿아 있나요.
◇방미경> 저에게 사모와 상담가는 분리된 역할이라기보다 삶의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일입니다. 사모로 살아오며 아이들과 부모, 가정을 가까이서 만나게 되는데, 그 안에는 기쁨도 있지만 갈등과 상처도 많습니다. 그 과정을 지나며 단순히 잘 견디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이 다시 세워지도록 돕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사모는 '듣는 자리'이고, 상담가는 그 이야기를 더 깊이 다루도록 훈련받은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미> 상담이라는 영역은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됐나요.
◇방미경>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아동·청소년복지학으로 석사를 했습니다. 오랜 시간 현장에서 아이들과 청소년을 만나며 일했는데, 제도적 지원이나 서비스 연결만으로는 다 다룰 수 없는 마음의 문제들을 자주 마주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한 상담소 소장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 인연을 통해 상담이라는 영역에 더 가까이 가게 됐습니다. 마침 코로나 시기와 겹치면서 삶의 방향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동안 마음에 남아 있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깊이 다루는 일이 결국 상담이라는 확신으로 이어졌습니다.
2025 예인교회 가을맞이 가족초청행사. 방미경 사모 제공◆김영미> 상담 현장에서는 사람의 가장 연약한 순간을 마주하게 될 텐데요. 그때 느끼는 감정은 어떤가요.
◇방미경> 상담을 하다 보면 인간의 연약함과 죄성, 그리고 그로 인해 삶에 남겨지는 결과들을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선택 하나, 관계 하나가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 자리에서 상담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상담은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무너진 자리에서 함께 다시 세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저 역시 같은 연약함을 가진 사람임을 더 분명히 깨닫게 됩니다.
◆김영미> 상담을 시작할 때 가졌던 기대와 실제 현장의 모습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나요.
◇방미경> 처음에는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도움을 받으면 비교적 빠르게 변화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훨씬 더디고 복합적이었습니다. 많은 문제는 개인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형성된 관계와 환경 속에 깊이 얽혀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담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라기보다, 무너지지 않도록 함께 버텨주고 변화의 속도보다 방향을 함께 잡아가는 일이라는 것을 배우게 됐습니다.
◆김영미> 아동 상담에서 가족 상담으로 시선이 확장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방미경> 아이의 문제는 아이 한 사람 안에서만 생기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부모의 정서 상태, 양육 방식, 부부 관계 등 가족 전체의 구조와 흐름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행동과 정서에 집중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가정이 어떤 분위기 속에 놓여 있는지를 보지 않으면 상담이 깊어질 수 없다는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상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가족 전체로 확장됐습니다.
◆김영미> 상담가로서 한계를 느끼는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방미경> 많습니다. 사람의 삶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말 한마디와 방향 하나가 누군가의 삶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무게 앞에서 제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 자리가 제가 해결자가 되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붙듭니다.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회복시키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이시라는 고백이 제 어깨의 짐을 내려놓게 합니다.
2025 예인교회 여름성경학교. 방미경 사모 제공◆김영미> 이 일을 계속 붙들게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미경> 상담은 제게 직업이기도 하지만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는 일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 영혼' 때문입니다. 상담 현장에서 만나는 이야기들 속에는 늘 하나님과의 관계, 삶의 근원이 흔들린 자리가 있습니다. 당장의 행동 변화보다, 한 사람이 자기 삶의 자리에서 다시 하나님을 향해 설 수 있도록 돕는 일, 그것이 제가 이 일을 계속 붙드는 이유입니다.
◆김영미> 사모님은 제주에서 개척교회를 섬기고 있는데요, 제주에 내려오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방미경> 저는 제주 출신이지만 서울에서 공부하고 교회를 다니며 남편을 만났고, 신혼 생활도 서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도 선교를 잠시 다녀온 뒤, 남편의 기도 가운데 제주에서 개척을 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겨 2015년에 내려오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저와 남편, 그리고 아이까지 셋이서 시작한 개척이었습니다.
◆김영미> 제주에서의 개척 사역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방미경> 기반이 없다 보니 정착이 쉽지 않았고, 많은 분들이 오가며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됐습니다. 그럼에도 노방에서 전도를 하며 건빵도 나누고 열심히 씨를 뿌렸는데, 당장에는 열매가 없어 보여도 다른 곳에서 맺게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때에 따라 돕는 은혜로 여기까지 인도하셨음에 감사드립니다.
◆김영미> 교회 사역과 상담센터 운영, 세 아이의 엄마로서 쉼은 어떻게 갖고 있나요.
◇방미경> 상담센터를 오픈한 이후로는 쉬지 않고 달려온 시간이었습니다. 상담이 없을 때는 양육이 있고, 그 외의 시간에는 교회 사역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교회 사역에 다시 집중할 때 쉼을 느낍니다. 일이 삶의 중심이 될 때는 쉬지 못하지만, 하나님을 위한 일로 우선순위가 다시 정리될 때 마음이 쉬어집니다.
◆김영미> 요즘 품고 있는 기도 제목도 나눠주세요.
◇방미경> 요즘 가장 많이 드리는 기도는 제 역할을 잘 감당하게 해 달라는 것보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어떻게 세워가고 계신지를 놓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교회 규모에 비해 주일학교 아이들이 많아 공간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그 과정 속에서 제 마음이 앞서가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잘 분별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김영미> 마지막으로 상담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방미경>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복에도 하나님의 부르심의 때가 있습니다. 억지로 앞당길 필요도, 계속 미룰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그때가 왔을 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도움의 통로를 통해 회복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