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기자회견. 최호영 기자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기 위한 부산·경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주민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빠른 통합'보다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제대로 된 통합'을 택한 것으로, 시도민 절반 이상이 통합에 찬성한다는 여론 성적표를 받아 든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통합의 최종 판단은 시도민이 해야 한다며 '주민투표'를 제안했다. 대전·충남, 광주·전남이 행정통합의 속도전을 펼치는 것과 비교된다.
공론화위원회는 13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 3개월간의 활동 결과와 시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23일부터 29일까지 만 18세 이상 404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행정통합 찬성 의견이 53.6%(부산 55.5%, 경남 51.7%)로 나타났다. 지난 2023년 여론조사 대비 18%p 상승한 수치다. 반대 의견은 29%로, 2023년 대비 16.6%p 하락했다.
경남은 18~29세 청년층의 찬성률이 59.7%로 가장 높았다. 지역별로는 밀양시(59.5%), 양산시(58.2%)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고, 창원시(45.8%), 통영시(45.8%)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부산은 60대 찬성률이 64.7%로 가장 높았다. 동구(63.8%), 영도구(62.6%), 연제구(61.5%) 등 원도심 지역의 찬성률이 높은 반면, 기장군(47.9%)은 찬성률이 가장 낮았지만, 반대율도 18%로 최저 수준이었다.
공론화위는 행정통합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반대 목소리와 지역별 온도 차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정치권의 일방적 통합이 아닌, 주민이 직접 선택하는 통합이 갈등을 최소화하고 정당성을 확보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위원회는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통합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통합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최종 결정은 반드시 '주민투표'를 통해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 다른 광역 지자체들이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도 '상향식 민주주의'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앞서 박완수 경남지사도 "광역자치단체의 통합은 정치권의 일방적인 '톱다운(Top-down)' 방식은 안 된다"며 "그 과정에서 갈등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면 최종 결정은 시도민의 뜻을 묻는 주민투표로 결정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문제는 시간이다. 주민투표법상 6·3 지방선거 60일 전부터는 주민투표를 할 수 없다. 지방선거 전 통합을 목표로 한다면, 3월 안에는 주민투표를 마쳐야 한다. 박완수 지사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고 밝힌 이유다.
박 지사는 최근 "통합자치단체의 위상과 권한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이 담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그리고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소재지 등 이런 개괄적인 내용이 나와야만 주민투표에 부칠 수 있고,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다. 못할 건 없지만, 물리적으로 빡빡하다"고 말했다.
때문에 주민투표 시기 등 행정통합의 공은 지방선거 이후인 민선 9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경남에서는 여전히 '대도시 집중에 따른 농·어촌 낙후화(28.5%)'와 '지역 간 갈등 및 사회적 비용 증가(26.2%)'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른바 부산으로의 '빨대 효과'에 대한 경계심이다.
이에 공론화위는 특정 지역 편중을 막기 위해 기초 지자체가 직접 참여하는 '권역별 상생협력기구' 설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지금은 부산과 경남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 중이지만 "역사적으로 한 뿌리인 울산시를 포함한 완전한 통합이 필요하다"며 향후 울산의 동참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속적으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특단의 지원도 정부에 요청했다. 공론화위는 "부산·경남은 경제 규모, 산업 연관 구조, 인프라 연계 효과 등에서 다른 지역보다 통합의 파급력이 훨씬 큰 지역"이라며 "정부는 부산·경남의 위상에 걸맞은 자치권 확대와 특례 부여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통합 추진 과정에도 적극적인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에게 전달한다. 의견서에는 '경남부산특별시(가칭)'로 한 행정통합 모형, 300개가 넘는 특례가 담긴 특별법 초안 등이 포함된다.
이후 두 시도지사는 주민투표 시기 등 행정통합 추진 일정을 밝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