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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AI'냐, '살아남는 AI'냐…'국가대표 AI'가 던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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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책

    '순수한 AI'냐, '살아남는 AI'냐…'국가대표 AI'가 던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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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NC 탈락 후폭풍…카카오까지 불참, 업계서 현실성 논란
    정부의 '프롬 스크래치' 독자성 기준, 개발 효율성과 충돌
    정부 입장에선 '데이터 주권·안보' 위해 통제 가능한 AI 필요
    순수성 vs 실용성…국가대표 AI 정책의 다음 시험대

    연합뉴스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독자 AI(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 결과가 국내 AI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와 NC AI가 탈락한 데 이어 카카오까지 2차 '재도전형 경쟁'에 불참하기로 결정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독자성' 기준이 산업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다만 정부 역시 데이터 주권과 안보, 공공 인프라 통제를 이유로 독자성 원칙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가대표 AI 정책이 기술적 자립과 산업 경쟁력이라는 두 목표를 어떻게 동시에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대표 AI 평가, '독자성'이 가른 기준과 논쟁

    20일 정부에 따르면 과기부는 국가대표 AI 선발의 핵심 기준으로 해외 모델을 단순 미세 조정한 방식이 아닌, 모델 설계부터 사전 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한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AI를 제시했다. 이는 가중치를 초기화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학습해 독자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의미로, 국가 안보와 공공 인프라 영역에서 외산 AI 의존을 최소화하겠다는 정책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과기부는 지난 15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평가에서 유력 후보였던 네이버클라우드를 탈락시켰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중국 알리바바의 오픈 웨이트 모델 '큐웬(Qwen)'의 인코더와 가중치를 활용한 점이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서 '인코더'는 멀티모달 AI(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복수 입력을 다루는 모델)에서 이미지나 소리와 같은 입력을 모델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하는 핵심 구성 요소다. 과기부가 문제 삼은 지점은 오픈소스 인코더를 참고했다는 사실 자체라기보다, 사전 학습된 가중치를 그대로 활용했고 이를 초기화한 뒤 자체 학습을 통해 독자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에 맞춰져 있다.

    이에 대해 산업 현장에서는 개발 효율성과 기술적 순수성 사이의 간극이 부각되고 있다. 글로벌 AI 시장이 상용 모델과 오픈소스의 결합을 통해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이 자칫 속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챗GPT, 제미나이 등 글로벌 모델의 기술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유료 결제 시장 장악력도 커, 현 지원 규모만으로 한국형 모델이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인식은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미국 벤처캐피털 멘로벤처스는 '2025년 기업 대상 생성 AI 판매 현황' 보고서에서 기업의 생성형 AI 관련 지출이 2023년 17억 달러에서 지난해 370억 달러로 2년 만에 22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AI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모델 학습 투자를 모두 포함한 수치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속도전에서 뒤처질 경우 국산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가 1차 탈락 기업을 대상으로 상반기 추가 공모를 예고했음에도, 네이버·카카오·NC 등이 불참 기류를 굳힌 배경에는 이 같은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I 주권, 모든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 아냐"

    연합뉴스연합뉴스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꼽히는 조경현 미국 뉴욕대학교 교수도 네이버 탈락을 둘러싼 기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 교수는 16일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네이버클라우드가 사전 학습된 비전과 오디오 인코더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실격 처리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조 교수는 AI를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다양한 입력을 하나의 지능으로 통합하는 기술로 보면서, 비전·오디오 인코더와 같은 구성 요소를 토큰 임베딩 계층과 유사한 '조립 부품'으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구성 요소에 오픈소스나 사전 학습 모델이 활용됐다는 이유만으로 '처음부터 만든 AI가 아니다'라고 단정하는 접근은 기술 현실과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최종현학술원 과학기술혁신위원회가 발간한 'AI 주권 시대, 대한민국의 선택' 보고서에서 경고한 'AI 갈라파고스' 우려도 같은 맥락이다. 성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국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전 분야에 일괄 적용·강제할 경우, 과거 액티브X나 공인인증서처럼 고립된 생태계로 귀결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김유석 최종현학술원 대표는 발간사에서 "AI 주권은 모든 것을 직접 만들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국가가 반드시 통제해야 할 영역과 글로벌 협력을 활용할 영역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경쟁의 속도 못지않게 방향, 즉 국가 차원의 목표와 책임 범위를 분명히 설정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데이터 주권·보안 위해 '통제 가능 AI' 필요성도

     그럼에도 정부가 '독자성'을 고수하는 이유는 안보와 통제권 논리로 귀결된다. 국방·외교·전력망·교통 등 핵심 인프라에 적용될 AI의 경우, 외부 라이선스나 해외 기업의 정책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해외 클라우드 기반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컴퓨터나 소프트웨어 사이의 연결)를 그대로 사용할 경우, 정부 기밀이나 기업의 민감한 정보가 국경 밖 서버로 이전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정부 입장에서는 데이터 주권과 보안이 걸린 영역에서 필요 시 스스로 고도화하고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모델을 최소한 확보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 '국가 AI 스택(기술 요소 집합)' 전략 측면에서도,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 모델, 서비스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면 자체 모델이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독자 모델이 없을 경우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해외 API 위에서 제한적인 부가가치만 창출하는 구조로 고착화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번 국가대표 AI 1차 평가는 단순한 탈락과 진출을 넘어, 한국 AI 정책이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됐다. 정부가 제시한 독자성 기준은 소버린 AI라는 목표에는 충실하지만, 그것이 'AI 3대 강국'이라는 더 큰 산업 전략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기술적 순수성과 산업적 실용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설계할 것인지가 재도전 공모를 포함한 다음 단계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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