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이 오는 3월 정규 5집으로 돌아오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관련 홍보로 꾸며져 있다. 연합뉴스방탄소년단(BTS) 복귀 공연을 앞두고 해외 관광객 등을 노린 '바가지 행태' 걱정도 덩달아 커진 가운데, 정부가 이를 근절하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앞으로 가격 게시 의무를 어기거나 바가지 요금을 받는 음식점, 숙박업체에는 적발 즉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또 시기별로 요금상한선을 미리 정하는 '바가지 안심가격제'를 도입하고,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한 숙박업소 등에는 제재를 넘어 소비자 피해를 배상토록 하는 규정도 신설한다.
정부는 25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대통령 직속 제11차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바가지요금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그동안 국무총리 소속이었던 국가관광전략회의가 지난해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된 이후,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최근 성수기 및 대규모 행사마다 숙박, 교통, 음식업 등에서 일부 업자들이 과도한 바가지요금 문제를 일으켜 관광객과 대다수 선량한 사업자에게 피해를 줄 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이미지까지 훼손한다고 보고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봄철을 앞두고 나들이 인파가 증가할 뿐 아니라, 다음 달 31일 군 제대 후 완전체로는 처음으로 복귀하는 BTS 광화문 무료 공연 및 월드 투어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을 대비해 선제 대응에 나선 셈이다. 실제로 오는 6월 BTS 공연을 앞둔 부산의 숙박요금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공연 기간 요금이 이전보다 평균 2.4배, 최대 7.5배나 값이 뛰어 바가지 영업이 사실로 확인된 바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을 살펴보면, 각종 바가지 행태를 처벌할 근거 규정을 대거 마련하고, 이에 대한 처벌도 기존의 경고, 과태료에 그치던 것을 첫 적발 즉시 영업정지 5일 이상 조치하도록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바가지요금 법적제재 강화(안). 재정경제부 제공우선 요금표 관련 규정이 미비한 숙박업소들에 의무부과 규정을 신설한다. 그동안 관련 의무가 아예 없던 외국인도시민박이나, 가격게시 의무만 있을 뿐 정작 이를 준수할 의무가 없던 농어촌민박 모두 가격을 게시하고,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더 나아가 가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거나, 실제로는 요금을 더 받는 등 바가지 행위를 벌이는 숙박업소·음식점을 적발하면 시정명령이나 과태료 등을 거치지 않고 즉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법적제재도 강화한다.
애초부터 업소 스스로 가격대를 합리적으로 형성하고, 소비자들도 이를 미리 알 수 있도록 '바가지 안심가격제도'(자율요금 사전신고제)를 도입한다. 숙박업소들이 직접 비성수기·성수기·특별행사기간 등 시기마다 요금 상한을 미리 정해 사전신고·공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숙박업체는 시기별 자율요금을 정기적으로 지방정부에 사전신고하고, 관련 플랫폼이나 자체홈페이지, 접객대 등에 공개해야 한다. 신고받은 지방정부 역시 홈페이지에 이를 공개하는데, 만약 업체가 요금을 신고하지 않거나, 신고한 것보다 요금을 더 받으면 영업정지 제재를 받게 된다.
BTS 부산 공연 당시 논란이 됐던, 대목을 맞으면 기존 예약을 취소하고 더 비싼 요금으로 다시 손님을 받는 얌체 행각에도 제재를 가한다. 숙박업체가 정당한 사유없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취소하면 역시 영업정지하도록 관련 규정을 새로 만들고, 소비자에게 계약금을 환급할 뿐 아니라 피해를 배상하도록 배상 관련 규정도 마련하기로 했다.
성수기에 평소 신고한 요금보다 10배 가까이 비싼 요금을 받아 논란을 빚었던 제주 렌터카 업계의 요금신고제도 손을 보기로 했다. 최대할인율 규제를 도입해서 비수기-성수기 요금격차를 적정 수준으로 줄이고, 필요한 경우 타지역에도 신고제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바가지 요금을 받은 택시업자의 경우, 그동안 처음 적발된 경우 경고 조치에 그쳤던 것을 자격정지 30일로 제재 수위를 강화한다.
근본적으로 바가지 행태를 근절할 수 있을 제도적 유인책도 제시됐다.
바가지요금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점포에는 온누리 상품권·지역사랑 상품권 가맹점 등록 취소를 추진할 뿐 아니라, 또 적발되면 해당 점포가 포함된 시장에도 온누리 상품권 환급행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제한한다. 아울러 시장지원사업 및 문화관광축제 등을 평가·선정할 때에도 감점요인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반면 바가지 행태를 잘 잡아낸 지방정부를 위해서는 330억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비스가 좋은 인증업소인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지원예산도 지난해 31억 원에서 올해 49억 원으로 확대한 것을 감안해 지정 대상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예방·신고에 대한 대응부터 조치, 사후관리까지 범정부 대응체계를 강화한다. 특히 사전예방을 위해 행안부·지방정부·관계부처·민간단체 및 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바가지요금 합동점검반'이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한다.
또 정부는 관광불편 통합신고(1330) 등 신고접수 업체 리스트를 지방정부와 공유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에 통보해서 위법·탈법 행위를 집중 점검하도록 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 강기룡 차관보는 사전브리핑에서 "목표는 상반기 중 관련 법 개정"이라며 "법이 개정되면 연내 시행령 및 규칙 개정 작업을 통해 연내 시행한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BTS 공연 등을 앞두고 불거진 바가지 논란에 대해서는 "지금 당장은 지방정부와 지역 플랫폼 업체 등이 자율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부분을 입법 전 유도할 것"이라며 "공급이 부족한 경우 지방정부에서 갖고 있는 숙박시설이나 공공 휴양시설을 개방하는 등의 조치로 보완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