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 제공극지연구소(소장 신형철)가 세계 최초로 남극권 중앙해령의 심해 열수 시스템을 무인잠수정으로 직접 관찰하고 시료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박숭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UST 극지과학 전공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이용해 남극 장보고기지에서 약 1200㎞ 떨어진 해역을 탐사했다. 이곳에 위치한 수심 1300m 해저산 '날개'를 대상으로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열수광석과 심해 생물 시료를 채집했다.
중앙해령·열수 시스템…자원가치 높아
중앙해령은 맨틀에서 분출된 마그마가 새로운 해양 지각을 형성하는 거대 해저 산맥이다. 이 과정에서 마그마와 반응한 바닷물이 고열로 분출되며 열수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열수구 주변에는 독특한 심해 생태계가 형성되고, 동시에 구리·아연 등 유용 금속이 농축된 열수광석이 형성돼 자원 가치와 학술적 관심이 높다.
연구팀은 지난해 1월 같은 해역에서 드렛지 장비로 경제적 가치가 높은 열수광석을 채집한 바 있다. 이번 탐사에서는 무인잠수정을 투입해 당시 채집된 광석과 유사한 형태의 광석들이 해저면에 대규모로 분포하고 있음을 직접 포착, 해당 지역의 자원 잠재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아리아리호 심해 포착 장면과 채집 생물들/ 극지연 제공심해 생물 12개체 채집…신종·생태계 연구 본격화
연구팀은 무인잠수정의 정밀 로봇 팔과 시료 흡입 장치를 활용해 자포동물, 해면동물, 극피동물 등 총 12개체의 심해 생물을 성공적으로 채집했다. 확보된 시료를 바탕으로 신종 여부를 비롯해 남극 심해 열수 생태계의 구조와 성장 메커니즘을 규명할 계획이다.
'아리아리호'로 푸는 극한 심해 미스터리
탐사에 사용된 무인잠수정 '아리아리호'는 극지연구소와 국내 무인잠수정 전문기업 ㈜레드원테크놀러지가 공동 개발한 장비로, 최대 6천m 수심까지 잠수해 실시간 모니터링과 시료 채취, 해저 측량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이 장비는 인간 접근이 어려운 극한 심해 환경을 조사하는 핵심 수단으로 평가된다.
"남극 심해 탐사 확대…미래 기술 개발로 이어갈 것"
박숭현 책임연구원은 "남극권 중앙해령에서 무인잠수정으로 심해 열수 환경을 직접 관찰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도약"이라며 "첨단 로봇을 활용해 기존 선상 탐사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정밀한 정보와 시료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남극 심해 탐사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면서 "장기적으로 산·학·연 협력을 통해 차세대 심해 탐사용 무인잠수정과 자율무인잠수정(AUV) 기술을 동시에 개발해 글로벌 극지 연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