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확대가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을 개선할 여지가 있지만, 그 효과는 재원 마련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추가 재원 조달 방안으로는 지출구조조정, 소비세율 인상, 자본소득세율 인상이 거론되는데, 이 가운데 자본소득세율을 인상할 경우 총생산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출구조조정과 소비세율 인상은 총생산을 늘리고 미래 세대의 후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소비세율 인상은 고령층이 많은 현재 세대의 후생을 악화시켜 조세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우려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처럼 재원 마련 방식에 따라 경제·후생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세대별 선호 차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건보 국고지원율 13.7%→20% 확대 시 총생산 증가
23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동국대 경제학과 임태준 부교수와 한종석 부교수는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의 경제 및 후생 효과' 논문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해당 논문은 예산정책처가 지난 20일 발간한 '예산정책연구' 제15권 제1호(2026년 3월)에 실렸으며, 예정처의 공식 견해는 아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은 일반회계에서 보험료 예상 수입의 14%,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6%까지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국고지원율은 이명박 정부 16.4%, 박근혜 정부 15.3%, 문재인 정부 13.7% 수준에 머물렀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로의 전환'을 12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며,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확대하고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교수 등은 가계(생애주기 모형), 기업, 정부로 구성된 모형경제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 국고지원율을 현행 13.7%에서 법정 최대치인 20%로 확대할 경우 보험료율 하락으로 총노동과 총자본이 증가해 총생산이 기준경제보다 높아진다고 밝혔다. 다만 재원 조달 방식에 따라 최종적인 총생산 변화에는 차이가 나타났다.
국고지원율 변화가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총생산, 총노동, 총자본, 총소비 등 주요 거시 변수의 변화를 추정했으며, 13.7%를 기준으로 20% 확대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했다.
해당 논문 캡처 정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경우 총생산은 기준경제 대비 0.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 하락으로 가처분소득이 늘어나 소비와 저축이 증가하고, 노동공급도 확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총소비는 0.42% 증가해 총생산 증가폭을 웃돌며 경제 심리 개선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이자율은 0.02%포인트 하락하고, 실질임금은 0.057%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재원 조달 역시 총생산을 0.11%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다만 소비세율 상승으로 가처분소득이 크게 늘지 않으면서 소비보다는 저축이 증가해 총자본이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났다. 노동공급 역시 증가하면서 총생산이 확대되고 총소비도 증가하지만, 증가폭은 지출구조조정 시나리오보다 낮은 수준에 그쳤다.
반면 자본소득세율을 인상할 경우 총자본이 0.84% 감소하면서 총생산은 0.2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총소비도 0.07% 감소하고,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한 노동공급은 0.08%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실질이자율은 0.06% 상승하는 반면, 실질임금은 0.32%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축소하거나 일몰할 경우에는 보험료율이 8.14%까지 상승해 총노동과 총자본이 감소하고, 총생산은 기준경제 대비 0.31%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논문 캡처세대별 후생 효과 달라…소비세 인상은 고령층 부담
사회 후생 측면에서는 미래 세대와 현재 세대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미래 세대는 지출구조조정과 소비세율 인상 방식에서 후생이 개선되는 반면, 자본소득세율 인상과 국고지원 축소 시나리오에서는 후생이 악화됐다.
현재 세대 역시 연령대에 따라 영향이 달랐다. 소비세율 인상은 모든 연령층의 소비에 적용되는 반면, 자본소득세율 인상은 자산을 보유한 계층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험료 부담 변화는 직장가입자가 지역가입자보다 크게 나타나며, 노동시장 참여 연령층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결과적으로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은 현재 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의 후생을 개선하는 반면, 자본소득세율 인상은 두 세대 모두의 후생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세율 인상은 미래 세대 후생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지만, 현재 세대 특히 고령층의 후생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해당 논문 캡처연구진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확보가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점에서 소비세율 인상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소비세 인상은 조세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임 교수 등은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20% 수준까지 확대하면 경제적 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도 "재원 조달 방식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는 만큼 신중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비세율 인상 시 청장년층은 보험료율 인하 효과로 부담이 상쇄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이는 미래 세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령층은 보험료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 소비세 인상 부담만 증가해 순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정책 저항이 발생할 수 있다"며 "세대별 선호 차이를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