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노태악 전 대법관의 퇴임 이후 후임 제청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는 9월 이흥구 대법관 퇴임을 앞두고 후보자 추천 절차가 이달 시작될 전망이다.
조만간 현실화 할 대법원 재판 공백과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 도입으로 대법원과 관할 업무가 중복된 상황 등이 청와대와 대법원의 교착상태를 풀 열쇠가 될지 주목된다.
노태악 후임 제청 아직이지만…후보추천위 또 가동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달 내로 이 대법관의 후임 인선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지난 1월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4명의 후보(김민기·박순영·손봉기·윤성식)를 추천했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청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후보추천위원회가 가동되는 것이다.
지난 3월 3일 노 전 대법관의 퇴임으로 공석이 생긴 재판업무는 이튿날(3월 4일) 박영재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처장 직에서 사의를 표해 재판업무로 복귀하면서 겨우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법관의 퇴임은 오는 9월로 약 4개월 남았지만 후임 임명까지 거쳐야 하는 절차들을 고려하면 넉넉한 기간은 아니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제청 대상자 천거를 받아 이들의 주요 경력과 재산, 병역 등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의견수렴을 거치고, 심사를 통해 제청할 대법관의 3배수 이상을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대법원장은 추천 내용을 존중해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회의 청문회 절차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노 전 대법관 후임 추천 절차도 퇴임을 4개월여 앞둔 지난해 11월부터 이뤄졌다.
조 대법원장이 여태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을 하지 않는 데엔 청와대와 대법원의 이견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는 여성이자 진보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1순위로 고려했는데, 대법원은 의견이 달라 사실상 제청을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2~3명의 대법관이 연달아 또는 동시에 퇴임해 복수의 대법관 후보를 한꺼번에 제청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제청이 장기간 지연된 상황에서 추가 후보자 추천 절차가 진행되는 건 처음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달 13일 "헌법상 대법관 제청권은 대법원장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다. 그럼에도 대법원 측은 제청 지연에 대해 아무런 해명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헌법기관 구성 책무를 방기해선 안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본격화된 대법·헌재 업무 중복…'부부 최고법관' 논란 커질 듯
연합뉴스제청을 장기간 미루는 데 대한 조 대법원장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대법원과 헌재의 업무영역 중복이 현실화된 상황이 교착상태를 풀 열쇠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고법판사의 남편은 오영준 헌재 재판관으로 후보 추천 당시부터 부부가 동시에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이라는 최고 법관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헌재가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문제를 꼬집고 나서는 등 두 기관의 업무영역 중복과 긴장관계가 본격화 되는 상황에서 그러한 인사가 외관의 신뢰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2011년 이상훈 대법관이 제청되기 직전 법원에 근무 중이던 친동생 이광범 판사가 사직한 바 있다. 2016년 김재영 대법관이 제청되기 수개월 전 부인인 전현정 판사도 법복을 벗었다. 이론적으로는 이광범·전현정 당시 판사가 판결한 하급심 사건이 상고심에 회부된다면 이상훈·김재영 대법관은 회피를 해 심리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문제를 피해갈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사법의 신뢰가 담보되긴 어렵다고 본 셈이다.
서울 소재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상고심에 회부되는 민사 본안 사건의 약 70%가 심리불속행 종결되는 상황에서 헌재가 그 기준을 매우 엄격히 제시하거나 제도 자체의 위헌성을 지적한다면 대법원 재판에 상당한 영향이 예상된다"며 "이러한 민감 상황이 계속될 텐데 단순히 회피·기피하면 이해충돌 문제가 해소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장이 임명·위촉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 고법판사의 가족관계를 검토하고도 신임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했다는 점에서 큰 시비거리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이 대법관의 후보자를 추천할 때 앞서 노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추천된 4명이 다시 추천될 수 있는지도 주목된다. 후보추천위는 제청인원의 3배수 이상을 추천하면 되기 때문에 이미 추천해둔 후보 4명이 포함된다면 2명만 더 추천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