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연아, 넌 남들보다 기량이 뛰어나니까 잘할 수 있을 거야."(이광현) "광현아, 네가 가진 실력 다 보여줘. 화이팅."(서지연)
제1회 싱가포르 하계 청소년 올림픽(8월 14~26일) 펜싱 종목에 동반출전하는 이광현(17, 남자 플뢰레)과 서지연(17, 여자 사브르)은 공통점이 많다.
서울체고 2학년 동기생인 두 선수는 모두 중학교 1학년 체육시간에 학교 펜싱부 감독 눈에 띄어 ''검객''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해와 올해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대회에 나란히 참가했고, 19일부터 시작된 펜싱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도 함께 받는다. 자식 뒷바라지에 열성적인 아버지를 둔 점도 똑같다.
''동갑내기 친구가 옆에 있어 든든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지연 양은 고개를 뒤로 젖히고 까르르 웃었다. 광현 군은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수그리면서도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서로 건네는 진심어린 격려의 말에 두 선수의 얼굴이 금세 웃음꽃으로 물들었다. 같은 곳을 바라보며 똑같은 보폭으로 펜싱선수의 길을 걷는 지연 양과 광현 군. 낙천적인 여검객과 자신감 넘치는 승부사를 지난 19일 서울체고 펜싱장에서 만났다.
◈''여자 사브르'' 서지연-낙천적인 여검객 펜싱은 14m 피스트 위에서 진검승부를 펼치는 종목이다. 특히 사브르는 펜싱 세부종목 중 가장 격렬하다. 여자 사브르 개인전과 단체전은 각각 2004 아테네,2008 베이징 올림픽에 가서야 정식종목이 됐다.
사브르는 베기,자르기,찌르기가 모두 허용되기 때문에 그만큼 힘들지만 서지연 양은 "모든 동작이 빠르게 진행되어서 맘에 든다. 과격한 움직임이 많은 건 괜찮다"며 웃었다. [BestNocut_R]
지연 양은 올초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대회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따며 청소년올림픽 티켓을 거머쥐었다.
"지난해 같은 대회 나갔을 땐 32강전에서 한국선수한테 지는 바람에 초반 탈락했죠. 너무 허무했는데 이번엔 다른 나라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메달을 획득해서 기억에 남아요."
하지만 가슴 한 켠엔 아쉬움도 남는다. "금메달을 못따서 시상대에선 기분이 안좋았어요. 4강전 상대였던 우크리아나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갔는데 이번 청소년올림픽에서 꼭 설욕하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다. 잘하고 오고 싶다"는 지연 양의 목소리에 부쩍 힘이 들어간다.
여고생답게 환하게 웃는 얼굴이 예쁜 지연 양은 "머릿속으로 하고 싶었던 동작이 경기에서 잘 안될 때면 힘들다. (시합이) 안풀릴 때 감정 컨트롤이 안되는 것도 단점"이라고 자신에 대해 분석했다. 본인은 "장점이 없다"고 했지만 친구들과 노래방 가서 신나게 노래 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밥''이 가장 좋다는 낙천적인 성격이 돋보인다.
한국 여자 펜싱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남현희가 플뢰레 개인전 은메달을 딴 게 전부다. 아직 사브르에선 올림픽 메달이 없다.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게 최근인만큼 앞으로 노력 여하에 따라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쓸 가능성이 많다.
지연 양의 목표는 확실히다. "국가대표가 되어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어요. 그러면 저절로 모든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지 않겠어요?"
◈''남자 플뢰레'' 이광현-자신감 넘치는 승부사 이광현 군은 170cm, 55kg으로 체격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작다. ''경기할 때 불리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는 "체격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스피드로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잘라말했다.
"저는 스피드가 남들보다 빠른 게 장점이에요. 플뢰레는 스피드를 살려야 잘 할 수 있는 종목이라 키가 작고 빠른 저와 잘 맞아요." 유럽권 국가 강세 속에 빠른 속도로 승부하는 다른 한국선수들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맞닿아 있는 셈이다.
남자 플뢰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김영호와 이상기가 한국 펜싱 사상 최초로 금,동 1개씩을 목에 걸어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7살이었던 그는 너무 어린 탓에 금메달 따는 장면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펜싱 유망주가 된 지금은 언젠간 꼭 재현하고 싶은 광경이라고 고백한다.
"펜싱은 심리싸움"이라는 광현 군은 마인드 컨트롤 능력도 차츰 좋아지고 있다. 한 번 졌던 상대를 다시 만나면 ''또 지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지나가지만 위축되진 않는다.
"심리싸움에서 이기려면 자신감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나는 할 수 있다''는 자기암시를 하고 속으로 ''쟤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죠." 또 슬럼프라고 느낄 땐 속으로 ''잘 될거야''라고 되낸다.
광현 군은 올초 세계유소년펜싱선수권대회(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티켓을 확보했다. 아시아 대륙에 2장이 배정됐는데, 전체 순위론 입상권 밖이었지만 아시아 선수 중에선 1등을 했다. "1회 대회인데 운좋게 출전하게 되어서 영광이죠."
여느 선수들처럼 광현 군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현재는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한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나가는 중이다. 일단 청소년올림픽에서 후회없이 경기를 치르는 게 목표다.
광현 군의 기량은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작년 세계유소년대회 국내선발전에선 2등으로 힘들게 티켓을 얻었죠. 준결승,결승을 연달아 치러서 체력이 많이 떨어졌거든요." 하지만 올해 대회 선발전은 1등으로 가볍게 통과했다. "고3이 되는 내년에는 국내,국제대회 메달을 싹쓸이하고 싶다"는 그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라면 면발을 꼬들꼬들하게 끓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며 은근슬쩍 자신의 요리실력을 자랑하는 광현 군은 끝으로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프로필 |
서지연 생년월일 : 1993년 3월 3일 가족관계 : 부모님, 여동생 2명 체격조건 : 167cm 52kg 혈액형 : A형 취미 : 친구들이랑 노래방 가기 좋아하는 요리 : 한식(밥)
이강현
생년월일 : 1993년 8월 17일 가족관계 : 부모님, 누나 체격조건 : 170cm 55kg 혈액형 : AB형 취미 : 음악감상, 일본만화 스포츠영화 감상 좋아하는 요리: 김치찌개, 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