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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쓴 여대생 A씨…영화 ''화차''가 현실이 됐다

사회 일반

    사채쓴 여대생 A씨…영화 ''화차''가 현실이 됐다

    • 2012-04-22 17:28
    야간에 집으로 들어오거나 일하는 곳에 쳐들어 와 공포감을 조성한다. 빚 독촉을 위해서다. 그리고 한 여성을 납치한다. 그는 사채업자와 채권추심업자의 지긋지긋한 굴레를 벗어나고자 살인을 일삼으며 타인의 인생을 가장해 살아간다.

    영화 ''화차''의 한 장면이다. 영화는 픽션(fiction)이다. 픽션은 허구를 의미한다. 사실이 아닌 가상의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영화 화차는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의 영화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현실에서는 영화이상으로 악랄하다. 불법적인 추심이 특히 여성채무자를 대상으로 해마다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악질 추심이나 불법채권추심은 법에 따라 처벌이 되지만 대부업체의 난립과 부실한 감독으로 불법 채권추심의 잔혹성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서민들의 불법추심 피해사례는 가히 충격적이다. 돈을 갚지 못해 유흥업소에 강제 취업시키거나 임산부를 강제로 낙태시키기도 했다.

    여대생 A씨(21)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렸지만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는 A씨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강제로 취업시켰다.

    사채업자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너 부모와 남자친구에게 술집에 다니는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하며 1800만원 상당의 돈을 빼앗았다. A씨의 아버지는 이같은 사실을 알게되자 딸을 살해한 뒤 자신은 평택 배수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적장애 2급인 한 부부는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350만원을 빌렸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이들 부부도 돈을 갚지 못했다. 사채업자는 이들 부부에게 협박하기 시작했다. 이것도 모자라 임신 5개월째인 산모를 산부인과에 데리고 가서 강제로 낙태시키고 노래방 도우미로 취업까지 시켰다.

    대부업자 정모씨는 20대 여성을 대상으로 연 3000% 이자율을 받아내고 성매매에 혼인 신고서까지 작성을 강요하는 등 대부업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포항지역 유흥업소 여종업원 3명은 2010년 사채 등의 이유로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불법 사채업을 한 이모(38)씨 등 7명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포항지역 유흥업소 종업원 등을 상대로 1400여차례에 걸쳐 25억원가량을 빌려주고 연 130%에서 최고 연 2900%가량의 이자를 받아 챙겼다.

    2008년 11월에는 서울 강동구 일대에서 법정 이자율인 49%에 몇배에 달하는 이자를 붙여 돈을 빌려준 후 여성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돈을 갚으라''며 성폭행과 협박을 한 대부업체 3곳의 업주와 종업원 12명이 검거됐다.

    불법사금융 관련 피해는 해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설치된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사금융 관련 상담 건수는 2007년 3421건, 2008년 4075건, 2009년 6114건, 2010년 1만3528건, 2011년 2만5535건 등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4년만에 무려 8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불법사금융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불법사금융의 피해신고를 접수받고 범정부 차원의 대대적 특별단속을 실시키로 했다.

    정부는 18일부터 5월31일까지 금감원과 경찰청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전화와 인터넷, 방문접수 등을 통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를 일제히 접수 받는다.

    또 불법사채 근절을 위해 검찰과 경찰, 지자체, 금감원, 법률구조공단 등 모두 1만15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한다. 대검(형사부)과 5개 지검(서울·부산·대구·대전·광주)에 합동수사본부를 구축하고 경찰에 전담수사팀 1600명을 꾸려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대대적 특별단속과 수사를 실시한다.

    법률구조공단을 통해 불법고금리·채권추심 등에 대한 법률상담과 소송지원 등 법률지원도 추진한다.

    전문가들은 대부업법 법정 금리를 추가로 낮추고 대부업에 관한 관리·감독 업무를 금감원으로 일원화해 책임·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부업자들은 등록업체든 미등록 업체이든 상대방이 금융지식이 없고 사회적 약자라는 판단이 서면 집요하게 이 약점을 파고들어 법정이자율을 초과해 부당이자를 취득한다.

    대부업법은 최고금리를 50%까지로 규정하고 있으며 시행령에는 39%로 제한돼 있다. 이것은 매우 높은 이자율이다. 현재의 시장금리가 5∼8%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고 금리를 더욱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최고 금리를 15∼20% 수준으로 낮춘 바 있고 다른 대부분의 국가들로 최고 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규제하고 있다. 대부업체 대출금의 80% 이상이 서민들의 생활비나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사용하는 신용대출임을 감안한다면 서민경제 안정화라는 측면에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는 "서민들을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현행 대부업법에 규정된 최고이자율을 인하해야 한다"며 "현행 대부업법을 개정해 최고이자율을 20% 이하로 인하하고 모든 대부업체에 예외없이 적용해 대부업체의 폭리와 난립을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원화되어 있는 대부업 등에 관한 관리감독 업무의 주체를 특별시장광역시장도지사 또는 특별자치도지사에서 금감원으로 변경해 책임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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