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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각종 부정부패…기업 망치는 ''오너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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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단·각종 부정부패…기업 망치는 ''오너 리스크''

    • 2012-05-30 16:16

    [대기업, 변해야 산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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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사회에서 대기업, 특히 재벌은 논란의 대상이다. 시기심이라고 할 수도 있고, 존경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 대기업들이 이런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불안한 외줄타기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덩치가 큰 기업일수록 일이 많은 법이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듯 말이다. 그래서일까? 재벌가일수록 법원 문턱을 넘나드는 일이 잦다. 경영에 힘쓰는 게 아니라 소송에 연루되어 자의 반 타의 반 구설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기업 경영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특히 오너가 가지는 중요도가 어느 나라보다 큰 우리의 경우 오너와 그 일가가 신문의 사회면에 등장할 때마다 해당 기업은 중심을 잃고 흔들거리기 일쑤다.

    이를 가리켜서 ''오너 리스크''라 한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그것도 외환위기 이후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오너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 성장의 지름길로 인식될 정도로 일상화됐다.

    특히 아직 100년을 넘긴 기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역사가 일천한 국내 사정도 오너리스크를 제어하지 못하는 이유겠지만, 최근 이 오너 리스크를 줄이고 윤리경영을 강조하는 현상은 그나마 긍정적이다.

    ◇오너 리스크, 기업엔 독(毒)

    "일 년가량 공들여 인수합병(M&A) 전략을 다 짜놨더니 회장이 어느 날 중단하라고 지시를 하더군요. 급하게 회장실을 찾아가 그동안 진행상황과 인수하려는 기업의 기술력, 재무상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까지 줄줄이 설명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만두라는 것이었습니다."(10대그룹 M&A 담당 임원)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최근에는 인수합병으로 귀결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기술개발에 돈과 인력을 투자하기보다 이 기술을 가진 회사를 인수하는 것이 기업에게는 더 나은 방책이지만, 이른바 오너 리스크 탓에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오너가 기업 전체를 총괄하다보니 가끔 오너의 독단적 판단이 외려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생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너의 일방 독주를 막아야 하는데, 별다른 수가 없다. 오너 리스크의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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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오너가 횡령·배임 등으로 구속되거나 검찰 조사를 받는 일이 여전히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기업의 주가는 폭락하고, 회사채 금리마저 급격하게 뛰어오르기도 한다. 하루아침에 우량 회사를 팔아버리거나 부실 계열사를 잘라내기도 한다.

    최근 오너가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그룹의 임원은 "총수들이 별을 다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사실 매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게 현실"이라며 "오너를 보필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런 일이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선친이 남긴 차명주식의 상속을 놓고 형제들과 분쟁에 휘말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탈세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선종구 하이마트 회장, 횡령·배임죄가 인정되어 실형을 선고 받은 이호진 태광산업 회장을 들 수 있다. 주가 하락은 물론 사업 차질 등 여러 측면에서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문제가 심각해지자 지난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재벌기업의 오너 리스크와 투자자 보호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오너 리스크는 외국의 경우 독단경영으로 인한 경영실패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배임이나 횡령 등의 범죄적 내용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해 기업 위험에서의 후진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리경영으로 오너 리스크 최소화

    오너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윤리경영이다.

    국내 기업 최초로 기업윤리 전담조직을 만들고 윤리경영을 선포한 곳이 신세계그룹이다. 1999년 대표이사에 오른 구학서 회장은 윤리경영을 선포하며 일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신세계 페이''라는 것을 도입했다. 협력사 관계자와 식사를 할 때 회사 영업비로 밥값을 내도록 한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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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회장은 "윤리경영의 절대적인 필요조건은 공감대 형성이다. 그래서 경영진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대기업이나 재벌이 욕을 먹는 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고 재산을 물려주기 때문이라고 봤다. 구 회장은 결국 이명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건의했고 이 회장은 이를 지켰다.

    GS그룹 역시 허창수 회장의 지침에 따라 계열사별 맞춤식 윤리, 책임, 정도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소외이웃 돕기 및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중 GS건설은 지난해 대한건설협회가 건설업계의 윤리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처음 도입한 윤리경영대상 대기업 부문 대상을 받았다. GS건설은 윤리경영을 상시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윤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14명의 임원으로 구성된 윤리위원회는 최고경영진의 윤리적 의사결정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시민 GS건설 부사장은 "윤리적인 경영이 토대가 돼야만 계속기업으로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며 "이를 경영철학으로 삼아 모든 임직원이 합심해 윤리 경영을 실천해왔고 그 결과 이런 상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불완전판매, 부실판매, 랩어카운트 운용정보 이용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한 직원은 위반 회수별로 제재를 가한다. 1회 어기면 준법감시인 경고장, 2회는 수익 삭감, 3회는 1개월 판매업무 정지를 당한다. 수익삭감은 부당하게 판매된 해당 상품 수수료의 4분의 1을 깎는 조치다. 펀드 수수료가 1.5%라고 한다면 0.3~0.4% 정도를 삭감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진아웃제는 전 지점을 대상으로 하는 데 적발된 건수가 생각보다 많이 나왔지만, 초반에 비해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 연구원장은 "윤리경영은 이해관계자와의 상생과 동반성장, 신뢰구축이 가능하도록 해주고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유도하는 성장과 발전의 가치사슬(value chain) 역할을 한다"며 "사회 갈등과 양극화 문제 역시 경제주체 각각의 윤리마인드 재무장과 윤리경영 실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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