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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이 역대 한국영화 여섯 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했다.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해운대''(2009) 등 앞선 1000만 영화들이 사회적 이슈를 낳으며 1000만을 달성했던 것과 달리 도둑들은 순수 오락영화란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26일까지 1200만 관객을 넘어선 도둑들은 ''아바타''(2009, 1362만)에 내준 역대 최고 흥행의 영광을 다시 찾아올 기세다. 역대 1000만 영화의 영광을 함께 했던 영화인들이 도둑들의 1000만 그리고 그 전후를 이야기했다.
▲ 대담 참석자 ▶ 김동현 인벤트스톤 대표 -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 재직 당시 ''실미도'' 배급팀장, ''왕의 남자'' 투자팀장을 역임했다.
▶ 신유경 영화인 대표 - ''태극기 휘날리며'', ''해운대'', ''왕의 남자'', ''아바타'' 등 충무로에서 1000만 영화를 가장 많이 홍보마케팅했다.
▶ 이현정 쇼박스 마케팅 1팀장 - ''괴물''을 투자배급한 쇼박스에서 지난 2005년부터 근무했으며 6번째 1000만 영화 ''도둑들''의 마케팅을 책임졌다.
▶ 김형호 맥스무비 실장-국내 최대 영화예매사이트인 맥스무비에서 10년째 근무하면서 1000만 영화의 탄생을 지켜봤다.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 역대 한국영화 흥행순위 1위인 괴물보다 딱 하루 늦게 1000만을 돌파했다. 도둑들의 흥행을 지켜본 소감이 궁금하다. 김동현 영화 제작을 막 시작한 입장으로서 일단 부럽다.(웃음)
이현정 재밌는 것은 확실한데 1000만을 감히 생각하진 못했다.
신유경 참 쉽게 간다는 느낌을 받았다.(웃음) 보통 1000만 언저리에서 관객수가 떨어지면 펌프질을 해서 1000만을 넘기는데 도둑들은 그냥 쭉 가더라.
김형호 도둑들은 아무것도 안한 것처럼 보인다.(웃음) 상대적으로 모든 이슈를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가져갔다. 도둑들이 대단한 이유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600만, ''연가시''가 450만 등을 쓸어 갔는데도 1000만을 돌파했다는 점이다.
신유경 처음에는 타겟층의 확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 않았다. 9시 뉴스에 나올만한 이슈거리도 없고 순수한 오락영화라서 1000만은 예상치 못했다. 이제사 밝히자면 아바타는 영화사 목표가 1000만이었다. 당시 속으로는 그냥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1000만이 되려면 나이 드신 분들도 봐야 하는데 자막으론 힘들다고 생각했다. 오죽 했으면 더빙을 하라고 제의했겠나(웃음). 다행히 재관람 열풍으로 1000만을 넘었다.
김형호 아바타는 2D에서 3D로, 3D에서 또 2D로 재관람이 이어졌다. 또 3~40대 이상 확장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김동현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 등은 20~30대 주 타깃층이 보고 나서 3주차 이후 4~50대가 움직였다. 도둑들을 보면서 타겟층이 넓어졌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했다.
김형호 사실 지난 2007년부터 주관객층이 20대에서 30대로 바뀌었다. 아무도 말해도 귀기울이지 않았지만. 괴물을 보면 20대가 38%, 30대가 41%로 역전됐다. 해운대로 넘어가면 20대(28%)와 40대(27%)의 비율이 비슷해진다. 그러다 도둑들에서는 40대(30%) 비율이 20대(26%)보다 높다.
신유경 도둑들은 40대도 충분히 좋아할 만했다. 배우들도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가 40대고 전지현도 30대이니까 평균연령이 높은 편이다.
이현정 20대 김수현은 인기드라마 ''해가 품은 달'' 영향으로 젊은 관객층은 물론 5~60대 아줌마들까지 동시에 끌어 당겼다. 처음부터 김수현의 확장성은 예상했다. 다만 김수현이 극 중 빨리 없어진다는 게….(웃음)
김형호 김수현이 빨리 사라진 게 꼭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현정 결과적으로 그렇더라. 김수현이 속편 주인공이 된다는 게 그런 반응 중 하나다. 또 시사회 후 임달화와 김해숙의 러브 스토리에 어른 반응이 폭발적이더라. 오전 10시 시간대에는 5~60대 아줌마들이 많았다.
신유경 열대야도 한몫했다.
김형호 그래서 보통 새벽 2~4시 시간대에는 좌석점유율이 안 좋은데 도둑들은 그 시간대가 다 채워졌다.
이현정 다 운이다. 1000만 가려면 진짜 운도 따라야 한다. 도둑들이 당초 지난해 12월 개봉하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져서 이번에 개봉된거다. 개봉이 달라졌다면 또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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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1000만 영화 중에서 이렇게 캐스팅이 화려한 영화는 도둑들이 처음이다. 이현정 앞으로도 이런 캐스팅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이런 스타들 모아놓고 못하면 ''바보''라는 소리까지 있었다. 하지만 막상 톱스타들이 모였을 때 시너지가 좋았을 때가 은근히 없었다.
김동현 조화롭지 못하면 독이 된다. 그럼에도 멀티 캐스팅이 확실히 유리하다. 누구라도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사람이 꼭 한 명 이상 있다.
신유경 그런 점에서 왕의 남자는 독특하다. 제작비도 사실 1000만 영화 중에 가장 적고, 화려한 스타도 없다. 사실 왕의 남자는 이준기가 때마침 안 터졌으면 그렇게까지 됐을까 싶다. 왕의 남자 개봉하기 2주 전 드라마 ''마이걸''이 방영되면서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동대문 등지에서 야외 행사 할 때 보안이 필요 없었는데 마이걸 방영 후 야외 행사가서 이준기 팬들 때문에 무대가 무너졌다. 그 때 부랴부랴 보안업체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김형호 1000만 영화 중에 배우가 뜬 건 이준기 밖에 없다. 도둑들의 전지현은 이미 스타인데 또 다시 스타가 된 경우다.
신유경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이 스타가 됐다.
이현정 괴물의 봉준호 감독도 더욱 입지를 굳혔다. 괴물은 철저한 신비주의로 갔다. 괴물 캐릭터도 감췄는데 칸 기립박수까지 더해졌다(비경쟁부문인 감독주간에 초청됐다). 도둑들은 반대 전략을 택했다. 다들 스타라서 오히려 신비주의를 버리고 친근함을 강조했다.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한 것도 스타지만 내 친구처럼 해야 ''저 영화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았다.
■도둑들이 역대 1000만 영화와 차별되는 점은 또 뭐라고 생각하나. 신유경 오락으로도, 이슈 없이 1000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전에는 9시 뉴스를 목표로 각종 이슈, 애국심 등을 끄집어 냈고 실제로 먹혔다. 하지만 도둑들은 영화자체에 충실한 홍보마케팅을 했다. 이례적으로 제작비가 100억원이 넘는 대작인데도 그런 점을 오히려 감췄다.
이현정 맞다. 와이어 액션도 자신있었지만 앞서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고스트 프로토콜''을 보고 비교가 될까봐 잠자코 있었다.
김영호 시쳇말로 정치권에서 도둑들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현정 도둑들은 완벽한 캐릭터 무비다. 최근 캐릭터 무비가 강세이기도 해서 세일즈 할 때도 캐릭터를 팔았다. 예를 들어 ''건축학개론'' 납뜩이나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성기 등처럼 캐릭터 자체에 재미를 느끼더라. 의미가 있던 없던 재밌으면 최고인 셈이다.
김동현 컨셉트 등 영화의 새로움 자체가 어필된 것 같다. 강력한 한국형 팝콘 무비가 제대로 나왔다.
신유경 도둑들은 자기 스스로 이슈가 된 측면도 있다.
이현정 예매율 신기록, 개봉 첫 날 박스오피스 신기록 등 그런 것들이 한 몫 했다.
신유경 한국 사람들 유독 신기록 좋아한다. 스코어에 의미가 붙으면 평이고 뭐고 끝난거다.
김형호 스코어가 스코어를 증식시키는 경우다. 1000만 영화는 아니나 디워가 대표적이고 태극기 휘날리며도 그 덕을 톡톡히 봤다.
신유경 태극기 휘날리며는 당시 실미도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다. 두달 전에 세운 실미도의 기록을 태극기 휘날리며가 넘어서냐 마냐로 이슈몰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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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미도는 첫 1000만 영화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하지만 챔피언 타이틀을 불과 2달 밖에 못찼다는 점에서는 비운(?)이다.김동현 실미도의 최초 목표는 684만이었다. 극 중 나오는 부대가 684부대라서 그렇게 암암리에 얘기되곤 했다. 하지만 1000만을 넘고 당분간 쉽게 깨지 못할거라 생각했다. 여튼 40대 이상 관객들도 한국영화가 볼만하고 재밌다란 것을 인식시켜준 게 실미도다. 우리 어머니도 실미도가 600만 넘었을 때 관람했는데 재밌다더라. 그리곤 태극기 휘날리며는 곧바로 보겠다고 하더라.
신유경 태극기 휘날리며는 처음부터 6~70대가 나왔다. 실미도의 영향도 분명 있었다. 20년 동안 극장을 안 가던 사람들이 실미도를 봤는데 좋은 거다. 200만 정도는 실미도의 영향이라고 본다.
김형호 어찌됐던 강우석 감독이 불가능한 숫자였던 1000만을 처음으로 만들어냈다.
이현정 지금도 꿈의 숫자다.
■왕의 남자는 제작비 대 수익률이 가장 높은 1000만 영화다. 김형호 지금은 고인이 된 당시 정승혜 씨네월드 대표에게 왕의 남자를보고 250만명을 불렀더니 그렇게 잘될 것 같냐며 정말 좋아하셨다. 특히 동성애 코드라서 안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김동현 제작비 45억원에 마케팅비 20억원 정도라 200만 정도 들면 됐다.
신유경 왕남은 진짜 딱히 내세울 게 없었다. 거액의 제작비도 볼거리도 스타도 없었다.
김동현 제작비 아끼려고 메인 엑스트라 옷을 전부 종이로 만들기도 했다. 색깔도 잘 나왔고 예산절감효과도 컸다.
신유경 그래서 무조건 영화에 대해 많이 깠다. 나중에는 동정(?) 마케팅도 마다않았는데 그런 정서가 먹힌 것 같다. 요즘으로 치면 금메달리스트 양학선 같은 느낌이랄까.
김형호 이준익 대표가 제작사 꾸리다 진 빚을 왕남으로 다 청산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김동현 어떤 관객은 개봉일부터 20일간 매일 영화를 본 뒤 그 표를 고스란히 모아서 무대인사 할때 이준익 감독에게 갖다준 적이 있다. 당시 이 감독이 감동해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주시기도 했다.
신유경 왕의 남자의 흥행은 우리나라 국민성하고도 무관하지 않다. 감독 빚이 얼마고 등 그런 소식들이 알려지면서 마치 IMF때 금모으기에 동참하듯 많이 응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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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가 충무로에 끼치는 파장은 어떤가? 마냥 긍정적이라고 보나. 김동현 1000만 영화가 나오면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는 영화가 나온다. 한 편의 1000만 보다는 2~3편의 중박 영화가 꾸준히 나오는 게 건강한 시장성 측면에선 좋은 것 같다.
이현정 하지만 1000만을 기대하는 영화는 그렇게 해줘야 한다. 최고의 스타 배우와 감독이 했는데 5~600만에서 끝나면 그것도 문제다. 그렇게 되면 도둑들 같은 영화 앞으로 못만든다.
신유경 일년에 1편 정도 나오는 시장이 되면 좋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1000만이 터지면 영화 시장 자체가 힘을 가질 수 있다. 1000만 영화가 몇 년 안나오면 요새 영화시장 죽었나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1000만 영화는 계속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도둑들 이후 비슷한 기획들이 나올땐데 투자자들의 선구안이 중요할 것 같다.
이현정 아류작으로서 ''캐릭터 무비''가 더 많이 나온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니다. 다만 여러 명의 ''스타''가 나와야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