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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은 똑같다. 대신 불특정 다수가 달라졌다. 만나는 사람마다 축하한다. 이전에는 (연예인) 이정진이네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다가와서 축하인사를 건넨다."
''피에타''의 황금사자상 수상 이후 달라진 변화에 이정진은 이렇게 답했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 그는 최근 노컷뉴스와 만나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받아서 그런지 올림픽에서 메달 딴 기분"이라며 "감독상이나 배우상이 개인의 노고를 치하한다면 황금종려상은 팀의 우승을 의미해서 더욱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구나 10년 만에 배우 이정진의 대표작이 바뀐 사건이다. 이정진은 "지난 10년간 ''말죽거리 잔혹사''가 제 대표작이었는데 그 자리를 피에타가 대신하게 됐다"며 "당장 시나리오가 더 많이 들어온다든지 그런 변화는 감지되지 않지만 영화 개봉 이후 이렇게 바쁘긴 처음이다"며 즐거워했다.
이정진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김기덕 감독의 러브콜로 이번 작품에 참여했다. 그는 "솔직히 좀 놀랐다"며 "작품으로만 알려져있고 주위에서 만나본 사람도 없어서 어떤 스타일의 감독인지 물어볼 수도 없었다. 감독님 작품을 보면 왜 보통사람은 아닐거란 느낌이 들잖나"며 조금은 두렵기도 했던 마음을 내비쳤다.
설상가상(?) 김 감독은 이정진에게 "열흘 뒤에 촬영이 들어가야하니 빨리 좀 결정해달라"고 부탁했다. "보통 이럴 경우 기존 배우와 얘기하다 잘안돼서 다른 배우 섭외에 나섰다고 추측한다. 근데 아니더라. 이틀 전에 한국에서 제작하기로 결정됐다, 하루 생각해보고 처음 주는 배우다, 빨리 결정해달라고 하셨다."
"제가 출연한 ''원더풀 라디오''를 봤다더라. 그 영화 이후 로맨틱 코미디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그 영화보고 전화했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했다. 원더풀 라디오같은 상업영화를 본다는 사실도 의외였고.(웃음)"
이정진은 "하루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며 "사실 대한민국 남자배우라면 누구나 김기덕 감독과 한번쯤 작업해보고 싶을 것이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내가 준비가 됐는지 고민됐지만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피에타에서 강도는 거의 들짐승같은 남자다. 홀로 살고 있는 그에게는 오직 동물적 본능만 남아있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그리고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위협해 돈을 뜯어내는 비정한 일상의 반복이다. 사람의 온기 따위는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남자같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엄마란 존재를 부정하면서도 금방 무너지는 이유다.
이정진은 이런 강도를 표현하기 위해 당장 산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체중을 감량해 거친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주어진 시간은 10일뿐이었고 촬영 또한 3주만에 끝났다.
"풀만 먹고 찍었다. 특히나 2월에 찍어서 엄청 추웠는데 샐러드처럼 차가운 음식을 먹으니 더 힘들었다. 평소 75Kg 나갔는데 68kg까지 뺐다."
감정 연기도 녹록치 않았다. "살점떼서 엄마에게 먹이는거나, ''내가 여기로 나온거면 다시 들어가도 되냐''며 엄마를 위협하는 신같은 것은 감정적으로 무척 힘들었다. 그런 상황자체가 상상이 안됐고 도무지 어떤 감정인지 모르겠더라. 그냥 민수선배와 감독님 믿고 찍었다."
국제무대에 소개된 만큼 향후 해외에서 작업제의가 들어올 수도 있을 터. 이정진은 "해외건 저예산이건 영화건 드라마건 벽이 없다"며 어떤 형태건 좋은 작품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리소문없이 개봉됐다 사라지는 작은 영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피에타는 수상으로 그나마 큰 관심을 받았지만 피에타처럼 저예산으로 찍어서 개봉되는 영화가 많다"며 "그들 또한 혼신을 다해 찍은 작품인데 마치 그들만의 추억인양 사라지는게 아쉽다"며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