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韓신용등급 유지…"정치교착 지속시 악화 우려"(종합)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가 6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및 전망을 'AA-,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정치적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2.0%에서 1.7%로 하향 조정했다.
정부는 "한국경제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를 재확인했다"고 자평하면서도,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피치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 전망을 '안정적'이라고 본 지난 평가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피치는 이번 결정이 "견고한 대외건전성, 안정적인 거시경제 성과, 수출 부문 역동성과 함께 지정학적 리스크,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
다만 피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앞으로 수 개월간 지속될 수 있다"며 "이러한 교착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책결정 효율성, 경제 성과, 재정건전성 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3 내란사태 이후 고조된 국가신용등급 강등 우려가 현실화하진 않았지만, 탄핵정국이 길어지는 만큼 중요한 변수로 남은 것으로 보인다.
피치는 일단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한국 경제와 국가 시스템에는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봤지만, 이에 따른 심리 위축과 미국 신정부의 보편관세 부과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을 내년 성장률 하향 조정 이유로 꼽았다.
피치가 제시한 향후 한국의 신용등급 조정요인을 보면, △정치교착 장기화 △GDP(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 상승 △지정학 리스크가 하방 요인으로 지목됐다.
피치는 "올해 정치 상황에 따라 향후 재정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으며, 고령화 지출 등으로 정부부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경우 신용등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계부채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고금리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관련 리스크도 관리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또 내년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높은 수준(GDP 대비 4.5%)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2026년부터는 소비 및 설비·건설 투자의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2.1%로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발표와 관련해 "작년 12월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이번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한국의 대외신인도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불안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도했다.
정부는 지난 12·3 내란사태 발발 직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피치, S&P(스탠다드앤푸어스),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 고위급 인사와의 면담을 각각 두 차례 실시해 한국의 정치 상황과 정책 대응 방향을 설명하는 등 대외신인도 관리에 총력을 다해 왔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오는 11~14일에는 최종구 국제금융협력대사가 홍콩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피치, 무디스, S&P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의 한국 신용등급 담당자들을 만나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으로 전해졌다.
2025.02.06 1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