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박스 비행기록' 국내서 복구 불가…美 이송 후 분석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 참사'의 블랙박스 중 음성기록장치(CVR)에 담긴 자료 추출을 마쳐 이르면 오는 3일 음성 형태로 바꾸는 작업까지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훼손된 채 발견됐던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복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미국 NTSB(교통안전위원회)에 분석을 맡기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1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CVR에서 추출한 자료를 음성파일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사조위는 이틀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국토부는 CVR에서 1차 자료의 추출을 마쳐 음성 형태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기 때문에, 1일로부터 이틀 뒤인 오는 3일쯤 마무리될 전망이다.
CVR에는 항공기 조종사 및 관제기관과의 교신 내용 등이 담겨있기 때문에 1차 착륙에 실패해 복행한 이유나, 정해진 복행경로 대신 곧바로 재착륙을 진행했던 정황에 대한 여러 의문들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최초 발견 당시부터 전원공급 연결장치(커넥터)가 분실된 채로 발견됐던 비행기록장치(FDR)에 대해서는 국내에서는 자료 추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블랙박스를 구성하는 2개의 장치 중 FDR은 비행기의 운항궤적과 기체 조작 기록 등 약 2천 개에 달하는 각종 비행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블랙박스는 ㄴ자 형태의 전원장치 위에 원통 형태의 저장장치가 얹혀져 연결된 형태인데, 참사 후 FDR은 두 장치가 분리된 채 발견됐다.
국토부 유경수 항공안전정책관은 "커넥터는 전원부와 저장장치를 연결하는 부품인데, 아주 작은 연결선으로 특수하게 제작된 형태"라며 "접합부가 탈락되면 이를 다시 재접합할 때 아주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다른 장비로 손쉽게 대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분실된 커넥터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커넥터를 찾을 수 있는지, 찾더라도 접합할 때 기술적으로 완전히 붙일 수 있는지 기술적인 검토를 진행했다. 함부로 개봉하면 데이터가 훼손될 수도 있다"며 "그 결과 여의치 않다고 보고, 미국 현지에서 조사하는 것이 오히려 신속하게 조사하기에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조위는 미 교통사고 조사기관인 NTSB와 협조를 통해 미국으로 FDR을 이송해 분석하도록 합의했다. FDR을 옮길 비행 일정이나, 한국 사조위 측 참석자 등을 정하는대로 NTSB의 관련 시설이 있는 미국 워싱턴으로 FDR이 이송될 예정이다.
국토부는 "전세계 여객기 중 상당수가 주로 미국 보잉사나 프랑스 에어버스사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관련 기술력도 두 나라가 앞서 있다"며 "과거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이 미국, 프랑스와 협조해 블랙박스를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 측이 단독으로 FDR을 분석하지 않고, 한국 사조위 전문가가 조사 과정에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FDR 복구에 성공할 경우 저장된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낮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회수한 다음 세척한 이후 외관상 보기에는 저장장치까지 훼손됐을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면서도 "다만 내용을 들여다봐야 하고, 관련 장비와 연결하기 위해 필요한 커넥터가 없으면 자료 추출이 안되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측 조사팀 인원 중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사로부터 2명이 전날 밤 추가로 입국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사조위 12명과 미국 FAA(연방항공청) 소속 1명, NTSB 소속 3명, 보잉사 관계자 6명 등 총 22명이 한·미 합동조사팀을 구성해 공항 내 임시본부를 마련하고 현장조사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이날부터 기체와 엔진 등 잔해들의 상태 및 조류흔적에 대한 육안 조사 등을 시작할 계획이다.
주 실장은 "현장을 보존해 공항 내외의 잔해물이나 위험 물질을 확인하고, 조류 충돌 등 여러 흔적들과 증거물을 수집하고, 사고 당시에 공중에서 지상에 착지해 폭발할 때까지 정황들을 논리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증거 수집에 시간이 걸린다"며 "현장 조사가 얼마나 걸릴지는 지금 예단하기는 이르고, 완전히 증거물을 확보하고 사고 정황이 확인되면 잔해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활주로 운영 재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5.01.01 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