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뒷구멍 있어요"…상남동 룸방은 '웃돈' 얹고 아가씨 장사 중
▶ 글 싣는 순서 ① "뒷구멍 있어요"…상남동 룸방은 '웃돈' 얹고 아가씨 장사 중
(계속)
경남 창원은 유흥업소발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수준을 넘어선 4단계에 근접한 확산세가 이어지는, 방역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상남동은 분수광장을 중심으로 음악이 숨 쉬는 문화공간이자 화려한 네온 불빛이 뿜어내는 '유흥의 중심'이라는 어두운 이면도 존재하는 곳이다.
오후 10시가 넘으면 유흥시설은 문을 닫아야 하지만, 취재진이 살펴본 2일 밤 상남동 곳곳은 밤새 유흥을 유혹하는 호객꾼들의 손길이 멈추지 않았다.
5분쯤 거리를 걸었더니, 이른바 '삐끼'라고 불리는 호객꾼이 접근해 말을 걸어왔다.
"술 한잔하셨나 봐요. 노래방 가실래요?"
10시 이후면 문을 닫아야 하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답은 망설임 없이 명쾌했다.
"문제없습니다."
이날 밤 취재진이 호객꾼을 눈으로 확인한 것만 20명 남짓. 술이 부족한 남성들을 상대로 유흥업소와 마사지업소를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현재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창원은 밤 10시 이후에 노래방 등 유흥시설을 운영하면 불법으로 형사처벌 대상이지만, 이들에게는 코로나19 전과 후가 똑같은, 방역은 뒷전이다.
더 솔깃한 제안도 들어왔다.
"은밀한 루트가 있으니 원한다면 성매매도 가능하다."
취재진이 만난 호객꾼 A씨는 "밤 10시가 넘겨도 뒷구멍이 있으니 안심하라"며 "진짜 괜찮은 30대 미시가 있고 2차도 뛸 수 있으니 싸게 한번 만나봐라"고 말했다. 2차는 성매매를 뜻하는 은어다.
안심시켰던 뒷구멍이, 코로나 집단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방역 뒷구멍이 된 셈이다.
A씨는 살짝 의심의 눈초리를 세우기도 했다. "혹시 단속 나온 것 아니냐"고 했지만, 이 와중에 장사가 더 급한 듯 신원 확인 등의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
단속이 원래 없었던 탓인지, 아니면 단속을 해도 배짱 영업을 하는 것인지 몰라도 호객꾼들은 대놓고 유흥을 안내하고 있었다.
불법 '룸방'을 따라가 봤다. 해당 층은 전부 불이 꺼져있어 영업하지 않은 곳처럼 보였다. A씨가 벨을 누르고 이름을 부르자, 금세 닫힌 문이 열렸다.
깜깜했던 바깥과 달리 안은 환한 조명에 노래 부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이미 손님을 받아 한창 술판을 벌어지고 있었다. 도우미들은 룸을 옮기며 손님들을 챙기는 데 분주했다. 마스크는 착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코로나에 따른 단속 등 위험 비용으로 평소보다 2~3만 원 정도 웃돈까지 형성됐다.
룸방 사장은 취재진에게 "웃돈은 좀 드는데 술 한 잔 따를 테니 일단 도우미를 기다려 보라"며 "지금 사람이 많아 도우미들이 바쁘다"고 웃음지었다. 실제 손님들은 기꺼이 이 돈을 지불하며 5~6개의 룸방을 가득 채웠다.
가뜩이나 유흥 업종은 코로나에 취약한 밀폐·밀집·밀접 등 '3밀'이 이뤄질 수밖에 환경인데, 이곳의 방역이 지켜질리 만무하다.
최근 경찰이 창원 등지의 유흥시설을 단속해 적발했다는 발표가 무색해진 상황을 목격하고 나온 취재진에게 또 다른 호객꾼이 나타났다.
이 호객꾼도 "노래방에서 한잔하시는 거 어떻냐"며 "20대 젊은 아가씨들 대기 중이고 놀다 가라"고 붙잡았다. 소개한 시설 역시 겉은 문이 꽁꽁 잠겨있었다.
그러나 "손님이 간다"는 전화가 끊기자, 금세 문이 열렸고 업주가 반갑게 맞이했다. 노래방에서 대기하던 도우미 2명을 소개시켜 주고는 "2차는 손님이 능력껏 하시라"는 훈수까지 두고 자리를 떴다.
노래방과 유흥주점이 400곳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최대 유흥업소 밀집지역인 창원 상남동. 밤 10시면 끝이 나야 할 유흥이 이렇게 밤새 이어졌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현장이 얼마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코로나가 퍼지든 말든, '생계'를 이유로 오늘도 불법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2021.08.03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