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보통합·늘봄학교' 출발부터 삐걱…'자사고 존치' 엇박자
▶ 글 싣는 순서 ①尹집권 2년 '명과 암'…국정 드라이브, 파열음과 후폭풍
②여소야대에 막힌 노동개혁, 도로 거부권이냐, 사회적 합의냐
③'유보통합·늘봄학교' 출발부터 삐걱…'자사고 존치'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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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대 개혁' 일환으로 교육 분야에서는 늘봄학교와 유보통합 등의 정책이 추진돼 왔지만 정밀한 준비 부족에 따른 문제점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또 사상 최고 수준의 사교육비 지출 상황 속에 '자사고·외고·국제고'는 존치시켜 정책이 엇박자를 낳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보통합' 출발부터 삐걱…2년 유예 목소리까지 나와
현 정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혔던 유보통합(영유아교육·보육통합)이 삐걱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주요업무 추진계획'을 통해 영유아 시기부터 교육의 국가책임제를 강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 관리하는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본격 시행에 앞선 지난 3월에는 유보통합을 선보일 시범지역 3곳과 모델학교 30곳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선정조차 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에 선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보통합 추진계획의 구체적 시안 발표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영유아교육·보육통합 추진위원회'에서 '유·보 관리체계 일원화 방안'을 심의하면서, 이르면 지난해 말까지 통합기관의 특성과 교사 자격·양성체계, 교육과정, 시설 기준 등이 포함된 '통합모델 시안'을 공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시안은 여전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상반기에 시안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마저도 사안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 공개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각의 항목마다 당장 할 수 있는 부분들도 있지만 세부적인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은 좀 뒤로 빼야 되는 부분들이 있다"며 "파면 팔수록 복잡하긴 하더라"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내년 중'이라는 유보통합의 구체적 시행 시기도 아직은 미정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의 교육감들은 지난 2월 열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유보통합 모델 전면 시행 시기를 당초 교육부 시행안(2025년)에서 최소 2년의 조정(연기)이 필요하다"며 '유보통합 2년 유예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나섰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역시 "유보통합은 점진적이고 세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수도권 교육감들의 의견문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늘봄학교' 밀어붙여 마찰음…"현장 목소리 반영해가며 추진해야"
또한 정부가 저출생 위기 해법으로 내세운 '늘봄학교'도,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시작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지난해 8월에 "윤석열 정부의 교육개혁 중 현장의 호응이 가장 뜨거운 분야가 늘봄학교"라며 "늘봄학교를 2025년까지 전국적으로 다 하기로 했는데 현장 반응이 높아서 이를 1년 앞당기려고 한다"고 밝혔다.
늘봄학교는 방과후 프로그램과 돌봄을 통합한 정책으로, 초등학교 1학년생에 대해 정규수업 이후 2시간 동안 학교생활 적응을 위한 놀이 중심의 예체능, 심리·정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올해 1학기에 2741개 초등학교 1학년을 시작으로, 2학기부터 전체 6175곳의 초등학교 1학년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하지만 늘봄학교가 2학기에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되면 인력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교사노조 정혜영 대변인은 "당초 방과 후에 예체능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겠다고 했는데, 강사를 구하기 어려워 1학년 교사를 중심으로 국어나 수학 보충지도 형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한글 해독의 경우 1학년 1학기 말에 끝나게 돼 있어, 학생 발달 특성상 안 맞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에 38개교로 시작한 서울의 경우 교육부의 압박에 뒤늦게 112개교를 추가 지정함으로써 이달부터는 총 150개 늘봄학교가 운영중이다. 정 대변인은 "늘봄학교 추가 지정 과정에서 '처음에는 희망학교만 한다고 했다가 교육청에서 어떤 기준으로 추가 지정하는지 모르겠다'는 조합원들의 민원이 쇄도하는 등 진통이 심했다"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내년에 초등학교 2학년으로 확대한 뒤, 2026년까지 모든 초등학생이 늘봄학교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한국교원대 김성천 교육정책학과 교수는 "취지와 목적은 좋지만, 학교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총선을 앞두고 급하게 몰아붙이다 보니까, 현장에서는 갈등과 마찰음이 좀 많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송경원 교육분야 정책위원은 "늘봄학교의 방향은 맞지만 지나친 성과주의에 빠져 있는 게 아닌가 싶고, 너무 빠르게 추진하다 보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가며 추진하면 느려질 수는 있지만 안정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면서 "늘봄학교가 제대로 정착되고 확대되면, 내년 사교육비 통계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는 여지가 높다"고 내다봤다.
사교육비 사상 최대, '자사고·특목고 존치'와 엇박자
문재인 정부 시절 자사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국제고를 2025학년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지만 현 정부는 국정 과제로 '학교 내 교육과정 다양화'를 내세우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이들 학교의 존치를 결정했다. 고교 서열화 및 사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과의 상충 논란이 일고 있는 대목이다.
지난 3월 발표된 교육부의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7조1천억원으로 2022년에 비해 4.5% 증가하며, 3연 연속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사교육비 총액은 2021년 23조 4천억원, 2022년 26조원, 지난해 27조1천억원으로 2년 만에 3조7천억원이 늘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 증가율을 소비자 물가 상승률 이내로 잡겠다고 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3.6%였다.
송경원 정책위원은 "이런 상황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존치시킨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정부 정책과 상충된다"고 밝혔다. 실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고 진학을 희망하는 중학생의 경우 월 평균 사교육비가 42만 7천 원인데 비해, 자사고는 74만 8천 원, 외고·국제고는 64만 6천 원으로 각각 75.2%, 51.3% 많았다.
수험생들 극심한 혼란…'지난해 킬러문항·올해 의대정원 증원'
2024학년도에는 수능을 5개월 앞둔 상황에서 사교육 카르텔 척결을 명목으로 갑자기 '킬러문항 배제' 이슈가 등장해 수험생들이 극심한 혼란에 빠진 데 이어, 2025학년도 입시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무전공 선발(전공자율선택) 확대로 또 다시 혼란을 겪고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천명 증원 정책의 경우 서울고등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사법부 판단이 돌발 변수가 됐다. 서울고법은 지난달 30일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 측에 "증원 규모 2천 명의 근거와 배정 방침 등의 자료를 10일까지 내면 그 다음 주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경우,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1심 심리를 진행 중인 본안 판결이 내려질 때까지 의대모집 정원을 최종 승인할 수 없어, 2024학년도 의대 정원 수준에서 신입생을 뽑아야 한다.
또한 교육부가 '재정 인센티브'와 연계해 대학의 무전공 선발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지만, 2025학년도 무전공 선발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아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무전공 확대를 졸속 추진한 데 따른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무전공 선발은 학과별 모집인원 변동 등으로 전체 수험생에게 영향을 주는 중대변수인데,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느 대학의 전형계획이 바뀔지 그 규모조차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입시전략 수립이 아주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25학년도 입시에서의 각 대학별 무전공 선발 규모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 전형 시행계획 변경안 심의를 마치는 이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2024.05.10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