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美中 2차 무역전쟁 가시화…韓 경제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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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집권 2기가 시작되기도 전 예상대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임기 시작과 동시에 중국산 제품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체 수출로인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 부과 이유로 신종 마약 '펜타닐'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동안 원료 수출 통제를 요청하며 중국의 '호혜'에 의존해 오던 펜타닐 남용 문제 해결을 관세 문제와 결부시켜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여기다 멕시코까지 끼워넣어 우회로까지 틀어막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했다.
대선 기간 모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 폭탄' 투하를 공언해온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펜타닐 외에도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자국 산업·노동자 보호, 무역 적자, 국가 안보 등 향후 추가로 중국에 관세를 부과할 이유는 수북이 쌓여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 당선인은 자국의 관세와 무역을 총괄할 상무 장관으로는 자신의 무역정책 신봉자인 '월가 억만장자' 하워드 러트닉을, 대중국 관세전쟁의 첨병 역할을 할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는 집권 1기 중국과의 관세전쟁에 관여한 제이미슨 그리어를 지명하는 등 매파를 전면에 배치했다.
특히, 그리어 USTR 대표 지명자의 경우 중국과의 전략경쟁을 '세대 도전'(generational challenge)이라고 평가하며 단기적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추진해야한다고 강하게 주장해온 인물이다.
단번에 60%? 점진적 상향? 어쨌든 '관세폭탄'은 투하
다만, 관세문제 외에도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주식시장 등 미국 경제 전반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재무 장관에는 헤지펀드 창업자 스콧 베센트를 지목했다. 그는 대선 직후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할 것"이라며 다소 온건한 입장을 보였다.
베센트 재무 장관 지명자는 갑작스런 관세 인상으로 미국 경제에 끼칠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내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수입품의 가격을 상승시켜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동시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반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 여파로 물가가 1% 오를 수 있으며 2026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이 0.6% 낮아질 수 있다고 최근 분석한 바 있다. 베센트 지명자가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피하길 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라며 수위 조절을 언급한 배경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베센트 재무장관 내정자가 트럼프 1기 때 재무장관을 맡았던 스티브 므누신처럼 공개적으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강화 의제를 지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을 설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정책은 '단기간의 고통'을 초래하더라도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을 빠르게 추진하자는 쪽(러트릭-그리어)과 인플레이션 등 자국 경제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차츰 수위를 높여가자는 쪽(베센트) 사이에서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는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부과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행 11.7% 수준인 관세가 내년 7월 20.2%, 2026년 3월 28.2%, 2026년 9월 36.2%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中 '보복 관세'로 맞대응 전망…핵심광물 통제는 '덤'
급진적이든 점진적이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과 2차 무역전쟁에 돌입할 경우 중국 역시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미 '관세 폭탄'을 맞은바 있는 중국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제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맞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1기 집권 당시인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9월 사이 4차례에 걸쳐 최대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역시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 등 6백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5~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싱크탱크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CAITEC)의 취 웨이시 부원장은 최근 외신 간담회에서 "미국에서 관세 인상 조치가 나오면 그 시점에 맞춰 각국에서도 이를 반격할 대응책을 내놓게 될 것"이라며 중국 역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대 국제경제연구소 왕웨셩 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의 보복 규모는 일반적으로 상호적"이라며 "(중국은) 확실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4월 상호주의에 입각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을 사상 처음으로 통과시키며 법적 기반까지 마련해놨다.
중국은 여기에 더해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첨단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흑연 등의 수출을 통제하고 있고, 자국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 가공 기술에 대해서도 수출을 막고 있다.
이정민 코트라(KOTRA) 워싱턴 무역관 담당자는 경제통상 보고서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세에 대비한 중국이 강온 양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보복관세로 대응하거나 리튬 등 희토류 또는 중국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시장 다변화 나서는 中…환율전쟁 등 대응카드 다양
중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예고된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시장 다변화에도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해 SCMP는 "2018년 첫 번째 관세 부과 이후 초기의 공황 상태 이후 중국은 중동과 중앙아시아와 같은 신흥 시장을 개척했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차 산업이 대표적인 사례로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요시다 타츠오 수석 자동차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관세 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이런 공세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환율전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이 관세 인상으로 높아진 수출 제품의 가격을 상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새 관세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위안화 평가절하)를 보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트럼프 1기 당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전략적 위안화 평가절하'로 대응한 전례가 있다. 이와관련해 JP모건은 '트럼프 관세'에 대응해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10~15% 용인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스콧 케네디는 "중국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갖고 있다"면서 "중국은 트럼프가 노골적인 경제 전쟁을 추구한다고 믿을 경우 저항하고 미국 경제에 피해를 줄 여러 도구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국내적으로는 수출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내수 진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8일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총 12조 위안(약 2321조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내수 진작을 위한 구체적인 재정 지원 규모는 내놓지 않았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구체화 될 때까지 실탄을 아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부양책 발표 당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장관)이 내년에도 재정 정책을 더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한 대목에 주목하며 중국 정부가 내년 재정 적자를 더 용인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남아도는 중국산 어디로? 韓 산업 생태계 위협 '↑'
세계 1,2위 경제대국이 펼치는 무역전쟁으로 양국간 무역 규모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72억 달러(약 600조원) 규모다. 매쿼리 그룹 래리 후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 이후 1년간 중국의 수출이 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다 멕시코 등 우회 수출로를 통한 수출까지 감안하면 수출 감소폭은 더 클 수 있다. 지난해 멕시코의 대미 수출액은 4756억 달러를 기록하며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제쳤다. 다만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기업의 상당수가 관세가 없는 멕시코로 공급망을 이전한 영향이 크다.
더 큰 문제는 양국간 무역전쟁은 한국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차치하더라도 중국의 대미 수출 감소는 한국의 대중 수출 감소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발표한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대중국 관세 폭탄이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여기다 대미 수출 감소로 남아도는 중국산 제품이 한국으로 향할 경우 한국의 산업 생태계를 크게 위협할 수 있다. 당장 최근 몇년새 중국 철강업체들이 남아도는 철강을 해외에 저가로 팔아치우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1,2위 철강기업들이 공장을 폐쇄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플랫폼이 중국산 저가 제품을 해외 '직구'(직접구매)로 한국에 들여오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고, 세계 최대 전기차 생산기업 비야디(BYD)와 지커 등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토종 자동차 기업들도 잇따라 한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전국 제조기업 222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27.6%가 중국산 제품의 저가 수출로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또 현재까지는 영향이 없으나 향후 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 기업도 42.1%에 달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지난 5월 기준 중국의 사업 재고는 16조 7천억 위안(약 3176조원) 규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재고가 쌓이고 있다면서 국내 기업들이 수출 포트폴리오 전환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4.12.03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