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퍼링 사태로 "K팝 위기"라는 음악단체, 요구사항은?[현장EN:]
"위기의 K팝, 음반 제작자가 없다면 K팝도 없다. 편견을 넘어 모두를 위한 음악 산업으로."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김창환 회장, 한국음반산업협회(음산협) 최경식 회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임백운 회장,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 박강원 이사,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 이명길 이사는 결연한 표정으로 한 목소리 내어 문구를 읽었다. 사회자인 최광호 음콘협 사무총장은 발제 말미에 새끼손가락을 펴고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약속을 지켜주세요"라고 당부했다.
한매연·연제협·음레협·음산협·음콘협 등 5개 음악단체가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서 '렛츠 킵 어 프로미스(Let's keep a Promise) : 음반제작자가 없다면 K-팝은 없다!'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19일 낸 공동 입장문에도 나타난 것처럼,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새 활동명 '엔제이지'(NJZ)로 독자 활동 중인 그룹 뉴진스(NewJeans) 사태를 겨냥한 자리였다. 아티스트와 기획사 간 신의를 바탕으로 한 가장 기초적인 약속인 '전속계약'을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기는 사태가 결국 산업 근간을 흔들어 K팝 산업에 위기가 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최 사무총장은 뉴진스 하니가 아일릿 매니저로부터 들었다는 '무시해' 사건을 언급한 후 "유명무죄, 무명유죄"라며 "또다른 당사자인 이름 모를 매니저의 의견도 들어봐야 했다"라고 말했다.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기에 "진실을 알지 못한다. 저희는 어느 한 편에 서서 누구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라고도 한 최 사무총장은 다만 기획사와 연예인의 관계는 '고용인-피고용인'도 '갑을'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5개 음악단체는 "수십 년간 기획사와 음반제작자들의 헌신적 투자와 뛰어난 장인정신으로 대중음악 산업은 대한민국 국격 향상에 기여해왔으나, 최근 일부 사건들이 과도하게 부각되면서 음반 제작자 전체에 대한 부정적 편견이 확산되고, 일방적인 여론과 규제 도입으로 인해 산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신인 걸그룹 유니스(UNIS)와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제작한 최재우 F&F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우선 '상당한 제작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음반 제작자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캐스팅 과정부터 비용이 든다"라며 "안무, 무용, 보컬 능력, 랩, 카메라를 보고 연출할 수 있는 것들, 외국어, 뷰티 관련 시술과 수술, 첫 번째 앨범 제작까지 생각한다면 중소 기획사라고 해도 최소 10억 대 이상에서 100억까지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막대한 투자 비용을 들인 후에 수익을 내는 '선투자 후회수'라는 구조를 언급한 이남경 한매연 국장은 현재의 표준계약서가 생긴 지 16년이 지났고, 그동안 바뀐 업계 실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예인과 기획사의 관계를 "서로 협력하는 동반자적 관계"라고 표현한 이 국장은 "(전속계약) 결속력 대부분의 책임을 기획사에 전가하고 있다. 표준계약서 5조, 6조를 보면 회사의 권한과 의무, 연예인의 권한 의무가 있는데 연예인이 가진 의무는 딱 3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연예인이) 먼저 투자된 (상태의) 계약을 깨려고 한다면 과연 기획사가 그럴(선투자)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인제 동등한 관계 속에서 협력할 수 있는 형태의 계약서를 연구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국장은 "일방적인 전속계약 해지 선언과 그 후의 독자 활동은 굉장히 위험하다"라며 특히 법원의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두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가처분 인용은) 회사는 지금부터 손해를 보고 연예인은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라며 콘텐츠 전문 기관을 통한 '조정'을 먼저 시도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 국장은 "정치권과 사법부에 제발 당부의 말씀 좀 드리고 싶다. 대중문화예술산업은 누구 혼자가 만들어가는 사업 자체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양자 간의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 산업 진흥을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라며 "제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해서 보수적으로 접근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한매연 본부장은 "과거와 달리 현재 소요 예산만 최소 수십 억원 이상 투자되는데 전체 시장의 90% 이상인 중소기획사 음반 제작자가 감당해야 할 리스크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신인 개발 시장의 보호 측면에서 산업적으로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라며 경업 금지 의무, 경업 금지 기간 등에 제한을 둬 전속계약 기간 중 탬퍼링 시도가 무의미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종길 음레협 사무국장은 음원 스트리밍 수익을 배분할 때 저작자 10.5%, 실연자 6.25%, 음원 서비스 플랫폼 35%, 제작사 48.25%인 비율을 두고, 제작사가 너무 많은 몫을 가져간다는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신 국장은 "48.25%의 지분에는 뮤지션, 유통사와 각각의 상호 계약에 따라 또 다시 다양한 분배 비율을 갖는다"라며 "(음원이) '패'할 경우에는 금전적인 리스크는 물론, 최근에는 '모든 게 제작사의 탓'이라는 등의 정신적인 리스크도 감내해야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라고 전했다.
2025.02.27 1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