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왜곡한 지지자들의 광기, 퇴근하지 못하는 나[왓더OTT]
공포. 사전적으로 두렵고 무서운 감정을 의미한다.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은 다양하다. 타인이 될 수도, 사물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보이지 않는 존재조차 두려움을 자아낸다.
신의 의도를 왜곡해서 받아들인 지지자들의 광기 어린 모습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신의 의도를 대신한다며 거리로 나와 타인의 삶에 낙인을 찍는다.
퇴근하지 못한 채 회사에만 머물러야 하는 직장인의 삶 역시 또 다른 형태의 공포다. 두 편의 시리즈를 통해 이들이 마주한 공포를 조명한다.
자의적으로 해석한 집단, 폭력 정당화한 화살촉
대낮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정체불명의 괴생명체들. 이들은 한 남성을 집요하게 뒤쫓아 결국 그의 목숨을 앗아간다.
눈앞에서 펼쳐진 초자연적인 현상에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새진리회 정진수(김성철) 의장은 이를 '시연'이라 부르며, 죄를 지은 인간이 지옥으로 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 현상이 신의 의도이며 인간은 더 정의로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연에 대한 두려움이 퍼지면서 시민들은 점차 정진수의 말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곧 이를 따르는 무리가 모여 거대한 집단이 되고, 시연을 하는 괴생명체들은 '신의 사자', 인간의 죽음을 고지하는 존재는 '천사'라 불리게 된다.
온라인에서도 정진수의 말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등장한다.
"화살촉, 화살촉, 화살촉"
이들은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신이 시위를 당기면 날아가야 한다"며 자신들을 '화살촉'이라고 지칭한다. 신의 의도를 전한다는 명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며 결국 범죄까지 저지른다.
정진수 역시 20년 전 시연을 예고받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형사 진경준(양익준)은 딸 진희정(이레)의 범행을 숨기기 위해 진실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이후 시연이 계속되면서 새진리회와 화살촉 세력은 더 강력해진다.
새진리회는 신의 의도를 보여준다는 명목으로 시연 장면을 대중에게 공개하고, 화살촉은 고지받은 이들의 가족까지 낙인찍으며 사회를 장악해 간다. 이 가운데 시연을 받은 사람들을 행방불명 처리하는 소도라는 조직도 등장한다.
하지만 배영재(박정민)·송소현(원진아)의 아기가 고지를 받으면서 사건은 반전을 맞는다. 그동안 죄를 지은 이들이 시연을 받는다는 논리가 깨지게 된 것.
"원칙없는 세상이 어떻게 될 거 같아. 종말이라고." -새진리회 김정칠(이동희) 의장
여기에 화살촉을 이끈 이동욱(김도윤)도 고지를 받으면서, 그는 이 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기에 이른다. 민혜진(김현주) 변호사의 사투와 부모의 희생 끝에 아기는 극적으로 살아남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1. 총 6부작.
한줄평: 두려움 위에 세워진 권력과 세상에 나온 화살촉의 위험성
영원히 퇴근하지 못하는 직장인, 고통받는 또 다른 나
기업 '루먼'은 직원들의 직장 생활과 사생활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절 시술을 시행한다.
이 시술을 받은 직원들은 직장에서 생활하는 '이니(Innie)', 회사 밖에서 활동하는 '아우티(Outie)'로 나뉜다. 이니들은 단 한 번도 회사 밖을 나간 적 없으며 바깥 세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아우티 역시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 채 살아간다. 이들은 같은 신체만 공유한 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어느 날, 마크 스카우트(애덤 스콧)는 전 팀장 피터 킬머(율 바퀘즈)의 실종 후 MDR 팀장으로 승진한다. 같은 날 신입사원 헬리 릭스(브릿 로워)가 팀에 합류하게 되고 마크는 업무 교육을 시작한다.
당장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헬리. 하지만 모든 시도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다. 헬리는 자신의 아우티에게 영상 메시지를 보내 그만 두고싶다고 요청하지만, 끝내 거절당하고 만다. 크게 좌절한 헬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지만, 마크에게 발견되어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당신은 그의 허락 없이 그를 이 세상에 데려왔어요. 당신이 정서적으로 편하고 싶어서요." -어셀 레가비(캐런 앨드리지)
이 과정에서 외부에서 들어온 한 권의 책이 MDR 팀의 변화를 일으킨다. 마크는 몰래 책을 읽으며 점차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이 가운데 MDR 팀원 중 한 명인 어빙 베일리프(존 터투로)가 우연히 상담실에 가게 되면서 O&D 팀장 버트 굿맨(크리스토퍼 워컨)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형성하고, 팀 간에 퍼져 있던 근거 없는 루머의 실체를 알게 된다.
사건은 또 다른 MDR 팀원 딜런 조지(제크 체리)가 몰래 O&D 안내 카드를 가져가면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딜런은 루먼의 관리자인 세스 밀칙(트러멜 틸먼)의 의해 회사가 아닌 자신의 집에서 의식을 회복하게 되고, 우연히 처음으로 아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이 바깥 세상에서 가족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딜런은 회사에 분노한다. 어빙 또한 버트의 은퇴식을 바라보며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도 기억을 빼앗거나 없앨 수 없다"고 외친다.
바깥세상의 마크는 아내 제마의 죽음을 잃기 위해 단전 시술을 받은 인물이다. 그는 단절 시술에 복구한 피터를 만나면서 점차 이 시술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시작한다. 끊임없이 울리는 피터의 전화기를 받은 마크는 회사 내 모든 출입문을 열 수 있는 통행증을 손에 넣게 되고, 이를 회사 내 자신인 마크에게 전달한다.
바깥세상을 경험하기 위해 준비하는 팀원들. 그리고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
"우린 거기서 고문받고 있어요. 우린 포로예요." -헬리
애플TV+ 시리즈 '세브란스: 단절'. 총 9부작.
한줄평: 여기에도 '사람'이 있어요.
2025.03.16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