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그리고 북한, 퇴로가 없어서 어렵게 됐다
-박근혜 당선인, 美측에 대화 건의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2월 12일 (화)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정관용> 우리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대북기조, 남북관계의 향방 짚어보죠. 전 통일부 장관 정세현 전 장관 모십니다. 안녕하세요.
정세현 前통일부 장관
◆ 정세현>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북한이 오늘을 꼭 짚은 이유가 혹시 있을까요?
◆ 정세현> 조금 전에 워싱턴 특파원이 말씀하신 대로 내일 스테이트 오브 유니온, 그러니까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연두 교서 발표하는 그 시점 직전이라는 점과 그 다음에 기왕 핵실험을 하려면 김정일의 생일이 지금 2월 16일 아닙니까? 그 직전에 좀 이걸 해서 확실하게 이른바 북한 주민들에게 뭔가 강성국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고 하는 그 두 가지 계산에서 보면 좋겠다고 봅니다.
◇ 정관용> 미국과 국제사회뿐 아니라 이번에는 특히 이례적으로 중국도 아주 강력하게 여러 차례 경고하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는데 뭘 노린 거라고 보십니까?
◆ 정세현> 그런데 이제 미국이나 중국에서 강력히 경고를 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 보면 북한은 그 동안에 핵실험을 하겠다는 얘기를 사실상 예보 중개방송을 단계적으로 했습니다. 각종 회의를 통해서 중대한 결심을 했느니, 중대한 결정을 했느니, 중대한 결론을 했느니. 그러니까 이런 보도들을 내놓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랬죠.
◆ 정세현> 그 얘기는 지금 나를 말려 달라는 메시지였어요, 사실은. 말려 달라, 이때 미국이 나서서 우리를 붙들어 달라, 예컨대 93년 3월달에 북한이 NPT 탈퇴했을 때 미국이 바로 그 당시 클린턴 정부인데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었습니다. 물론 그때 김영삼 정부는 그걸 말렸죠. 말하자면 우리를 빼놓고 얘기하는 것도 안 되고, 남한을 빼놓고 얘기하는 것도 안 되고. 북한이 NPT 탈퇴라고 하는 강수를 두는데 버릇을 잘못 들이면 안 된다, 달래면 안 된다, 거칠게 다루어야 한다는 식으로 해서 대화를 못하게 했지만 미국은 그걸 무시하고 북한을 붙들어서 결국 그 이듬해 제네바 기본합의라는 걸 만들어 내고. 그로부터 부시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북한은 핵 활동을 안 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정세현> 그러니까 93년에 강수를 둔 뒤에 미국이 바로 대화를 시작해 주고 그걸로 해서 북한에 발목을 어떻게 보면 잡았죠? 핵 활동을 못하게 묶어놨고. 그 효과는 2002년 말 부시 정부가 그 중간에 HU 프로그램을 구실로 해서 경수로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북한은 사실 핵 활동을 중지했었습니다.
◇ 정관용> 고농축 우라늄 말이죠?
◆ 정세현> 그렇죠. 나중에 보니까 고농축 우라늄도 아니고 그냥 농축 우라늄이었는데. 어쨌건 그때 20년 전하고 똑같은 상황으로 지금 몰고 가고 싶어서 북한이 지금 강수를 뒀다고 저는 봅니다.
◇ 정관용> 그런데 말려달라고 했는데 미국이 나서지를 않았다 이 말이죠.
◆ 정세현> 몇 번을 중계방송을 했으니까, 예고방송을. 그 얘기는 지금 카운트다운을 하면서 빨리 미국이 뉴욕 채널이건 제네바 채널이건 만나자는 얘기를 하길 기다렸는데 안 하니까, 그렇다면 일단 다음 번 협상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 일을 시작해라, 그러니까 북한한테는 틈새시간을 주면 안 돼요. 틈새시간을 주면 일을 더 크게 저질러 놓고 난 뒤에 반드시 회담을 열린다, 제재 운운하다가도 회담은 열린다, 그때 가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험을 한다든지 발사를 한다든지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그런 셈법을 가지고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2006년 10월 첫 번째 핵실험, 2009년 5월 두 번째 핵실험. 두 번 다 핵실험 이후 몇 개월 만에 북-미 대화가 시작되지 않았습니까?
◆ 정세현> 그렇죠. 그걸 노린 거예요.
◇ 정관용> 이번에도?
◆ 정세현> 사실 이번에는 경량화 내지는 소형화까지 예견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 정부가 바로 나섰더라면 그걸...
◇ 정관용> 막을 수 있었다?
◆ 정세현> 막을 수 있었는데, 미국 정부가 지금 새로 출범하는 이 어수선한 시기에 지금 북한이 일을 벌여버렸기 때문에 일이 참 어렵게 됐네요.
◇ 정관용> 그러면 정 장관 보시기에...
◆ 정세현> 20년 전만해도 3월달에 일을 벌여서 그래도 정부가 외교안보라인이 팀워크가 짜여진 뒤였기 때문에 대응을 바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누구입니까? 존 케리 국무장관이 들어오기 전부터 예고 방송을 했고 들어온 뒤에도 바로 아직 업무파악도 안 된 상태에서 일을 저질러 버리니까, 이게 참 서로 지금 퇴로가 없어서 어렵게 됐습니다. 우리도 인수위가 나설 수도 없고.
◇ 정관용> 그러니까 말이에요.
◆ 정세현> 이명박 정부가 나설 수도 없는 이 시점. 이게 참 진짜 그렇게 됐는데...
◇ 정관용> 미국이 조금 체제 정비를 하면 다시 또 대화 국면으로 갈까요? 그렇지 않을까요?
◆ 정세현> 저는 간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대화를 통해서 북핵 능력이 더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 미국의 국가 위기에 도움이 되지, 제재나 이런 걸로 해서 문제가 해결 안 될 걸 뻔히 알면서 계속 제재 타령이나 하고 유엔 안보리 소집해서 1874, 2087보다 더 센 걸 채택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지금 중국이 미-북 경쟁 내지는 갈등 상황에서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중국의 대북 레버리지도 커지는 것 아니겠어요? 그렇다면 일정한 부분 그 제재에 협조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행을 안 하면 끝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는 미국이 제재 운운해 봤자 그것은 결과적으로 공허한 얘기밖에 안 되고.
◇ 정관용> 알겠습니다.
◆ 정세현> 그러다보면 결국 회담으로 나가야 할 겁니다.
◇ 정관용> 뭐, 당분간은 국제 사회가 아마 제재 분위기가 되겠습니다마는 그 물밑에서 대화를 위한 또 새로운 국면을 준비할 것이다. 우리도 그런 자세를 좀 가질 필요가 있겠군요.
◆ 정세현> 글쎄 그러니까 지금 우리 정부가... 제일 급한 것은 우리예요, 사실은. 북한이 핵능력이 커지면 미국은 별로 겁날 것 없습니다. 중국도 그렇고요. 우리만 어려워지는데 그렇다면 박근혜 당선인이 지금 나서야 돼요. 미국한테 조용하게...
◇ 정관용> 말해야 된다?
◆ 정세현> 대화를 시작하라.
◇ 정관용> 여기까지 말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장관까지 말씀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