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반

    "야동은 연출…사랑은 없고 쾌락만 있다"

    [성에 탐닉한 대한민국…성교육이 대안이다⑦] 음란물

    노컷뉴스는 지난해 ''성에 탐닉하는 대한민국'' 기획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성문화 현실을 고발했다. 이러한 성문화의 기저에는 왜곡된 성 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대안으로 성교육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순서
    ①''여자는 거칠게 다뤄야''…왜곡된 性
    ②우리 아이가 벌써 성에 눈 뜬 걸까요?
    ③"네 이웃을 조심하라"…성폭력 예방 1계명
    ④"솔직히 말해, 옷차림이 야하진 않았니?"…2차 가해 심각
    ⑤"자꾸 빠지고 찢어져요"…글로 배운 피임
    ⑥ "키스 다음도 묻고 할 거야…?"
    ⑦"야동은 연출…사랑은 없고 쾌락만 있다"
    (계속)
    ◇야동, 성범죄의 원인?

    지난해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그 원인을 ''게임''이라고 지목한 적이 있다. FPS(1인칭 시점에서 총기류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슈팅 게임)의 잔인함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

    비슷한 사례가 한국에도 있다. 90년대 후반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만화가 지목됐다. 당시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학원물 만화가 전부 연재를 중단했다. 요즘은 게임을 학교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이 음란물이라는 것이다.

    "OOO은 평소 일본 음란물을 즐겨 보았다", "야동(야한 동영상)을 본 ㅁㅁㅁ는 어린 여자와 성행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아동 음란물이 70여 편이 있었고, 범행 전날도 음란물 50여 편을 보았다" 등등.

    고종석·김점덕·김수철 사건 등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경찰 브리핑에서 음란물은 빠지지 않는 성범죄 단골 동기다. 브리핑 뒤에는 언론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음란물은 성범죄의 원인이므로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는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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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정말 경찰이나 언론의 주장대로 음란물이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일까. 이에 대해 취재차 만난 성교육 전문가들은 "그렇게 볼 수 없다"고 답했다. 한 전문가는 오히려 "음란물이 성욕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성의학자는 성행위를 할 수 없는 사람에게 야동이나 포르노를 성 치료의 도구와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다른 성교육 전문가는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이 음란물이라 말하는 것은 1차원적인 단순한 분석"이라 했고, 또 다른 전문가는 "음란물이 성폭력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말할 유의미한 연구가 현재까지는 없다"고 했다.

    성교육 전문가들이 음란물을 옹호하거나 권장하는 게 아니다. 다만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이 음란물이라고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성범죄의 원인은 보다 구조적이고, 거시적인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예컨대, 여성과 아동에 대한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가부장적·폭력적인 문화와 음란물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구조, 음란물에 대한 교육이 전혀 없는 현실 등을 종합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성교육 전문가들은 "음란물은 안 보는 게 좋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다만, 안 본다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다. 문자나 메일 또는 인터넷 사이트만 잘못 들어가도 뜨는 팝업창 등 여성의 나체와 같은 음란물을 쉽게 접한다. 자신이 보기 싫다고 안 볼 수 있지 않다. 때문에 성교육 전문가들은 "음란물의 속성을 가르쳐 분별력을 키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음란물 보면 공격성 8배 높아져

    음란물을 본 사람이 모두 성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범죄자 중에 음란물 중독자가 많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임정혁 성교육 전문 강사는 "미성년 시기 무비판적이고, 무분별한 야동 시청은 중독으로 쉽사리 이어지고, 야동에 노출이 많이 된 아이들은 ''강간 통념''에 대한 수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와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고 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가 2012년 발표한 ''청소년 성인물 이용 실태조사''를 보면, 음란물을 보고 ''변태적인 장면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됐다는 반응이 16.5%, ''성추행·성폭행 충동을 느낀다''는 답이 5%였다. (조사 대상 : 초등학교 5학년생부터 고등학교 2학년생까지 1만 2,251명)

    또 고교생의 20.3% 음란물을 본 뒤 ''따라 하고 싶었다''고 응답했다. 임 강사는 "음란물에 대한 사전 교육이 없다 보니, 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왜곡된 성 의식을 형성하고, 공격성이 증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란물을 보면 공격성이 강해진다''는 실험 결과로도 증명된 바 있다. 2009년 EBS TV가 방영한 ''다큐프라임 - 아이의 사생활 Ⅱ''에서 보면, ''포르노-공격성 연관성'' 실험을 한 결과, 포르노 영상물이 다른 영상물에 비해 시청자의 공격성을 뚜렷하게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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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대학생 12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각각 세 가지 영상물(자연 다큐멘터리/일반 포르노/하드코어 포르노)을 15분 동안 보게 한 뒤, 전통적인 공격성 측정 방법인 다트 던지기 실험으로 영상물 시청과 공격성 간의 연관성을 밝혔다.

    공격성 판단은 다트 던지기에서 제시된 사람/사물 표적 가운데 사람 표적에 다트를 던지는 빈도를 따져 분석하는데, 실험 결과 자연 다큐를 본 그룹은 사람 표적에 다트를 평균 0.3회 던진 반면, 일반 포르노를 본 그룹은 1.4회, 폭력적 포르노를 본 그룹은 2.4회로 나타났다.

    자연 다큐를 본 사람에 비해 폭력적인 포르노를 본 그룹이 8배나 높은 공격성을 보인 것이다. 특히 표적 중에서 여성 표적에 대한 공격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

    문제는 ''공격을 공격으로, 가해를 가해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이유진 선임연구위원은 "음란물 때문에 성폭력이 일어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음란물을 통해 공격성이 촉발되고 더 안 좋은 방법으로 성폭력을 저지르기도 한다"고 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에 따르면, 성폭력인 걸 알고 가하는 사람과 모르고 가하는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음란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 음란물로 인한 왜곡된 성 의식이, 성폭력이 잘못된 것인지를 인지하지 못하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 음란물, 상품으로 팔기 위한 ''가짜 性''

    사단법인 푸른아우성 이충민 강사는 "음란물은 목적 자체가 만드는 사람이나 유통하는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만들어 낸 상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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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란물 대부분은 구매자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극적인 장면만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상황에 대한 전후 맥락이 없다 보니 현실에서는 범죄로 여겨지는 상황(지하철 치한, 길가는 여자 옷 벗기기 등)도 마치 자연스럽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다시 말해 거짓된, 연출된 성을 모아놓은 것이다.

    이 강사는 "음란물 안에는 사랑의 스토리가 없고 오로지 쾌락만 있다. 제대로 된 성은 서로 사랑하고, 동의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바탕이 된다. 그러나 시작부터 성행위가 나오는 것이 전부인 양 표현되는 음란물에서는 제대로 된 성을 배울 수 없다"고 했다.[BestNocut_R]

    음란물이 왜곡된 성 지식을 전달하는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 강사는 "아이들은 음란물에 출연하는 배우들처럼 성기나 유방이 커야 상대를 만족하게 할 수 있다고 학생들이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또 "강하고 거칠게 여성을 다뤄야 한다는 인식"도 음란물이 전하는 잘못된 인식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기 음란물을 통해 배운 왜곡된 성 지식이 잘못된 성생활 습관을 만들 수 있다"며, "이는 성인이 된 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만들어야 할 즐겁고 아름다운 성생활을 망치게 된다"고 했다. 임정혁 강사도 "야동은 본질적으로 폭력적이고, 관계 파괴적이라는 것을 성교육을 통해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다음 기사 - 해외 성교육 사례

    도움 : 굿네이버스, 아하!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사)푸른아우성
    자문 : 임정혁. 경기도 오산 거주. 7살, 5살, 2살짜리 세 딸을 키우는 딸바보 아빠. 전 화성여성회 성 평등 강사단 교육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법무부 법교육 출장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린이집·학교·교회 등 1년에 300회 정도 성교육을 하고 있다.


    당신의 아이는 야동을 안 볼까요?-야동 보는 내 아이 대처법

    부모의 심정은 늘 그렇다. ''내 아이는 안 그러겠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날은 도적같이 등장하는 법이고, 믿는 도끼엔 발등을 찍히는 법.

    그래서 준비한 야동 보는 내 자녀를 발견했을 때 부모의 대처법.

    자녀가 야동을 보는 것을 발견했을 때 부모도, 아이도 모두 당황할 것이다. 이때 부모는 당황하여 무작정 구박하거나 핀잔을 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지 말고 침착하자.

    특히 아들이 음란물을 보는 모습을 보고 혐오스럽게 생각하는 어머니가 있는데 그럴 필요 없다.

    아들이 음란물을 본 경우라면, 동성인 아버지가 대화를 시도하는 게 좋고, 아들에게도 편하다. 아들에게 언제부터 음란물을 봤냐느니, 일주일에 몇 번 보냐느니 등의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질문은 피하자.

    오히려 아버지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자신의 어린 시절 음란물을 접한 경험담을 공개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좋다.

    무조건 "야동을 보지 말라"고 말하기보다, 야동의 속성 등에 관해 이야기해 보자. 사춘기 아이들은 음란물을 통해 성 지식을 습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성기와 가슴 등 크기에 집착하거나, 격렬한 행위, 장시간 지속하는 모습 등이 모두 성적 자극을 주기 위해 연출한 것이지 현실과는 다르다는 점을 짚어줘야 한다.

    또 야동에 출연한 여성 배우나 남성 배우가 어떤 심정일지를 함께 추측하는 것도 좋다. 자녀는 "음란물에서 보면 모두 좋아하고 즐기던데요"라고 답할 수도 있겠지만, "과연 그것이 배우 진짜 심정일까. 여성의 교성 등에는 연출자의 의도가 담기지 않았을까" 등 음란물이 현실이 아닌 픽션임을 주지시켜 주자.

    특히 강간물 등의 폭력적이고 일방적인 음란물이 여성에게 쾌감은커녕 오히려 고통을 주고, 심한 경우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히는 ''범죄''임을 알려주자.

    또한 자녀가 음란물에 대해 스스로 분별력을 갖고 시청 횟수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볼 것을 주문하며, 신뢰감을 주는 말을 하는 것도 좋다.

    마지막으로 음란물 중독에 이른 경우는 전문가와의 상담이나 치료를 받음은 물론 자녀와의 관계성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와의 신뢰감을 쌓아가며 심리적 안정을 회복하고, 자연스레 고민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 또한 농구나 등산 등을 통해 건강하게 에너지를 발산하며 몸의 감각과 뇌 기능을 회복하면 중독치료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임정혁 성교육 전문 강사

    * 음란물 차단방법
    PC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이트(www.greeninet.or.kr)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
    안드로이드 폰 -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통신 3사 마켓에서 ''스마트 보안관'' 어플 무료로 다운로드 가능
    **음란물 중독 자가 테스트(http://old.tacteen.net/testing/testing1.asp) - 탁틴내일 홈페이지
    ***음란물 관련 푸른아우성 웹툰 - http://www.aoosung.com/forum/list.php?cate=CHILD127554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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