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경제민주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 이한구·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7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법률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법안의 국회 처리를 6월로 미루기로 합의했다.
전날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와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FIU법)의 법사위 상정에 대해 새누리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이다.
당초 양 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과 오후 회담을 통해 FIU법 수정안의 법사위 상정에 합의하는 듯 했으나 새누리당 소속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정무위를 통과한 법안을 24시간도 안돼 본회의로 넘기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국회법상 5일의 숙려기간을 갖도록 하는데 야당의 요구에 밀려 법안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넘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법사위 단계에서 FIU법 등을 문제 삼을 것이라는 예상은 진작부터 있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법사위 간사가 제동을 걸고, 이한구 원내대표가 사실상 방조한 것"이라고 봤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숙려기간 미도래를 이유로 완강히 끝까지 반대해 4월 임시국회 내에서 처리가 무산됐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률 체계와 자구를 심사한다는 법사위에 가로 막혀 무산되거나 약화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당정협의와 여야합의를 거쳐 의결한 국민연급법 개정안도 법사위의 문턱을 넘지 못해 4월 임시국회 통과가 불가능해졌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은 법사위에서 새누리당의 반대에 부딪혀 내용이 크게 약화된 사례이다.
새누리당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유해물법 개정안에 대해 "정부 부처 간에도 이견이 있는 법안을 무조건 처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지난달 30일 법안심사소위로 넘겼다.
결국 법안심사소위는 과징금 규모를 매출액의 10%에서 5%로 약화된 수정안을 의결했고 이날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차례로 통과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상임위를 통과한 법률안을 법사위가 발목잡거나 내용을 개정하는 희한한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상임위의 권한을 넘어서는 상원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법사위 소속인 민주당 서영교 의원도 "제대로 된 국정이 되려면 새누리당 내 개인의 발목잡기가 근절돼야 한다"며 새누리당 법사위원들의 월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