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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vs 그윽'', 연휴에 꼭 가볼 도심 사찰 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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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홀 vs 그윽'', 연휴에 꼭 가볼 도심 사찰 2곳

    [서울의 재발견-8]서울 옛 도심, 낭만의 사찰 달빛 기행

    연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하려면 보통 ''''명동''''을 찾는다. 봄 연휴 도심 한복판에서 석가탄신일의 낭만에 젖어보려면 어디를 찾아야 할까.

    서울 옛 도심에서 아름다운 사찰 연등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두 곳을 찾아가보자. 바로 ''조계사''와 ''길상사''.

    오늘이 벌써 석가탄신일. 그러나 시간을 놓쳤다고 아쉬워할 필요 없다. 두 곳 모두 연휴 내내 아름다운 연등 산책로를 품고 시민들을 반기기 때문이다.

    연휴 저녁 식사를 마치고, 가족과 함께, 석가탄신일의 정취를 도심 속에서 누려보자. ''활기차고 황홀한'' 조계사 연등과 ''조용하고 그윽한'' 길상사 연등, 두 곳을 함께 걸으면서.

    ◈ 황홀의 극치, 조계사 연등

    조계사는 우리나라 불교의 최대 종파인 조계종의 대표 사찰인 만큼, 사찰 연등의 규모나 화려함이 탁월하다. 도시에서 평소 볼 수 없는 황홀한 연등 빛의 향연에 감탄하는 젊은이들과 외국인들이 너도나도 카메라를 꺼내드는 곳이다.

    조계사1

     



    조계사 주변으로 사찰음식점과 찻집, 불교용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어우러져 불교의 거리를 만든다. 함께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은 전국 사찰에서 보관하기 어려운 불교문화재들이 모여 있어서 진귀한 한국 불교미술의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조계사와 그 주변 거리와 골목은 석가탄신일 분위기를 가장 짙게 느낄 수 있는 도심 속 휴식처다.

    조계사 연등축제는 연휴 내내 이어지며, 연등은 6월 중순까지 떼지 않고 밤마다 밝혀둔다. 연등은 저녁 7시경에 점등된다. 이후 밤새도록 사찰이 개방된다. 법당만 밤 10시부터 새벽 3시까지 문을 닫을 뿐.

    연등 축제를 위한 주차장은 따로 없다고 봐야 한다. 종로에 있는 만큼 대중교통이 편리하니, 저녁식사를 마치고 편안한 마음으로 산책을 떠나보자.

    ◈ 그윽한 정취, 길상사 연등

    조계사 연등의 화려함, 황홀함과 달리, 나무에 달린 길상사의 연등은 깊고 그윽한 정취가 있다.

    길상사

     



    이런 정취는 길상사라는 사찰 자체의 특징과도 연결된다. 길상사는, 우리나라 3대 요정으로 꼽혔던 대원각의 주인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 철학에 감화를 받아 대원각을 조계종 송광사의 말사로 시주하면서 사찰로 거듭났다. 그 후 길상사는 도심 속 명상과 참선을 위한 청정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곳곳에 나 있는 작은 오솔길 산책로와 ''''침묵의 집''''을 통해 도시 일반인들이 참선과 명상 체험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삼청각, 청운각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요정으로 꼽혔던 대원각을,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깨달은 뒤 폐쇄하고 사찰로 시주한 김영한(법명 길상화) 여사의 이야기도 길상사의 연등만큼이나 그윽하고 낭만적이다.

    김영한 여사는 밀실정치, 요정정치의 꽃이었던 대원각을 운영하고 천억원대의 재산가가 됐지만, 1995년 법정 스님에게 아무 조건 없이 시주했다. <무소유>를 읽고, ''''여인들의 웃음을 팔아 번 돈을 부끄러워하며 내린 결정''''이었다. 그리고 창작과비평사에 2억원을 기증하며 1997년에 백석문학상이 제정됐다.

    길상사

     

    여기서 김영한 여사의 법명 ''''길상화(그리움이란 뜻을 지닌 꽃)'''' 그리고 그녀의 기증으로 제정된 ''''백석문학상''''에는, 시인 백석과의 사랑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 1930년대 우리 문단의 천재 시인이자 조선문단의 3대 미남으로 꼽혔던 백석과 깊은 사랑을 나눴으나, 가세가 기울어 기생이 된 자신을 백석의 집안에서 반대하는 것을 알고, 편지 한 장을 남긴 채 백석을 떠나버렸던 김영한 여사. 마음 깊이 그리움을 품고 깊은 사랑을 아름답게 간직하며 살다가 화류계를 대표했던 요정을 불가의 도량으로 시주한 그 인격의 향기가 지금의 길상사를 만들었다.

    대원각을 시주받아 지금의 길상사를 창건한 법정 스님은 2010년 초봄 입적하는 순간까지 무소유를 실천한 승려였다. 그의 진영이 길상사 진영각에 봉안돼 있고, 5월 20일까지 길상사 설법전에서 ''법정스님의 향기로운 글'' 서화전이 열리고 있다.

    길상사 연등은 저녁 7시 30분에 점등되고, 밤 9시까지만 개방한다. 연등은 5월 25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길상사 방문은, 연휴가 지난 후라면 주차장을 이용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차로 붐빌 연휴 중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로 나와서 버스 1111번이나 2112번을 타고 3번째 정류장 홍익중고에서 내려 오른쪽 큰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걸으면 길상사가 나온다. 길상사로 향하는 성북동의 휘어가는 길의 호젓함을 즐기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대한민국 불교를 대표하는 불교의 거리와 조계사 그리고 마음을 맑게 해 주는 도심 작은 숲 청정 사찰 길상사를 산책하며, 이전에 몰랐던 서울의 새로운 낭만을 발견해보자.

    이진성PD (twitter.com/js8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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