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미국 측에 차기 전투기(FX)로 미국산이 선정되면 전투기에 탑재할 미사일 등의 무기 8억달러 상당을 추가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군수 물자의 해외 판매를 총괄하는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이런 사실을 최근 의회에 통보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차기 전투기로 미국산 F-35 및 F-15SE와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산 기종이 최종 선정되면 이들 전투기가 탑재할 미사일과 폭탄 등의 무기도 함께 구매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우리 정부는 앞서 지난달 중순 미국에 F-35 CTOL 60대 또는 F-15SE(사일런트이글) 60대 구매를 요청한 바 있다.
한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무기 도입 계획인 FX 사업은 F-4, F-5 등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자 8조3천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첨단 기종 60대를 외국에서 사들이는 것이다.
미국 DSCA가 의회에 통보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정부가 구매 요청한 F-35 전투기용 무기는 첨단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AMRAAM) 274기와 합동 정밀 직격탄(JDAM·GBU-31 등) 530발, GBU-12 레이저 유도 폭탄 780발, GBU-39 벙커버스터 542발 등 총 7억9천300만달러 상당이다.
미사일 지원·실험 장비와 부품, 훈련 등을 포함한 가격이다.
또 F-15SE가 선정되면 종류와 성능이 유사한 무기 8억2천300만달러어치를 사들이겠다고 구매 의향을 밝혔다.
이들 계약이 성사되면 주요 계약사는 미사일을 생산하는 미국 방산 업체인 레이시언과 보잉, 록히드마틴 등이 될 것이라고 DSCA는 설명했다.
DSCA가 지난달 의회에 통보한 자료에 따르면 F-35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은 자사 전투기가 한국의 FX 사업 기종으로 선정되면 계약액이 전투기 60대와 관련 장비, 부품, 훈련, 군수지원 등의 비용을 합쳐 108억달러(약 12조636억원)로 추산된다고 설명했다.
F-15SE의 대당 가격은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 명시되지 않았으나 약 1억달러 안팎이라고 알려진 점을 고려하면 전투기 가격만 60억달러(6조7천200억원)에 달한다.
제작사인 보잉 측은 정부 간 계약 대상인 장비 및 부품, 훈련, 군수지원 등의 부대 비용을 24억800만달러(2조6천897억원)로 추정해 총 계약액은 80억∼90억달러가 될 전망이다.
이번 무기 판매가 성사되면 계약은 정부 간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이뤄진다.
DSCA는 의회에 보낸 보고서에서 "이번 판매가 성사되면 미국의 외교 정책 목표와 국가 이익에도 부합한다. 또 2015년 한국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에 필요한 한국의 국방력도 크게 높여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통보는 법에 따른 것이고 판매나 협상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