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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하지도 않은 보육교사를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빼돌리고 유기농 식자재비를 받아 싸구려 급식을 먹이는 등 각종 비용을 부풀려 횡령한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가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와 횡령,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 정모(49·여) 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원장 박모(42·여) 씨와 보육교사 서모(57·여) 씨 등 82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서울에서만 3개의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 씨는 남편에게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도록 한 뒤 담임교사로 이름만 올려놓고 국고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씨는 또 지난 3년 동안 어린이집을 운영해오면서 보육교사 수당을 지급한 것처럼 은행 입·출금전표를 꾸며 각종 특별활동비나 교사 수당을 가로채 7억 3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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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어린이집 원장 이모(51·여) 씨도 지난 3년 동안 서울에서 문어발식으로 5개 어린이집 운영하면서 상습적으로 특별활동비 및 식자재비를 부풀려 결제하고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2억 2700만 원을 횡령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적발된 원장들은 영어나 도예, 음악 등 특별활동 강사를 초빙해 주 2회 1시간씩 특별활동을 시켜야하는 규정을 무시하고, 주 1회 20분 또는 주 1회 1시간씩 빈약하게 교육을 시키면서 강사비의 80%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돈을 챙겼다.
이들은 또 유기농 식자재로 원생들을 먹인다며 비싸게 급식비를 받은 뒤 유통기간이 지나거나 버려진 배추 시레기 등 싸구려 식자재로 급식해 차액 수백만 원을 매달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원장들은 배추 집하장에 버려진 배추 시레기를 다량 구입한 뒤 삶아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국을 끓여 먹였다"며 "유통기간이 지난 생닭을 영아들에게 먹이려고 하자 이에 항의하는 조리사를 해고시켰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각종 간식비와 시설공사비, 교재구입비도 마찬가지로 거래명세표 위조하거나 부풀려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돈을 받고 허위로 수료증을 교부하고 자격증을 취득한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도 함께 적발했다.
어린이집 원장 안모(50·여) 씨는 보육도우미나 학생들로부터 1인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보건복지부 위탁기관인 보육교사교육원 수료증을 허위로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이번에 적발된 원장과 교사들은 구청 보육정보통합시스템에 담임교사로 등록만 하면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등 어린이집의 정기점검 및 회계감사가 부실한 점 등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4개월 동안 수사결과 강남권에서 확인된 비리 어린이집이 무려 700여개소에 이른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국고보조금 및 특별활동비 횡령액만 300억원대"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어린이집과 거래한 식자재 납품업체나 특별활동업체 등을 조사해 장기간 상습적으로 각종 비용을 횡령한 어린이집을 입건할 예정이다.
특히 위생이 불량한 식자재로 급식을 제공한 어린이집은 액수와 상관없이 입건한다는 방침이다.[BestNocut_R]
한편 어린이집연합회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송파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집 운영비리 및 아동학대와 관련해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어린이집을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영하고 영유아를 사랑으로 보육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