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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고위층 골프는 왜 입방아에 오르나?"



정치 일반

    [Why뉴스] "고위층 골프는 왜 입방아에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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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일날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MB 골프'' 논란 전에는 ''군 장성들의 골프''가 논란이 됐고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청장 연임 골프로비'' 의혹이 세간의 관심을 끌었으며 참여정부 시절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고위층들의 골프는 종종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다.

    특히 기념일이거나 국가 비상사태 또는 폭우나 산불 같은 대형 재해가 일어났을 경우 고위층이 골프를 했다면 그 비난의 강도는 엄청 높아진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사례가 대표적인데 강원도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4월 5일 식목일에 골프를 치다 논란이 일었고 남부지역에서 호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 제주도에서 골프를 쳐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국방장관 내정자에서 사퇴한 김병관 전 육참총장의 경우 ''천안함 사건'' 추모기간에 골프를 쳤다는 이유로 청문위원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고위층들의 골프는 왜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했고 평일에 골프를 했는데?

    =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4주기 추모일 날 자신의 청와대 참모들과 골프를 쳤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을 했으니까 국경일도 아니고 골프를 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처신은 정말 문제의식이 없거나 그 참모들도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아닌지 모르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이명박 정부가 취임 직후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을 한 뒤 전국으로 확산된 촛불시위로 정권이 위태로워지자 이명박 정부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세청과 검찰을 내세워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참모들에 대해 먼지털기식 수사에 나서면서 빚어진 일이다.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가공권력을 동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하필이면 4주기 추모일에 골프 모임을 했어야 했을까? 골프를 했다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그에 앞서 그날 모임 자체가 논란이 될 수 있는 사안임을 몰랐을까?

    ''골프 모임'' 또는 ''골프 회동''이라고 하는데 전직 대통령과 청와대 실장 수석급들의 모임은 사전에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 일정도 조정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문제도 신경 써야 한다. 통상 ''골프 모임''은 어떤 행사를 기념하거나 단체로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주로 열린다.

    그렇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위로하기 위해서? 아니면 그 날 어떤 특별한 일이 있어서 축하를 하기 위해서 모였을까?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골프논란에 대한 해명에서 "예전부터 약속이 잡혀 있었던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는데 그렇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 날 의도적으로 약속을 잡았다는 것인지? 아니면 노 전 대통령 서거일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인지? 의식하지 못했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그 참모들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것인지? 수많은 의문이 생기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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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가지 의문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참모들이 그 날 거제도에서 골프가 아닌 낚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 낚시를 했다면 골프 모임보다는 비난의 정도가 좀 약하거나 아니면 그냥 지나갔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2월 25일 퇴임을 했으니까 3개월 만에 모임을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국정을 책임지던 청와대 핵심참모들과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전직 대통령의 서거일에 그것도 그 서거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사람들이 하필 그날 모인다는 자체가 생각이 짧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단순히 모임을 갖고 관광을 했거나 그랬다면 이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골프를 했기 때문에 더 비난을 받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과 24일 두 차례에 걸쳐 경남 거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했는데 이 자리에는 하금열 전 대통령실장과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전 홍보수석, 김효재 전 정무수석 등 대통령 재임 당시 참모진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끄럽게도 하금열 전 실장과 이동관, 김효재 전 수석 등은 언론인 출신이다.

    ▶얼마 전에는 군 장성들의 골프가 문제가 되기도 했는데 왜 고위층들의 골프는 이렇게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거냐?

    = 고위층들의 골프가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부적절한 처신'' 때문이다. 고위공직자가 국경일이거나 대형화재, 집중호우 같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사회적인 비난을 받는다. 또 부적절한 인물들과 라운딩을 함께 했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받게 된다. 법조브로커 윤 모 씨 사건 때 함께 골프를 친 사람들의 명단이 나돌았고 부산저축은행사건 때에도 골프로비 문제가 거론됐으며 태광그룹 비자금 수사 때에도 검찰이 골프장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이유는 골프에 대해 일종의 ''각인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골프는 일단 대중들과 거리가 먼 운동이라는 인식이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었다고 하지만 골프는 여전히 돈이 많이 드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골프는 장비에서부터 계절에 맞는 옷에다 값비싼 요금으로 인해 일반 서민들이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골프 비용이 어느 정도냐 하면 서울에서 가까운 수도권 A 골프장의 경우 주말을 기준으로 그린피 260,000원 카트비 팀당 80,000원, 캐디피 120,000원이다. 1인당 골프요금만 310,000원이다.

    여기에 운동전 식사비와 그늘집 이용료 운동 후 식사비용을 포함하면 1인당 골프요금이 35만원에서 40만원에 이른다. 골프장의 식사료는 더 비싸다. 따라서 4명 1팀당 골프비용은 140만원에서 160만원에 이르고 골프 접대를 할 경우 선물비용을 포함하면 1팀에 2백만원이 넘게 든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골프는 주로 ''접대 골프''가 많다는 인식이다. 공직자가 1인당 4~50만원이 드는 골프를 자기 돈을 내고 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달에 한 번도 아니고 여러 차례 골프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운데다 주말에 수도권 근처에서 골프장 부킹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접대 골프'', ''공짜 골프''라는 말이 나오면서 공직자들이나 고위층들이 골프를 쳤다는 자체에 대해 일종의 비호감이 폭넓게 자리 잡고 있다. 예전에는 골프가 일종의 ''귀족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었고 고위층이나 부유층들의 전유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들 중에는 골프를 즐기는 마니아들이 많은데 그들이 골프를 배우고 친 과정들을 들어보면 골프접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고위층들의 골프가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것이다.

    ▶접대 골프는 어떻게 이뤄지나?

    = 접대 골프는 여러 가지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 관계에서 이뤄지는 접대골프가 있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들을 상대로 접대하는 접대 골프도 있고 대기업들이 공직자나 기자들에게 골프 접대를 하는 경우도 있다.

    골프는 기본적으로 4명이 함께 하는 운동이다. 골프비용을 4명이 분담하는 경우도 있지만 4명 중 스폰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 스폰서 역할을 누가 하느냐, 골프를 친 멤버가 누구냐에 따라 접대 골프의 유형이 달라진다.

    영화 ''공공의 적''을 보면 정치인들이나 검사들과 골프를 치고 난 뒤 현금이 든 골프백을 전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접대 골프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유형은 골프인구가 적을 때는 가능한 얘기였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골프 내장객이 연 2천8백만명에 이를 정도니까 골프장에서 노골적인 로비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일반적인 경우는 골프를 치면서 일종의 내기가 이뤄지는데 돈을 잃어주기 위한 큰 내기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주로 초청한 사람(스폰서)이 일정금액의 돈을 내고 매 홀당 골프 스코어에 따라 상금을 주는 스킨스 게임을 한다. 스폰서가 돈을 내지 않고 골퍼들이 공동으로 일정 금액을 내서 스킨스 게임을 하기도 한다.

    대기업 관계자에게 골프 접대를 하는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안면 익히기''라고 했다.

    공직자를 상대하거나 기자들을 상대하는 대기업의 한 홍보임원은 "골프를 치면서 직접적인 부탁을 하거나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골프장에서 즐겁게 운동하고 식사하고 하다 보면 친분이 쌓이게 되고 나중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부탁하기가 쉽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를 할 경우 한 시간 남짓이고 저녁식사의 경우 술을 마시더라도 서너 시간 어울리는 것이지만 골프는 주말에 이른 아침식사를 함께하고 라운딩을 한 뒤 목욕을 하고 식사를 같이 하니까 7시간에서 8시간 정도를 어울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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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 접대의 효과가 있는 것이냐?

    = 기자들을 주로 상대하는 대기업 홍보임원들에게 ''골프 접대''의 효과가 있느냐? 라고 물어봤더니 두 가지 반응이었다. ''효과를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대답과 ''당장의 효과보다는 사람을 아는데 도움이 된다''는 대답이었다.

    대기업들이 언론사 기자들에게 골프접대는 하는 이유는 친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고위층이나 정치인 또는 대기업간 골프접대는 은밀한 거래가 이뤄지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은밀하게 이뤄지다 보니까 외부인이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검찰이나 경찰수사에서 드러나는 사건들을 보면 골프를 통해서 광범위한 접대나 로비가 이뤄지는 걸 알 수 있다.

    대기업들이 수도권이나 제주도에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사들이는 걸 보면 골프가 유용한 로비의 수단이 되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

    ▶대기업들이 골프장을 많이 소유하는 이유가 로비나 접대를 위한 것이냐?

    = 대기업들이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사들이는 이유는 골프장 영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은 아닐 것이다. 골프장 부지가 부동산 투자의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사업상의 필요와 자체적인 골프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골프장을 건설하거나 사들인다고 한다.

    국내 50대 그룹의 골프장 소유 현황을 보면 절반 이상의 기업이 1개 이상, 많게는 5~6개의 골프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골프는 유용한 로비나 접대의 수단이 되는 건 틀림없는 것 같다.[BestNocut_R]

    삼성그룹의 경우 국내 최고 명문이라고 불리는 안양베네스트와 가평베네스트, 안성베네스트 등 수도권 근처에 여러 곳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그룹도 수도권과 제주에 해비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고 LG는 곤지암에 한화는 대기업 중 가장 많은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다.

    주말 수도권의 경우 좋은 시간대에 부킹을 하기가 정말 어렵다고 한다. 그런데 대기업들이 골프장을 소유할 경우 필요한 시간에 부킹을 할 수 있으니 부킹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동시에 골프장에서 필요한 접대나 로비에 활용할 수도 있다.

    대기업들은 골프장을 ''명문''으로 만들고 있다. 그 골프장의 명성이 높아질수록 접대의 효과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떡값 검사'' 명단이 담긴 ''안기부 X파일''이 폭로됐을 때 검찰 내에서는 누가 안양베네스트에서 얼마나 자주 골프를 쳤느냐가 관심사가 됐던 적이 있다. 일반 골퍼들은 삼성그룹이 운영하는 안양베네스트CC를 가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최근에 문을 연 신세계의 ''트리니티클럽'' 골프장은 개장을 했지만 골프장 관련 홍보를 전혀 하지 않고 ''신비주의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데 내년까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일부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점검 라운드''만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한 차관급 인사로부터 들은 얘긴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수도권의 어떤 골프장의 경우 이 기업 관계자가 초청을 해서 갔더니 클럽하우스가 아닌 별도의 별장 같은 멋진 건물에서 옷을 갈아입고 골프를 친 뒤 단독으로 샤워도 하고 식사도 접대했다"는 것이다. 이 공직자는 "확실하게 VIP대접을 받았다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수도권 근처의 이른바 명문 골프장의 경우 해마다 수십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는데 회원들에게 일정 금액의 연회비를 받아서 충당하기도 하고 모그룹에서 적자를 보전해 주기도 한다.

    ▶골프를 안치면 혹시 소외감을 느끼거나 일종의 ''왕따''를 당하나?

    = 그런 면이 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골프를 시작하게 된 동기를 물어보면 ''사업상 필요에 의해서''라는 답변이 많다. 최근에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라는 얘기도 종종 듣지만 사업상 골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골프는 1명이 하는 운동이 아니라 3명이나 4명이 함께 어울리는 운동이다 보니까 사업상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골프를 통해 안면을 익힌 뒤 영업이나 로비에 이용하기도 한다.

    골프 모임이 많은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동종업종 관계자들끼리 친목도모를 위해서 골프 모임을 하기도 하고 또 각 대학들이 운영하는 최고경영자과정에서 골프 모임을 만들어 고위공직자와 기업인들을 연결하기도 한다.

    고교 동창들끼리 골프모임을 하면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성공한 동창들이 주로 모이게 되는데 골프를 치지 못해 그 자리에 끼지 못하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골프를 한다는 사람들을 종종 만났다. 대기업의 한 고위임원은 "골프가 늘지도 않고 주말마다 골프를 쳐야하는 게 중노동"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취미생활이라면 즐거워야 하는데 일이 된다면 즐겁지는 않기 때문이다. 일부 대기업임원의 경우 근무시간이 ''월화수목금금금''이라고 한다.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접대 골프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쉴 틈이 없다보니 건강을 해치게 되지만 그렇다고 골프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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