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동안 청소일해서 모은 돈인데… 속은 것 같아, 내 돈 찾을 수 없나?"
지난 10일 오후 2시쯤 부산 금정구 서금지구대 문을 열고 들어온 김모(71.여)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며 자리에 주저 앉았다.
한 시간 여 동안 넋이 나간 채 아들의 생사만을 걱정한 김 할머니는 온 몸에 힘이 풀려 있었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낯선 남성으로 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남성은 "아들이 5천만 원의 돈을 빌려 갔는데, 이 돈을 당장 갚지 않으면 아들의 장기를 꺼 내 빚 대신으로 하겠다"고 협박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울음소리와 남성의 협박에 김 할머니는 장롱 속 통장을 꺼내고 허겁지겁 집 밖으로 나왔다.
전화를 끊으면 아들을 당장 살해하겠다는 상대방의 협박에 아들에게 확인전화를 할 수 조차 없었다.
김 할머니는 한 시간 여 동안 은행 두 곳을 다니며 적금을 해약해 3천 7백 50만 원을 송금했다. 7년 동안 빌라 청소 등을 하며 저축한 돈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청소일을 해 60만 원 가량의 월급을 받는 김 할머니는 한 달에 5만 원의 생활비를 남기고 모두 저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조사결과 보이스피싱 일당은 대포폰을 이용해 김 할머니에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김 할머니를 상대로 보이스피싱 범행을 저지른 일당을 수사하고 있다.
금정경찰서 서금지구대 이종호 대장은 "김 할머니가 은행에서 휴대폰을 켜놓은 채 계좌번호를 적지 못할 정도로 몸을 떨고 있었는데도,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며 "은행에 혼자 온 노인이 불안한 표정으로 적금 등을 해약한 뒤 돈을 송금하려고 할 때는 범죄 피해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