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한 청소년들이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가출팸’을 미끼로 10대 청소년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 순천경찰서는 가출한 A(18)양을 유인해 성매매를 시키고 총 1,200만원을 가로챈 혐의(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모(21) 씨와 여자친구 이모(20) 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해 학교를 그만둔 뒤에도 꿈 많은 A양은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꾸준히 수능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가정불화로 가출을 한 뒤 홀로 고시촌에서 생활해 오던 중 우연히 인터넷 가출팸 사이트를 알게 됐다.
이곳에서 만난 자신보다 한두살 많은 오빠와 누나는 외롭고 돈이 없던 A양을 “먹여주고 재워주겠다”고 속인 뒤 전남 순천까지 유인했다.
이후 이모씨와 그의 여자친구는 A양을 이용해 가짜 원조교제를 노리고 성매수남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이들은 다시 A양에게 직접 성매매를 시키기로 마음먹고 지난해 10월 16일부터 12월 8일까지 순천시 조례동 일대의 모텔과 여관 등에서 한번에 10~15만원씩의 화대를 받고 총 10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하게하고 모두 천2백여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이렇게 모은 돈을 A양에게 한푼도 주지 않았고, 차량 렌트비와 원룸 임대료, 유흥비 등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양의 성을 사려던 못된 남성들은 많았다. 회사원부터 자영업자, 일용노동자 등 직업도 다양했다. 광주와 경북, 심지어 경기도와 서울에서도 전남 순천까지 찾아오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성매수남을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 ‘순천 21 여자 ㅈㄱ 원해요’라는 글을 올린 뒤 쪽지와 댓글로 연락이 온 남성의 전화번호를 받아 A양과 연결시켜줬다.‘ㅈㄱ’은 ‘조건만남’이라는 말의 약자다.
성매매 과정에서 한 남성은 A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00여 명의 성매수남 가운데 22명을 입건했으며 나머지 매수남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A양을 흉기로 위협하고 강간한 안모(26)씨에 대해서도 수사 중에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순천경찰서 지능팀 류일제 수사관은 “경제력이 없는 가출 청소년들이 어떻게 성범죄에 노출되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가출팸 사이트,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고 가출한 뒤에는 어른들에게 성매매를 강요받은 A양. 지난 1월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하겠다며 떠났지만, 사실은 지나치게 엇나간 우리 사회가 그녀의 꿈과 삶을 망쳐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