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레인 부츠 브랜드 헌터 매장. 이곳의 남성용 레인부츠는 모두 팔리고 없었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은 진열대에 올려둔 전시용 뿐. 매장 직원은 "280㎚사이즈 제품만 나왔는데, 어제(17일) 마지막 제품까지 모두 팔렸다, 특히 커플들이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남성용 레인부츠를 판매하고 있는 아웃도어 업체 에이글 매장에서도 "레인부츠를 찾는 남성 고객분들이 많다. 길이가 긴 롱부츠 보다는 종아리 중간 길이의 부츠의 판매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취급받았던 레인부츠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레인부츠는 방수효과가 뛰어나 요즘같이 예측할 수 없는 기습폭우나 장마에 대비할 수 있는데다, 레인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19일 옥션에 따르면 레인부츠로 유명한 브랜드 '헌터' '라코스테' 등에서 남성용 레인부츠를 속속 선보이면서 관련 제품 판매량이 최근 한 달간 전월 대비 155%가량 증가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150% 이상 급증한 수치다. 17일부터 장마가 시작된다는 예보에 옥션 인기 검색키워드에는 '남성레인부츠'가 상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11번가 역시 지난 6월 1일부터 17일까지 남성용 레인부츠 매출을 살펴본 결과 전년대비 430%, 전월대비 500%가 상승했으며, 아이스타일24에서도 최근 한 달간(5월1일~6월16일)전년 대비 매출이 약 436%정도 증가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약 25% 정도 증가한 수치다.
G마켓은 최근 한 달(5월18일~6월17일)간 남성용 레인부츠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약 25%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G마켓 측은 "남성용의 경우 튀는 디자인보다는 베이직한 디자인의 남성용 레인부츠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10만원대 초반 제품이 잘 나간다"고 말했다.
남성용 레인부츠는 여성용 보다 폭이 넓고 기장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색상도 여성용 보다 톤 다운된 그린, 블루, 블랙 등이 주를 이룬다. 11번가 관계자는 "과거에는 작업장에서 신는 고무장화와 비슷한 제품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색상이나 스타일이 다양해 패션용품으로 인기"라며 "특히 발목이나 종아리까지 오는 길이의 제품이나 워커스타일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해외구매를 통해 구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옥션 해외구매 대행 사이트인 이베이쇼핑에서는 정장구두 위에 덧신을 수 있는 부츠로 마치 앵클부츠를 착용한 느낌을 주는 '팅글리 방수용 덧신 부츠(3만2974원)', 옥스퍼드화 모형으로 만들어져 기본 정장 구두에 덧신기 적당한 '방수용 덧신(1만973원)' 등 관련 상품이 200여개 이상 등록돼 있다.
이렇게 남성 레인부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외모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그루밍족'이 증가한 데다가, 레인 패션 아이템으로 레인부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색적인 레인부츠를 선호하는 남성들도 늘면서 여성용 레인부츠를 구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 패션업체 관계자는 "여성용 레인부츠가 남성용보다 디자인, 스타일이 다양하다 보니 자신만의 개성있는 패션을 선호하는 남성들이 기존 여성용 레인부츠의 기장, 색상을 일치하고 사이즈만 달리해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정장을 즐겨 착용하는 직장인들이 기장이 짧은 스타일의 레인부츠를 찾으면서 남성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황준하 옥션 패션팀장은 "최근 기업들이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호하면서 직장인 남성들의 복장이 자유로워진 것도 관련 제품 수요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평상 시 착용해도 튀지 않고 무난한 스타일이 등장해 레인부츠를 찾는 남성들이 장마시즌을 맞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