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하키 대표팀은 월드리그 4위로 내년 월드컵 자력 진출이 무산됐지만 여전히 6회 연속 출전 가능성은 적잖다. 사진은 선수들이 지난 6일 독일과 4강전에서 아쉽게 진 뒤 응원해준 현지 교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조호바루=임종률 기자)
국제하키연맹(FIH) 월드리그 3라운드 한국과 영국의 3, 4위 전이 열린 7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월드컵 자력 출전 티켓 획득 여부가 달린 경기였다.
경기 전 신석교 대표팀 감독(성남시청)은 "월드컵 진출은 사실상 결정됐지만 우리 힘으로 가느냐, 마느냐는 기분이 다르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 4일 8강전에서 파키스탄을 제압하며 4강에 진출했다. 아쉽게 6일 독일과 4강전에 이어 이날도 영국에 져 최종 4위가 됐지만 사실상 월드컵 출전권은 확보된 상황이었다.
내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월드컵은 모두 12개 팀이 나선다. 개최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판 아메리카 등 5개 대륙 챔피언이 자동 출전권을 갖는다. 나머지 6장은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 두 곳에서 열린 월드리그 3라운드에서 상위 3팀씩, 6팀이 차지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중복되는 티켓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각 대륙 챔피언이나 개최국이 월드리그 3라운드 3위 이내에 있을 경우다. 먼저 네덜란드 월드리그에선 개최국 네덜란드와 호주, 벨기에가 3강을 이뤘고, 말레이시아 대회에서는 독일과 아르헨티나, 영국이 1~3위를 차지했다.
이들 6개국 중 네덜란드는 개최국 티켓이 중복된다. 또 전력 상 유럽선수권대회는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이 될 확률이 높다. 아르헨티나와 호주는 판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최강팀이다. 최소한 3장, 많게는 4장의 티켓이 겹치는 셈이다.
그럴 경우 월드리그 순위에 따라 중복되는 진출권이 배정된다. 따라서 네덜란드와 말레이시아 대회 4위인 뉴질랜드와 한국이 우선 순위에 선다. 심지어 이날 일본과 5, 6위 전에서 이겨 자국대회 5위에 오른 말레이시아도 월드컵 진출을 확정지은 것마냥 열광적으로 기뻐했을 정도다.
국제하키연맹과 말레이시아 협회 관계자들도 한국의 6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다만 자력 진출이 아니라는 점에서 겸연쩍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여자대표팀이 월드리그 3라운드 3위로 7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자력으로 달성한 터였다.
어쨌든 대표팀은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다음 달 아시안컵 우승을 목표로 한다는 각오다. 월드컵 진출이 사실상 결정된 상황이지만 자력으로 다시금 확정을 짓겠다는 계획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은 올림픽 다음으로 랭킹 포인트가 많다. 랭킹에 따라 중요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만큼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대회다. 과연 남자 하키가 다음 달 아시안컵 우승을 이뤄 스스로 월드컵 진출 티켓을 거머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