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효과를 무기로 펼치고 있는 외제 수입차 업체들의 파상적인 값 내리기 공세에 현대차와 한국지엠 등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인하 카드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의 가격인하 움직임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때아닌 가격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형국인데 이는 우리의 안방을 호시탐탐 넘보는 외제 수입차와 안방을 지키려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맏형인 현대차는 자사의 베스트 셀러 모델의 하나인 그랜저 3.3 모델을 이번주부터 대당 백만원씩 깍아 팔고 있다.
그랜저는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판매량 순위 2위를 차지한 현대자동차의 대표 모델의 하나이다.
그랜저의 경우 판매의 주력이 2.4 리터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현대차가 대표차종인 그랜저의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유창승 현대차 국내마케팅 전략팀장은 "수입차 공세에 대응한다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기술개발에 따른 원가절감 효과를 고객에게 돌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7월 판매조건을 내세우면서 이달중 차를 새로 사면 휴가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최고 150만원까지 값을 낮췄다.
모든 모델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크로즈 2013년형을 사는 고객에게 150만원을 할인해 주고 말리부와 캡티바 등은 100만원 정도씩 내려 값을 팔고 있다.
르노삼성은 최근 3개월 사이 타사 준중형 차량을 구입했다 자사의 SM3로 바꾸는 고객에게는 해당 중고차 시세와 구입가의 차이 가운데 최고 3백만원까지 새차 값에서 빼주기로 했다.
사실상 새차값을 3백만원 할인해 주는 셈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이런 가격인하 움직임은 엔저와 한-EU FTA를 등에 업은 외제차의 공세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벤츠는 이달부터 SLS AMG 카본 패키지의 값을 2억 8,800만원에서 2억 8,460만원으로 340만원 내리고 B-Class는 30만원에서 60만원 까지 내리는 등 차종과 모델에 따라 평균 백 20만원 이상 값을 내려서 팔고 있다.
한-EU FTA에 따른 관세인하 효과를 반영한 것이라는게 벤츠측의 설명이다.
BMW도 역시 인기모델인 5 시리즈의 값을 120만원 정도 낮췄고 폭스바겐은 1일부터 7개 차종 16개 모델에 대해 관세인하에 따른 가격조정을 단행했다.
플래그십 세단인 페이튼 4.2 V8 LWB는 180만원, 베스트셀링 모델인 SUV 티구안은 최대 50만원 까지 인하하는 등 차종에 따라 최고 백 80만원까지 내렸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김기찬 교수는 "국내 자동차 사들도 급증하는 고급시장에 대응해 중형차의 가격인하가 앞으로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외제차의 가격인하 공세가 국내완성차를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