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춤이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되는 이유는 막춤이어서가 아니다. 누구나 아는 규칙을 가진 '말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구촌을 강타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15일로 발매 1주년을 맞았다. '강남스타일'은 촌티와 익살이 가득한 뮤직비디오와 말춤이 유튜브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장대익 서울대 교수가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에 대해 독특한 분석을 내놨다.
장 교수는 신간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에서 진화론적 시각에서 '강남스타일'의 흥행 원인을 분석했다.
특히 '강남스타일' 열풍의 핵심인 말춤은 "막춤"이 아니다면서 "누구나 아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춤"이기 때문에 전 세계로 빠르게 전파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그림 그리기를 예로 들었다.
"맨 처음 사람이 아무렇게나 그림을 그리게 한 후 다음 사람이 순차적으로 따라 그리게 하는 게임을 해보자. 틀림없이 열 번째 정도의 사람은 처음 그림과는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맨 처음 사람이 별 모양 그림으로 시작했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중간에 어떤 사람이 조금 다르게 복제를 해놓아도 다른 참여자들이 그것이 별모양이라는 사실을 알고 다시 제대로 따라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말춤은 별모양 그림이다."
막춤은 추기는 쉽지만 따라 하기는 불가능한 반면 싸이의 말춤은 누구나 아는 단순한 규칙을 가진 춤으로, 쉽게 따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로 빠르게 '복제'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강남스타일'이라는 제목 역시 '무슨 스타일'이라는 무수한 패러디를 만들어냈다면서 "'강남스타일'은 문화적 변이들을 양산하는 진화 가능한 기작을 작동시켰다고 분석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생물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장 교수는 이 책에서 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들며 카이스트 학생들의 자살, 과학교과서의 진화론 삭제 파문 등을 흥미롭게 분석한다.
장 교수는 "21세기 교양은 과학"이라면서 "'과학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과학이 상상력을 키우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일간지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한 칼럼과 에세이 등을 정리해 펴낸 것이다.
바다출판사. 264쪽. 1만3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