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픈 것보다 아이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다른 부모들은 자식한테 맛있는 거 많이 해주잖아요. 난 처가 없으니까 내가 해줘야 하는데 아파서 해주지도 못하고. 고기라도 사줘야 하는데... 항상 우리 아들한테 제일 미안하죠.”
반복되는 항암치료로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재운 씨. 스스로 몸을 추스르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래도 자신의 아픈 몸보다 항상 아들 걱정이 우선인 아버지였다.
◈ 간으로 전이된 끝나지 않는 암 투병평소 협심증으로 치료를 받던 재운 씨는 지난해 2월, 혈변을 보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별거 아닐 것이라 생각 했지만, 직장암이라는 말에 바로 직장 절제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건강한 몸으로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재운 씨에게 올해 초, 믿고 싶지 않은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암이 간으로 전이되어서 항암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
“수술 받은 지 1년이 지나고 내시경과 CT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CT 결과에서 교수님이 직장에 있던 암이 옮겨진 것 같다며 간에서 3cm 크기의 암이 발견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것도 암 위치가 굉장히 안 좋다면서요. 그 때는 정말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이 깜짝 놀랐죠.”
◈ 아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치료1년 반이 넘도록 계속되는 수술과 항암치료, 그로 인해 생긴 천만 원의 병원비는 언제나 재운 씨에게 감당하기 힘든 짐이었다.
기초생활수급자 정부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재운 씨가 큰 부담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아들 성민이 때문이었다.
“암 진단받았을 때 성민이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요. 제가 수술받으러 가면서 이웃집에 맡기고 갈 때였어요. 성민이가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아빠, 제 걱정하지 말고 수술 잘 받고 오세요.’ 그 어린 나이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 때 참 힘을 얻었어요. 수술 잘 받고 둘이 다시 만났을 때에는 세상을 다시 얻은 것 같았어요.”
◈ 피보다 진한 사랑이 키운 내 아들아들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은 재운 씨에게는 언젠가 성민이에게 알려야 하는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사실 재운 씨는 성민이의 친부가 아닌 작은할아버지다. 미혼모였던 조카가 성민이를 낳고 집을 나가면서 홀로 남은 아이를 재운 씨가 키우기로 한 것이다.
병든 어머니를 부양하다가 결혼도 하지 못한 재운 씨가 입양하기로 하면서 주변의 반대도 많았다. 하지만 재운 씨는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 아들 성민이는 재운 씨 삶의 유일한 소망이자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