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 UFC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하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19일 오후 용산 아이파크몰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팬들은 모두가 이긴다고 예상하는 선수보다 그렇지 못한 선수가 이길 때 더 열광한다. 내가 그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8월 4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챔피언 조제 알도(27, 브라질)와 페더급 타이틀전을 갖는 ‘코리안 좀비’ 정찬성(26, 코리안좀비 MMA)이 19일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출정식을 가졌다.
이번 대회에 임하는 굳은 각오를 말해주듯 정찬성은 머리를 바짝 깎고 기자회견에 임했다. 작년 6월 왼쪽 어깨 수술 이후 15개월 만의 복귀전. 그는 현재 몸 상태를 묻자 “잔부상은 많지만 훈련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 이 몸 상태로 알도를 이기지 못하면 평생 못 이길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회가 열리는 브라질은 알도의 고향. 브라질 관중들의 응원 열기는 뜨겁기로 유명하다. 이에 대해 정찬성은 “내가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생각해보면 이전 경기 모두 적지에서 치렀다. 야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시합에만 집중할 생각이다”고 했다.
그는 또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알도에 뒤지는 건 인정하지만 그런 말을 들으면 더 힘이 난다”면서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게 더 재미있지 않느냐. 제가 그런 이변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정찬성에게 알도는 친근한(?) 존재다. 종합격투기 페더급에서 뛰게 된 후부터 알도를 줄곧 목표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정찬성은 “평소 알도 경기를 보면서 분석을 많이 했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지난달 15일 타이틀전이 확정된 후 정말 훈련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현재 자신감이 많은 상태”라고 눈빛을 빛냈다.
기술, 체력, 멘탈 등 모든 면에서 충실히 준비했다. 정찬성은 “콤비네이션 기술을 습득했고, 필살기를 만들었다. 5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도 길렀다. 3~4라운드 가면 정신력 싸움인데, 상대가 수 년 전부터 목표로 했던 선수인 만큼 쉽게 약해지지 않을 거라 생각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알도보다 리치가 길다는 장점을 살려 경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찬성은 “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모든 시합에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타이틀전이라고 특별한 건 아니다”면서 “어떨 땐 격투기 선수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런 부분도 극복해야 한다. 지금은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걱정되는 건 현지 적응이다. 이날 오후 9시에 브라질행 비행기를 타는 정찬성은 일단 한인타운이 있는 상파울루에 머물다 시합 나흘 전 대회 장소인 리우데자네이루에 입성한다.
그는 “브라질은 처음 가는 거라서 현지 적응이 걱정된다. 한국에서 브라질까지 가는 데만 30시간 걸리고, 치안이 좋지 않아 방탄복을 준비하라는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아시는 분이 비행기 좌석을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주셔서 다행이다. 밤에 돌아다니지 않겠다”며 여유를 부렸다.
정찬성은 “알도와 타이틀전을 치르는 8월 4일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날이 될지 너무 궁금하다. 꼭 이기고 돌아오겠다”고 재차 승리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