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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먹튀 드라마 제작시스템, 놔둘건가?

방송

    죽음 부른 먹튀 드라마 제작시스템, 놔둘건가?

    -주연급 배우 출연료가 일본의 2배, 정상 아니다
    -주연배우 출연료 챙기다 조연들 출연료 못 주는 경우 비일비재

    23일 오전 분당의 한 고시텔에서 숨진채 발견된 故 김종학 PD(61)의 빈소가 서울 송파구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사진공동취재단)

     


    ■ 방 송 : FM 98.1 (18:00~20:00)
    ■ 방송일 : 2013년 7월 24일 (수) 오후 6시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성준기 동아방송예술대학 콘텐츠학부장 교수


    ◇ 정관용> 김종학 PD. 아마 모르는 분들이 없을 만큼 유명한 스타 PD입니다. ‘수사반장, 모래시계, 여명의 눈동자, 태왕사신기’ 다들 잘 아시는 드라마들이죠. 그런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래서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또 스태프 임금의 체불문제 다시금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오늘 이 시간에는 그 드라마 연출가 출신이십니다. 90년대 ‘옥이이모, 은실이’ 등등 유명한 드라마들을 제작하셨죠. 지금 동아방송예술대학 콘텐츠학부장 성준기 교수 전화해 모십니다. 성 교수님 안녕하세요?

    ◆ 성준기> 네, 안녕하세요?

    ◇ 정관용> 확정적인 건 없습니다만 언론보도를 보면 김종학 PD도 결국 돈 문제 때문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오던데 성 교수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 성준기> 네, 가슴 아픈 일이고요. 궁극적으로 보면 돈 문제 때문이지만 그것이 특정 단위 프로그램에서 벌어진 드라마의 성패나 혹은 금전적 손실로 비롯됐다고 보지는 않고요. 장기간 누적된 어떤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지 않나 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정관용> 누적된 구조적 문제? 어떤 겁니까?

    ◆ 성준기> 우리나라가 외주시스템이 시작된 것은 DJ정권 출범하면서부터인데요. 그러니까 거의 한 15년 정도 됐다고 보는데. 그동안 2%에서부터 40%까지 외주제작 비율은 점점점 늘어났거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이게 드라마만 한정된 겁니까? 아니면 전체...

    ◆ 성준기> 전체입니다. 전체 방송의 40%니까 사실은 뉴스나 스포츠 중계 또는 외화 같은 것은 외주를 줄 수 없잖아요. 그런데 실제로는 제작국 프로그램의 70%를 외주를 줘야 되는 그런 상황에 와 있고요. 그러다 보니까 외주제작사가 자격이 되는 또는 능력이 되는 제작사뿐만이 아니라 또는 군소 자격미달의 제작사까지도 난립해서 전국에 한 900여 개의 제작사가 뛰고 있어요. 그러나 이 사람들이 제작을 해서 방송을 낼 수 있는 채널은 고작 4개밖에 없지 않습니까?

    ◇ 정관용> 그렇죠.

    ◆ 성준기> 그러다 보니까 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아마 현직 PD들은 김종학 감독님의 죽음이 단지 당사자가 김종학 감독이었을 뿐이지 언젠가는 벌어질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런 분위기입니다.

    ◇ 정관용> 외주제작 비율은 의무사항입니까?

    ◆ 성준기> 그렇습니다. 의무사항입니다.

    ◇ 정관용> 그걸 자꾸 늘려간 이유는 뭐죠?

    ◆ 성준기> 그것이 IMF 이후에 새로운 블루오션이라고 판단한 외주제작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따라서 고용을 창출하자 이런 차원에서 방향은 제대로 잡은 거죠. 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과도하게 외주사를 육성하는 정책을 펼치다 보니까 부실 제작사가 난립하게 되고 부실 제작사들이 편성을 따기 위해서 무한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 정관용> 그러면 아무래도 제작비를 싸게 부르겠군요.

    ◆ 성준기> 싸게 부를 뿐더러 이 제작사들은 스타급 출연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액을 줄 수밖에 없는. 점점 더 출연료는 높아져 가는 이런 이중구조가 진행이 됐던 거죠.

    ◇ 정관용> 모순적이잖아요. 제작비는 싸게 부르면서 스타 배우들한테는 돈을 많이 주는. 그런데 그게 가능해요? 없는 돈에서 어떻게 줍니까?

    ◆ 성준기> 그러니까 이미 손실이 예견된 채로 제작에 착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그러니까 어차피 손실이 날 거, 나중에 더 이상의 손실을 막아보자. 이런 생각에서 유한회사 제도를 만든 거죠. 영어로 SPC라고 하는데요.

    ◇ 정관용> 그게 어떤 거죠?

    ◆ 성준기> 문화산업전문회사 라고...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갈 때 보면 가끔 나옵니다. 유한회사 선덕여왕, 유한회사 신의 이렇게 해서. 단위 프로그램을 위해서 회사를 설립하고요. 거기에 참여한 주주들은 한시적인 책임만 집니다. 그리고 만약에 손실이 발생해서 파산을 하게 되면 더 이상의 책임을 지지 않는. 이런 방식으로 제작을 해 왔다는 거죠. 그러니까 선불을 받아갈 능력이 있는 주연급 연기자나 작가, 감독들은 문제가 없는데. 항상 먼저 일을 하고 나중에 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선불을 요구할 입장이 못 되는 조연급 연기자들 또는 보조 출연자들이나 하청을 받고 일하는 스태프들 이런 사람들이 임금을 못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적은 제작비이지만 일단 받아서 선불로 줘야만 응할 수 있는 사람들 먼저 주고. 그다음 드라마를 만들어가면서 나머지 돈 쓰다가 돈 떨어지면 나머지 사람들 돈 안 주고?

    ◆ 성준기> 네. 일종의 먹튀죠.

    ◇ 정관용> 하하, 참.

    ◆ 성준기> 그런데 간혹 그러다가 해외에 팔려서 대박이 터지는 경우가 있거든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겨울연가’나 ‘대장금’ 같은 것이 대표적인 경우죠. 그런 소수의 경우를 바라고 고위험 사업에 계속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그런 상황이죠.

    ◇ 정관용> 주연급 출연자들의 출연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습니까? 외국하고 비교해 주시면 어떻게 돼요?

    ◆ 성준기> 가까운 일본하고 비교를 해 보면요. 단순 금액 비교로는 곤란하고. 그 나라의 문화산업 규모에 비추어서 적정한가 하는 것을 따져봐야 되겠죠. 일본의 방송 산업의 규모는 우리나라의 한 6배 정도 됩니다. 그러면 우리나라 주연급 출연자의 출연료는 일본 주연급 출연자의 출연료보다 6분의 1 정도 돼야 정상 아니겠어요? 그런데 현재 일본의 2배다 이거죠.

    ◇ 정관용> 아, 반대로.

    ◆ 성준기> 그러니까 소수의 주연급 배우들이 가져가는 돈이 제작비의 4, 50%를 육박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게 되는 거죠.

    ◇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종편채널 출범 후에 이 상황이 악화됐다, 이렇게 주장하셨죠? 그건 왜 그렇습니까?

    ◆ 성준기> 처음에는 종편이 출범하면 플랫폼이 늘어나니까 방송시장에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 이런 기대를 가지고 있었고요. 또 종편 출범의 논리도 그런 배경 하에서 진행이 됐습니다. 그런데 초기에 종편사들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과도하게 드라마에 제작비를 투입했죠. 그러면서 그 투입한 돈이 제작사로 흘러들어가지 않고 주연급 배우들의 출연료를 올리는 데 쓰였습니다.

    ◇ 정관용> 또 한 번?

    ◆ 성준기> 네. 그러면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지상파에 납품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종편사의 납품가가 적겠죠. 제작비는 적어지고 주연급 출연자가 가져가는 돈은 더 많아지니까.

    ◇ 정관용> 더 악화됐군요.

    ◆ 성준기> 그 압박은 제작사가 다 고스란히 지게 되는 것이고요. 지금 종편 출범 1년 반이 지났지 않습니까? 지금 현재 상황은 각 종편사마다 드라마가 소기의 성과가 안 나니까 다 없어져버렸어요. 유일하게 JTBC 정도가 계속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다 보니까 상황은 더 악화되었다, 이렇게 보는 거죠.

    ◇ 정관용>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러면. 방향만 좀 제시해 주세요.

    ◆ 성준기> 지금 김 감독님이 돌아가신 이 사건은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냥 슬퍼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방송시장이 체질개선이 되는데 모두가 머리를 맞댔으면 좋겠는데요. 세 가지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외주제작사 같은 경우에는 너무 스타급 배우에 의존해서 쉽게 가려는 그런 관행을 좀 버렸으면 하고요. 기획과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겠다는 이런 자세가 좀 필요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tvN 같은 케이블에서 그런 좋은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거든요. 작년에 나갔던 ‘응답하라 1997’이나 ‘막돼먹은 영애씨’ 같은 이런 작품은 스타가 없어도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확보한 좋은 사례가 됐고요.

    ◇ 정관용> 알겠습니다. 두번째는요?

    ◆ 성준기> 방송사 입장에서는 사실 은방송사는 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슈퍼갑 아니겠습니까? 이런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외주제작사와의 불공정한 거래를 강요한다든가 혹은 해외 판권 같은 저작권을 배타적으로 가져가기보다는 서로 상생하는 쪽으로 공정한 거래의 관행을 만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이런 생각이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DJ 정부 출범하면서 과도하게 외주비율을 높여왔던 것이 오히려 부실 외주제작사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으니까.

    ◇ 정관용> 적정화할 필요가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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