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 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가 24일 법무부의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본격화됐지만 대화록 실종문제로 국정조사가 관심사에서 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문재인 의원은 23일 개인 성명을 통해 "NLL논란에 종지부를 찍고 국정원 국정조사에 집중할 것"을 새누리당에 제안한데 이어 24일에는 트위터에 "대화록 왜 없나, 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며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된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의 이런 행보는 국정원 국정조사보다는 정상회담 대화록이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오히려 새누리당이나 국정원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의원이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격이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문재인 의원은 왜 함정에 빠졌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문재인 의원이 무슨 함정에 빠졌다는 얘기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못찾았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야 검증위원과 전문가, 국가기록원에서 확인한 결과 국가기록원에 보관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정치생명을 걸면서까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정본'을 확인하자고 앞장섰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도 없이 오히려 야권이 공세에서 수세로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없다는 사실은 생각도 못했다"면서 "새누리당이나 국정원은 이를 알았을 가능성이 있고,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함정에 걸려든 결과"가 초래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이 공개한 정상회담 대화록과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을 비교해 대화록 발췌본처럼 왜곡이나 과장 또는 일종의 '조작'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고 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역공을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의원이 앞장서서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공론화 함으로서 결과적으로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는 뒷전으로 밀리는 결과가 초래됐다. 이걸 두고 함정에 빠졌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실종에 대해 수사를 하자고도 했는데?= 문재인 의원은 '함정'에 빠졌다거나 '덫에 걸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연일 대화록 관련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발표한 성명서
그제는(지난 23일에는) <이제 nll="" 논란은="" 끝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피곤하고 짜증스럽다"고 했다.
문재인 트위터 캡처
어제(24일)는 트위터에 "대화록 왜 없나,수사로 엄정 규명해야죠?"라며 대화록을 찾기 위한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 의원의 이런 계속된 대화록 관련 언급은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NLL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전히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대표를 지낸 원혜영 의원은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이)있을 것으로 예측했는데 없으니까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황당하게 꼬이니까 계속나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타깝다"고 했다.
▶문재인 의원이 주장했던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 공개 제의가 잘못됐다는 얘기냐?= 그렇다. 문재인 의원 입장에서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그건 어떤 이유로도 잘못된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6월 21일 <국정원 국정조사와="" 남북="" 정상회담="" 기록="" 공개에="" 관한="" 문재인="" 의원="" 긴급="" 성명=""> 을 발표한다.
문 의원은 이 성명에서 "저는 이제 10.4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할 것을 제의 합니다."라면서 "누차 강조했듯이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습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문 의원 스스로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대화록 공개를 촉구한 것이다. 목숨을 걸고 앞장서서 막아야 할 입장이면서 거꾸로 공개하자고 앞장을 선 것이다.
6월 30일에는 <새누리당에 제안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가기록원에 있는 기록을 열람해서 NLL 포기 논란을 둘러싼 혼란과 국론 분열을 끝냅시다."라며 "기록 열람 결과, 만약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라며 정치생명을 건 배수의 진을 쳤다.
그렇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문재인 의원이 기대한 '대화록 정본'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의 대화록 공개를 주장할 때는 국정원이 2급비밀인 대화록 전문을 일반문서로 바꾸면서 공개한 뒤 국민여론이 여당과 국정원에 불리할 때였다.
여러곳의 여론조사에서 60% 정도가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하지 않았고 대화록을 공개한 국정원이 잘못했다는 응답을 했다.
여기에다 여.야가 지난달 25일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합의했다. 국정원 국정조사에 화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NLL대화록' 문제를 계속 언급하면서 결과적으로 새누리당과 국정원이 원하는 국면을 만들어 준 셈이다.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분석아니냐? 민주당도 당론으로 찬성을 했는데?= 물론 결과론적인 분석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의원 스스로 잘 알고 있듯이 문 의원이 대화록 공개를 주도했고 그러면서 이번 사태의 핵심인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고 'NLL논란'과 대화록 실종이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문재인 의원이 정치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주당의 존재감보다는 문재인 의원의 존재감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문 의원이)싸워서 이기는 싸움이면 공명심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나서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당인(당원)이면 당에 맡겨야지 왜 전면에 나서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문 의원이 나서서 대화록 문제를 언급하면 할 수록 정국은 꼬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도 당론으로 결정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청와대 비서실장이면서 정상회담준비위원장이었던 문 의원이 그렇게 얘기하는데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문재인 의원은 왜 대화록 공개를 주장했던 것이냐?= 몇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이 된다.
첫 번째는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대화록'과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이 다를 것이라는 (최소 미세하지만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확신의 배경에는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 전문'과 '대화록 발췌본'이 달랐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왜곡 내지는 과장한 부분이 있었다.
대화록 전문의 글자체가 곳곳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발췌본에서 강조한 부분들의 글자체가 다른 글자체와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대화록 전문을 자세하게 살펴보면 대화록을 짜집기 한 듯한 부분이 여러곳에서 발견된다. 어떤 이유인지 밝혀져야 하겠지만 대화록 전문의 글자체가 곳곳에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는데 특히 발췌본에서 강조한 부분들의 글자체가 다른 글자체와 다른 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다시는 NLL 포기발언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NLL이슈를 계속 선거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정리하자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의원은 "이 문제(NLL 포기발언 논란)를 완전히 정리하고 넘어가야 다시는 이런 정치공작 하지 못하도록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의원은 6월 30일 발표한 <새누리당에 제안합니다="">라는 성명에 이런 언급을 합니다. "반대로 저의 주장과 같은 것으로 확인되면 새누리당이 책임져야 할텐데, "NLL포기는 오해였다. 10.4 정상선언을 계승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준다면 'NLL포기 주장'에 대해서는 저로서는 더 이상의 요구를 하지 않겠습니다."
세 번째는 무엇보다도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무엇보다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 의원은 지난달 21일 긴급성명에서 "남북관계 발전의 빛나는 금자탑인 10.4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이렇게 무너뜨리는 것을 볼 수 없고, 노무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문재인 의원이 국가기록원의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한 이유를 3가지로 분석했다. 첫째는 정상회담 당시의 상황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한 것은 불법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진위여부를 가리는 문제도 있었겠지만 대화록의 공개과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렇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번째는 더 이상 색깔론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취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지켜야 한다에 방점이 있는 건가?= 그렇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친노의 순결주의'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폄훼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이 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된 언급을 성명이나 트위터에서 계속 언급을 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대선 후보를 지낸 정치인인지 아니면 아직도 참여정부의 비서실장인지 구분이 잘 안될 때가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참여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친노들이 노무현 대통령 얘기가 나오면 전략적인 판단을 못한다. 과잉반응을 보이고...,"라면서 "노무현 적극지지자나 문재인 적극지지자나 마찬가지다. 문제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 점은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하다. 자신이나 정부, 당에 대한 비판에는 별다른 언급을 안할 때가 많지만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는 '귀태논란' 때처럼 과도하다고 느낄만큼 반응을 보인다.
민주당 민병두 의원은 문재인 의원의 대응에 대해 "정치적 마무리 보다는 일종의 순결성 같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하시지도 않은 말로 기정사실화 시켜 공격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충정으로 이해한다"라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친노인사들 중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공격에는 참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분석했다.
▶친노. 친문의 부활을 노리는 정치적인 의도 아니냐? 그런 얘기도 있는데?= 문재인 의원이 대화록 관련 발언을 계속하면서 지난해 대선 때처럼 정치의 전면으로 부상했다. 민주당의 존재감은 미미하지만 문재인 의원의 존재감은 확실하게 부각됐다.
이를 두고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들이 나온다. 몇몇 보수언론에서 '친노의 부활', '친노의 재기'라는 평가도 한다.
문재인 의원의 트위터를 보면 정치적인 주요 현안이 나올 때마다 언급을 하는데 그걸보면 정치적인 무언가를 기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비서실장으로서의 입장도 있겠지만 정치전면에 나서기 위한 그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민주당의 중진의원들은 문재인 의원의 '정치적 노림수'는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박지원 의원은 "정치적 의도를 가진 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원혜영 의원도 "정치적인 계산이나 그런걸 할 사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배재정 의원도 "일부 언론들이 정치적인 의도성을 제기하지만 그건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정치적인 의도는 말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문 의원이 전략적인(정치적인) 사고를 하는 분이 아니다"면서 "당시 상황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얘길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완 이사장은 "정치인 문재인과 인간 문재인의 차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재인 의원이 정치적인 판단을 잘 못한다는 얘기냐?=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국민들의 절반가까이의 지지를 받았는데 정치적인 판단을 잘못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분명 차이점이 있다.
결단을 해야할 시기에 결단을 하지 못하고, 하지 말아야 할 시기에 계속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건 유력 대선후보를 지낸 정치인의 자세는 아닌것 같다.
문재인 의원은 트위터에 주요 정치현안이 나올 때마다 언급을 한다. 이른바 '트위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의원은 단순한 초선 의원이 아니다. 그리고 더 이상 참여정부의 청와대 비서실장도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가 훼손당하는 걸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단기필마로 싸워서 이길 수도 없는 일이다.
대선에 출마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지만 노무현을 극복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재인 의원은 여전히 '노무현의 친구'로 '비서실장'으로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머물러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문 의원이 제의한 대로 국가기록원에 대화록이 나왔더라도 새누리당은 NLL포기발언이 맞다고 주장할 것이 뻔한 상황이다. 문 의원이 기대한대로 NLL포기발언이 아니니까 논란을 그만 끝내자고 할 리가 없다는 얘기다. 정치를 너무 쉽게 본 것이라는 얘길 들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했던 윤여준 전 장관은 "문 후보가 특전사 출신이니 낙하산을 메고 수없이 뛰어내려 봤을 것이다, 죽음을 향해 몸을 던져보면 나름의 사생관이 생긴다"며 "그런 기질이 있을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약해서 좀 실망했다"고 문 의원을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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