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방송인 고영욱의 재판에서 검찰의 소극적인 태도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고영욱은 미성년자 성폭행 및 강제 추행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 기소돼 지난 4월, 징역 5년, 전자발찌 착용 10년, 신상공개 및 고지 7년 판결을 받았다.
이에 고영욱은 선고 당일 항소장을 접수했고, 적극적으로 형량 줄이기에 나섰다.
고영욱은 지난 5월 진행된 1차 항소심에서 "다른 두 건의 강제 추행 혐의는 인정하지만 A양(당시 13세)에 대한 혐의는 인정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고영욱은 1심에서부터 A양이 연인사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검찰 측의 행동이 소극적이라 눈길을 끌고 있다.
▶증인 A양에게 고소 조언한 형사, 엇갈린 진술...검찰 의혹 제기 없어 지난달 진행된 2차 공판에서 고영욱 측의 요청으로 진 모 형사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진 형사는 피해자 A양에게 고소를 조언한 인물이다.
법정에 선 진형사는 "A 양과 사건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고영욱 씨와 관계는 저희 서에 첫 고소가 접수된 이후 A양에게 전화가 오고서야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앞서 A양은 경찰 조사 당시 알고 있던 경찰의 도움으로 고영욱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증인의 발언은 A양의 진술을 뒤집는 증언이다. 그렇지만 검찰은 별다른 질문이나 의혹 제기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사실 확인을 위한 질문에 나섰다.
▶미성년자 피해자, 법정에서 고영욱과 대면? 또한 검찰이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차 공판에서 고영욱 측은 A양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진 형사와 A양의 발언이 엇갈리는 만큼 법정에서 진위를 가리겠다는 것이다.
A양은 아직 미성년자라 원심에서도 법정 출석 대신 수사기관에서 촬영한 영상과 녹취록을 증거로 채택했다. 당시 검찰은 "A양을 비롯해 피해자들이 미성년자인 만큼, 수사 자료로 대신해 달라"고 피력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번 항소심에서는 원심과 달리 미성년자인 A양을 보호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보이지 않아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문자복원업체직원 불출석...모든건 A양 잘못으로 인정?
3차 공판에도 검찰의 이런 행동은 이어졌다.
재판부는 고영욱과 A양이 주고받은 문자 복원과정에서 별도의 편집이나 위조여부 확인 차 복원업체 담당자 서 모씨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서 씨는 3차 공판 당일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검찰 측은 수긍했다. 재판부가 거듭 "내용을 인정한 것이냐?"고 물었을 때에도, 검찰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에 재판부는 "번호를 바꿔도 먼저 연락을 했다는 내용을 담은 증거를 채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