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거포 김연경(25, 192cm)이 국가대표 은퇴 철회를 시사하며 한 발짝 물러섰다. 하지만 여전히 흥국생명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갈등의 여지가 남았다.
김연경의 에이전트 회사인 인스포코리아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한배구협회가 흥국생명에 보낸 국가대표팀 소집 공문을 현재 계약 기간 중에 있는 터키 페네르바체에 발송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면서 대표팀 합류 의사를 밝혔다.
당초 해외 이적과 관련해 협회와 프로 주관 단체인 한국배구연맹(KOVO)의 구체적인 답변이 25일까지 없다면 국가대표 잠정 은퇴도 불사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이다.
김연경 측은 "지난 23일 협회로부터 '절차에 따라 이달 내로 회신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얻고자 했던 최소한의 조건, 즉 답변 내용의 타당성을 떠나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최소한의 소통과 관심'을 이끌어냈다"고 자평하면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공문 발송 구단을 흥국생명이 아닌 페네르바체로 못박아 여전히 소속 문제에 대한 갈등의 불씨가 남았다. 김연경은 흥국생명에서 4시즌, 일본에서 임대로 2시즌을 뛰어 6시즌의 FA(자유계약선수) 자격 취득 기간을 채웠다고 주장했지만 KOVO는 당시 규정 상 임대는 FA 자격 기간에 포함될 수 없다며 흥국생명이 김연경의 보유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김연경이 불복해 지난해 정부와 체육계가 나서 중재했고, FIVB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 두 차례 '김연경은 흥국생명 소속'이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KOVO 역시 지난 23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김연경의 이의 신청을 기각, 원 소속구단을 흥국생명으로 못박았다. 협회 역시 FIVB 결정을 존중하면서 김연경의 부담감은 커졌다.
그럼에도 김연경 측의 주장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 9월 흥국생명이 김연경, 협회와 작성한 합의서에 'Club of Origin'이라는 표현을 원 소속구단으로 표기해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다. 현재 계약 중인 구단으로 통용되는 표현을 썼다는 주장이다.
이에 협회는 "이해하기 쉽게 표기한 것이지만 'Club of Origin'은 원 소속구단으로 통한다"면서 "FIVB 역시 로컬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용어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임시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당시 김연경이 흥국생명 소속임을 인지하고 사인한 상황에서 다시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논리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협회는 지난 5일 김연경 측의 질의에 대해 30일쯤 답변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김연경은 "협회가 이달 말까지 답변을 준다는 약속을 지킨다면 저 또한 반드시 약속을 지켜 국가의 부름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